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bystep Jun 02. 2020

언제 끝나려나

이 또한 지나가리니....

나는 간호사다.  한국에서 1년 6개월, 그리고  미국 뉴욕 뉴저지에서 28년 6개월을 간호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온 베테랑이다.

뉴욕 퀸즈 아파트 단지 주변길 
그래도 봄은 오고 꽃은 피더라


이런 적이 없었다. 이럴 수는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


3월 초 이란을 다녀왔다는 39세 한 여성이 뉴욕에서 첫 코로라 19 확진을 받은 것으로 시작해서, 며칠 뒤에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북부 뉴저지에서 맨해튼 병원이 직장인 한  Physician Assistant가 첫 확진자가 되었다는 뉴스를 접한지도 한 달 반 남짓되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미국 전역에 걸쳐 백만 명 가까이 확진자가 있고, 그중에서도 전 세계의 경제 도시라 불리는 뉴욕과 바로 인근 뉴저지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매일 속출하고 있어서  모든 도시들이 LOCK DOWN (폐쇄) 된지도 수 주가 지나 적막하고 황량하기 그지없다

뉴욕 퀸즈의  쇼핑센터 주변의 주말 거리

두어 달 동안 수많은 지인들에게서 받은 염려와 안부 인사는 아마도 몇 년간 받은 것보다 더 많았다. 간호사 이기 때문에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 쓰러져 가는 의료진들이 유독 많은 미국에서 그것도 뉴욕 뉴저지 근처에 사는 이유에서 이리라.


재택근무를 이미 한 달 이상하고 있는 남편과 대학교 기숙사에서 쫓겨 나오다시피 해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있는 딸과는 달리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 직원들을 관리 감독하는 홈케어 기관의 디렉터인 나는 매일 직장으로 향한다. 이 위기 속에서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 유일한 혜택이라면 늘 뉴욕 뉴저지를 오고 나가려는 차들로 엄청난 교통 체증을 감수하면서 수 십 년을 다녔던 길이 이젠  단 1초의 지체도 없이 달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메가 쇼핑몰 파킹장이 텅 비었다


몇 달 전 얘기를  좀 하자면,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미국에서도 곧 시작될 것이고, 또한 장기전이 되리란 걸 간호사의 직감으로 1월 중순쯤 이미 알았다.  아니 굳이 간호사의 직감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세계는 이미 하나라는 표어처럼 남의 나라들을 자기 집 안방 드나들듯 하는 사람들로 전 세계 어느 공항이건 넘쳐나고 있고, 지구 반대편에 있던 사람이 오늘 다른 편 나라로 들어와 거리를 거니는 세상이니까.


중국의 무서운 소식들과 한국이 가장 위험한 나라가 되어 1월 2월을 아프게 보내고 있을 때부터 난 크고 작은 마켓을 돌며 집에서 쓸 손세정제와 마스크들을 찾아다녔지만 실패했다. 어느 곳에도 그것들은 없었다. 그것들이 중국에서 넘어온 것들이었지만 중국의 사태를 막기 위해 그 당시  중국으로 되팔렸고, 뒤늦게 난리를 겪는 여기선 그 흔하던 것들이 귀하디 귀한 것들이 되어 어디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 직감 (?) 때문에 일찍이 수십 명의 직원들을 위해 마스크, 손장갑, 가운, 그리고 손세정제 등을 오더 했지만 본사에서 거부당했다. 그 당시 오더가 받아들여졌다면 아마도 10분의 1 가격으로 그것들을 쌓아두고 직원들과 말도 안 되는 물자 부족으로 싸움을 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부아가 치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미 질병센터도, 미 언론 기관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공고만을 계속하고 있었던 터라 회사 역시 왜 이리 많이 필요하냐 그전에 오더 한 양만큼만 오더해야 승인하겠다는 연락만을 하고 줄곧 거절을 하였다.


Fighting on the front lines of COVID-19 

(일선에서 코로나 19와 맞서 싸우는 의료인들)


