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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 Dec 20. 2021

마음이 없는 소년, 하울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울이 일반적인 우리들의 모습으로 느껴졌을 때 비로소 이 영화를 제대로 보았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하울이었으며, 소피는 따스한 또 다른 우리였다.


"유성을 잡은 자. 마음이 없는 사내여. 너의 심장은 나의 것이다!"

하울을 흠모했던 '황야의 마녀'의 질투로 시작된 저주의 편지로 부터,

하울과 소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용기와 의지

영화 중 이 문구를 보았던 기억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문구는 소피가 동생을 찾아 골목길을 지나가던 중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에 있다.

응?! 무슨 포스터?! 라고 대부분 의아해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 포스의 문구가 바로 '용기'와 '의지'이다.

일본어를 모르는 나는 한참 뒤에나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늘 새해를 맞이할 때, 내가 늘 빌었던 두 단어였다. 그래서 이 문구에 더 애착이 가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다 보셨던 분이라면, 용기와 의지, 이 두 단 어가 한 번쯤 생각이 될 것이다.


■ 아름답지 않으면 살 의미가 없어!

하울이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장면이 바로 목욕 후 좌절하는 장면이다.

소피가 청소하면서 목욕탕까지 청소하는 바람에, 하울이 외모를 꾸미기 위해 사용하는 주문이 뒤죽박죽이 되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내 우울함에 빠져버리는 하울


- 하울 : "으아~ / 소피! 욕실 선반 만졌어? 돌겠네! / 이상한 색이 됐잖아! / 망했어! 이런 치욕적 일이! / 아름답지 않으면 살 의미가 없어"


망가진 체 어둠의 정령을 부르는 하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 하면 된다'며 위로를 건네는 소피, 그러다가 갑자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소피는 눈물을 폭발하고 만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속에서 눈물도 하염없이 흘러나온다. 그러다가 소피는 울음을 그치고, 차분히 마음을 가다듬고 하울을 수습하기 시작한다.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영역에 예기치 못한 변화나 영향에 대해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예기치 못한 이벤트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며, 어색하거나 두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숨겨두거나, 문제가 더 커지지 않게 방치해 놓는다.

하울의 두려움은 상대방이 느끼는 '아름다움'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소피는 전혀 아니다고 하지 않는다. 소피도 하염없이 좌절하며 눈물을 쏟아내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빗속에서 다시 하울에게 향한다.

소피는 하울에게 돌아와 도움의 손을 내밀고 두려움 없이 다가서고 공감하고 마음을 함께 나누기 시작한다.

누구나 강력한 공포와 충격에 무너지거나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내가 움직이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한 구성원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소피는 젊어지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기 시작한다.


■ 부적으로 가득한 하울의 방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적들이 반짝이는 방, 침대에서 하울은 기운 없이 눈을 뜬다.


- 하울 : "황야의 마녀가 우리 집을 찾고 있어 / 난 사실 겁쟁이야 / 이것들 모두 마녀를 막는 부적이고, 황야의 마녀가 너무 두렵거든 /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다가갔어 하지만, 무서운 마녀라서 도망쳤어"

- 소피 : "하울은 대체 이름이 몇 개야?"

- 하울 : "자유롭게 사는데 필요한 만큼 있어"


하울은 악마와 계약하고 자유롭게 유영하며 살고 싶지만, 악행을 좌시하지 못해 폭주하며 괴물이 되어간다.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내뿜고 나면, 화약과 피비린내가 파고들어 자신을 잃어버릴까, 괴물이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움에 짓눌려 마음을 숨기고 괴로워한다.

그러는 동안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고 기다려주며 마음을 나눠주는 소피를 만나게 되고, 하울은 자신의 순수했던 마음이 남이 있는 은신처를 처음으로 소피에게 열어보며, 따스했던 순간을 나눈다.

그렇지만, 이내 스승 설리만의 추적이 가까워진다. '젠킨슨', '팬드래건'등의 이름으로 숨고 도망쳤던 하울. 마법에 대한 사회적인 책무가 아직은 무거움으로 느껴진다.

자신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것,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것, 그 무거움을 들고 살아간다는 것은 마법이 아닌 진심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 하울은 솔직하고 자유롭게 살려는 것뿐이죠, 난 그렇게 믿어요!

