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무해한 인간이고 싶다. 사람에게도 세상에게도 나에게도. 하지만 가끔은 통제가 되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최근 화가 나는 일이 많았다. 지역과 생활 반경도 달라지고, 만나는 사람의 부류도 많이 달라졌는데, 이런 여러 상황들이 평상시의 기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모든 건 핑계일까. 내가 이상한 걸까 수도 없이 생각하고 있기도 하지만, 기분은 나아지지 않는다.
밖에서 아무리 그런다고 한들,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렸다는 수많은 메시지들은 머리로는 너무 잘 이해되지만, 나라는 사람에게 적용하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꽤 오래 나를 알아왔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외부의 자극이나 해에 굴하지 않고 굳은 심지를 갖고 싶은데, 새삼 너무나도 나약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회복 탄력성이 높지 않고, 타인 민감도는 높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거절당하는 걸 두려워하는 성격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이것저것 더 거리낄 것 없이 도전할 것이 아닌가. 좀 더 둥글둥글하고 무뎌지면 좋겠다. 좀 걱정 없이 살고 싶다. 걱정을 한다고 달라질 것은 진짜 별로 없다.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어떤 상황에서도 높은 사람이고 싶다. 무분별하게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서 자존감을 지키기란 예전보다 오히려 어렵다. 전보다 숫자와 양에 집착하고, 강박이 늘어간다. 좋은 콘텐츠만 가려 접하고,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시간을 늘려야지 하고 생각한다. 휴대폰도 없이 살았던 예전이 좋았던 듯도 한데, 그렇게까진 아니라도 2G 폰을 쓰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남들은 2G 폰을 쓰던 시절, 나는 휴대폰 없이 살았던 터라 2G 폰을 쓰던 시대의 감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되기도 하고. 지금과는 다른 규칙적인 생활,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 학교 생활이 마냥 답답한 것만은 아니었는데 지금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
그럼에도 나는 긍정의 끈을 아직 붙들고 있다. 나에게 칭찬할 것을 찾는다. 건강을 위해 거의 매일 홈트를 한다거나, 온라인 클래스를 여러 개 들으면서 새로운 진로와 취미를 모색한다거나, 캘리그래피를 잘 쓰기 위해 한 줄 한 줄 정성을 기울인다거나 이러한 것들을 꾸준히 한다는 것을 본다. 아, 이번 해에는 미루고 미루던 컴활 1급 자격증도 독학으로 한 번에 따기도 했다. 뿌듯했지 그래, 성실함은 여전하다.
어찌 되었든, 이 글이 새로운 도전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좋은 것을 많이 창작해내고 싶다. 그렇게 만드는 콘텐츠는 무해하고 유용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