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일지 #02] 부서배치와 출입증

어쩌다 마주친 성장의 밑거름

by 나대리

10년 전 이맘때 즈음,

나는 공항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집체교육을 받고

국내선으로 부서배치를 받게 되었다.


그때의 떨림과 벅찬 마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넘치는 의욕과 패기는 스케줄 근무(2교대)로 인한

경직된 몸의 피곤함도 잊게 해 주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공항시설 곳곳을 통행할 수 있는

패스(출입증)를 발급받게 되었고,

착용함과 동시에 느껴졌던 그 무게감은

왠지 모를 사명감으로 다가왔다.

특별한 전문적 기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이 쉬이 접근하지 못하는 곳을

출입증 하나로 드나든다는 건, 나에게 그런 것이었다.


국내선이기에 당연히 승객의 대부분은 한국사람이었다.

그리고 부서배치 후,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

특수승객의 탑승을 도와주는 업무를 주로 도맡아 했다.


여기서 특수승객이란,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승객은 물론

보호자 없이 혼자 여행하는 어린이 승객, 연로하신 승객,

시각/청각 장애인 승객 등 등 혼자 힘으로 공항을 이용하기

어려운 승객들을 도와 수속부터 탑승까지

안내하고 도움을 주는 업무였다.


이 업무를 하고 난 뒤부터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어떤 사람을 만나던지 불편한 게 있는지 한번 더 챙겨보게 됐고,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다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눈치도 생겼다.


결과적으로 남을 도우며 나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는,

이렇게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자기만족과 뿌듯함을 느끼며

한 해 한 해 업무를 익히고 성장한 것 같다.


요즘 들어 문뜩 생각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중간 관리자로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더 성장할 의지를 갖고는 있는지, 그때보다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내가

10년 전 꿈꾸던 그 인간상이 맞는지 가끔 의문이 든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그때 배워두었던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지금의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 중에 하나라는 것.


그때 느껴졌던 출입증의 무게감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고 있으니,

그건 그 나름대로 성장한 증명이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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