- 스승 설리만 : "그 아이는 저의 마지막 제자였는데, / 재능이 뛰어났어요. / 후계자를 찾아서 정말 기뻤는, 어느 날 악마에게 마음을 빼앗겨서 / 제 곁을 떠났죠. / 하울의 어머님 / 그 아이는 위험합니다. / 마음은 잃었는데 힘은 넘쳐나죠 / 이대로면 하울은 황야의 마녀처럼 됩니다. / 황야의 마녀도 한때 대단한 마법사였지만, 악마와 거래를 해서 몸도 마음도 다 먹혀 버린 거죠 / 안 오면 저 여자처럼 힘을 빼앗을 거에요"

- 소피 : "이제 알았어요. / 하울이 여기에 안 오려는 이유를! / 이곳은 이상해요. / 초대해놓고 노인을 계단을 오르게 하고, / 이상한 방에 데려가지 않나 / 뭔가 함정이 있어요 / 하울이 마음을 잃었다뇨! / 이기적이고 겁쟁이에다 생각이 없어 보여도 하울은 솔직하고 자유롭게 살려는 것뿐이죠 / 하울은 여기 오지도 마왕이 되지도 않을 거고, 악마와의 관계는 스스로 정리할 거에요 / 난 그렇게 믿어요!"


마법의 재능이 뛰어난 하울이 마주하기 두렵고, 도망치고 싶어 하는 스승 설리반과 황야의 마녀에게 당당히 마주하고 있는 소피

소피는 세상의 두려움 그 어떤 것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을 만큼 하울을 믿기 시작했으며, 용기와 의지로 무장하여 그를 지키기 시작한다.


■ 두렵고 상처 입은 하울의 마음을 비추는 촛불

하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하고 죽음이 타오르는 냄새로 가득 차 성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모습은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피범벅의 발자국만 남기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상처 입고 힘든 숨을 거칠게 내뱉는 하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촛불을 켜고 그의 상처 입은 마음, 갈라져 있는 어둠의 동굴을 촛불로 비추며 조심스럽게 살피며 들어가는 소피.


- 소피 : "하울 하울이지? / 아프니? 다쳤나 보구나"

- 괴물(하울) : "오지 마"

- 소피 : "널 돕고 싶어 / 너의 저주를 풀어주고 싶어"

- 괴물(하울) : "네 저주도 못 풀면서?"

- 소피 : "난 하울을 사랑한단 말이야"

- 괴물(하울) : "이미 늦었어"


두렵고 상처 가득한 어두운 동굴 속으로, 자신은 어찌 될지도 모른 체 온기를 뿜으며 그 마음속으로 찾아가는 마음은 무엇일까? 소피는 대단한 힘을 지닌 사람이다.


- 하울 : "난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게 하고 싶어"

- 하울 : "도망치는 것도 지쳤어 / 이제는 지켜야 할 게 생겼어 / 바로 너야"


■ 유성을 잡은 자. 마음이 없는 사내

- 소피 : "하울, 켈시파 / 나 소피야! 기다려! 꼭 갈게! / 미래에서 기다려"


비밀 은신처의 작은 집 어느 밤, 어린 마법사 하울은 악마의 불, 켈시파를 만나고, 여리고 상처 받기 쉬운 자신의 심장을 내주고 두려움 없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계약을 한다.

그런 과거를 알게 된 소피, 마음을 열고 자신의 상황을 돌이키려 안간힘을 쓰는 하울에게 눈물 가득히 안타까움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 소피 : "미안해 / 나를 계속 기다려줬구나"


■ 마음은 원래 무거운 거야

하울의 마음, 심장을 움켜쥐고 돌려주지 않는 황야의 마녀에게 뺏으려 하기보다는 절실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며 따스한 포옹을 하는 소피.


- 소피 : "따뜻하고 어린 새처럼 움직이고 있어 / 어린 시절 그대로니까"

- 하울 : "왜 이렇지? 몸이 너무 무거워"

- 소피 : "마음은 원래 무거운 거야"


누군가의 마음에 먼저 귀 기울이고, 먼저 다가서는 마음은 얼마나 여리고 깨끗한 순수함을 지녔는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렇게 순수한 마음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상처 받기 쉽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먼저 다가서기 두렵고, 상처 받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다. 믿음을 갖고 먼저 용기 있게 손을 내밀고, 상대방을 감싸고 지키며 의지 있게 함께 이끌어가는 그녀

용기와 의지 가득한 소피의 모습에 이영화가 인상 깊게 느껴진다.


에너지를 나눌수 있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설수 있는 소피의 마음이 나에게, 그리고 당신 주변의 누군가에게 깃들어 함께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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