미국이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마저 놓치고 나서, 코로나 19로부터 철저히 보호해 줄 제대로 된 보호 장비조차 없는 의료진들을 최전선 용병들 (Front line workers)이라 칭하고 영웅이라 부르며, 급기야 매일 늘어가는 환자들과 사망자들 뉴스 중간중간에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의 피와 땀을 함께 보여 주는 것으로 이미 은퇴하거나 대학 졸업을 6개월 앞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끊임없이 도움의 손길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 뉴저지 간호사 면허증이 있는 내게도 두 주 정부에서 보내는 호소문이나 일선 간호사로 자원해 달라는 이멜과 편지를  받을 때면 몹시 흔들리곤 한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직접 간호하는  일선 (Front line) 간호사 생활은 이미 20년 전에 종지부를 찍었고 그 이후론  줄곧 간호 감독 행정에만 치중하고 살아오고 있음이 자원해서 바로 달려 나가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이다. 간호사이기에 기본적인 간호행위들이야 어찌 잊어버리겠는가 마는, 코로나 19의 여파가 홈케어까지 몰려와 매일 이어지는 미팅들,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직원 관리, 미 질병 본부와 주 정부의 수시로 바뀌는 행정 명령과 절차들을 읽고 전달 교육하고 그와 관련된 엄청난 양의 보고서와 자료들을 검토하고 보고 하느라  매일을 어찌 보냈는지 모를 만큼 바쁘고 나에겐 봉사하러 갈 시간이 부족해서 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변명을 더 들자면, 코로라 19와 싸우기 위한 방호물자들이 부족해서 쓰레기봉투로 발과 머리를 감싸고 보호복을 만들어 쓰는 의료진들을 보며,  그런 상황에서 면역력이 약한 이들은 100% 걸릴 줄 알면서도 단지 의료진 이란 이유만으로 재촉하고 내 모는 주 정부들이 싫다. 언제는 시중에 조금이라도 나와 있던 마스크를 안 쓰도 된다 외치더니 이제는 없는 마스크 써야 한다고 하니 일관적이지 않는 정책으로 마스크 공급에 더욱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불과 2달 전 만 해도 기본 마스크  50장에 5-6불 하던 마스크가 한 장에 5-6불 하고, 코로나 19 환자를 돌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N95 마스크 또한 한 의료진당 일주일에 한 장을 주며 버티라고 한다. 간호를 사랑하고 환자 케어가 천직이라 여기며 살아온 자칭 베테랑 간호사라지만  제대로 된 방호물자들을 공급하지도 못하면서 의료인의 봉사정신과 영웅심리를 부추기며 불구덩이로 스스로 들어가길 바라는 그들 말만 믿기엔 세상이 넘히 빤히 보인다.


친구가 욕을 보내왔다, 또람쁘 또라이 라고.. 그 또람쁘가 며칠 전 기자 회견에서 "Open up America Again" 다시 사람들이 일터로 나와야 하고 도시는 빗장을 열고 정상적으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언제는 그렇게 충언을 올려도 한 귀로 흘리며 자신의 정보가 다 인양 세상과 반대로 달려가더니, 이젠 몸을 살짝 낮추고 주정부와 주지사의 결정에 따라 문을 서서히 열기를 권고한다고 했다. 또람쁘의 그 한마디가 또 하나의 불씨를 일으키고 있다. 이 갑갑하고 닫힌 문을 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밖으로 나와야만 먹고살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밖으로 나오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코로나 19보다 더 무서운 경제적 고통 속에 압박받으며 하루하루를 숨 가쁘게 이어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스크 쓰기를, 집에 머무르기를 해야만 사람들이 살 수 있다고 소리 높이지만, 정작 사회적 거리를 할 수 없는 좁은 아파트에서 여러 명이 사느라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전염되고 있다고 소리 질러도 밀어붙이기만 하더니, 오륙백만 명이 실업자가 되어 빵 한 줄 우유 한 팩 사서 먹기도 어려운데  빵 우유보다 더 비싼 한 장에 5-6불 하는 마스크를 사서 쓰고 나오라고 하는 모순을 떠들고, 코로나 19 확진자가  거의 8십만 명 가까이 되어 가는 거대 미국이 제대로 된 방역 방호 장치도 없이 부실한 거리로 사람들을 내몰려고 하고 있다.


"This Too Shall Pass"

일선에서 코로나 19 환자들을 매 시간 돌보아야 하는 모든 간호사들과 의료진들에게는 먹먹하고 죄스러운 마음뿐이지만 나는 오늘도 내일도 사무실로 출근하는 호사를 누릴 거다.

환자들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간호하고 치료하는 우리 직원들인 간호사, 물리 치료사, 작업 치료사, 언어 치료사, 소셜 워커, 그리고 간호보조사들을 위해 나는 매일 기도로 아침을 시작하며, 스산 스럽게 뻥 뚫린 도로를 달려 그렇게 사무실로 매일 나갈 것이다.  수없이 쏟아져 나온 인파들 때문에 교통 체증으로 자주 짜증을 냈었던 그 옛날이 이리도 절실히 그리울 줄은 미처 몰랐다 라고 혼잣말하며 그 빈 도로를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내일도 달릴 것이다.


맨해튼 끝자락- 하루빨리 사람과 차들로 북적거리게 되길 바라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