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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나 DuNa Jun 14. 2023

홍콩 시대별 통라우의 건축과 대표적인 건물

홍콩 통라우(唐樓)의 역사는 영국 식민 지배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농업과 어업 중심의 도시에서 자유 무역 항구로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도시 계획이 실시되었고, 이에 따라 중국 본토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이때 영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던 서양식 주택을 일컫는 영펑(洋房)과는 대조적인 의미로 중국식 건물을 뜻하는 통라우가 지어졌고, 주로 블루칼라 중국 본토 이민자들이 거주했다.

 

홍콩의 통라우는 건축 시기와 특징에 따라 작게는 4세대, 크게는 전쟁 전후로 나뉜다.

 

1세대 통라우는 일반적으로 1841년부터 1903년까지 지어진 건물로, 2-3층 높이의 녹색 벽돌벽에 목재 바닥과 대들보, 뾰족한 기와지붕이 주요 특징이다. 늘어난 이민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건물로, 건물 구조가 단순하고 실용적이며 심미성이 부재하다. 독립된 화장실이나 주방이 없으며, 건물끼리 다닥다닥 붙어있는 데다 작은 창문만 있어 자연광이 부족하고 통풍이 되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 수십 명의 주민들이 함께 거주했으며 심지어 가축까지 함께 키우기도 해 위생 문제가 심각했다. 현재 1세대 통라우는 대부분 철거되어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센트럴의 120 Wellington Street 건물이 남아있다.


좌) 1870년대 Taipingshan의 1세대 통라우 모습 / 우) 1세대 통라우: 120 Wellington Street 건물


1903년부터 1930년까지 지어진 건물을 2세대 통라우로 본다. 1884년 홍콩에 페스트 역병이 돌면서 역병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가 처음으로 통라우 건축을 규제했다. 기본적인 위생을 보장하기 위해서 건물 사이에 최소 6피트(약 180cm) 이상의 골목이 있어야 하며, 1인당 1.65m²의 공간이 보장되어야 했다. 채광과 통풍을 위해 모든 방에 일정 크기 이상의 창문을 설치해야 하며, 주방과 화장실은 분리하도록 했다. 또한 건물의 높이를 최고 4층으로 제한했다. 또한 콘크리트 자재를 막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초기에는 주로 외팔보식 발코니(cantilevered balcony)에 사용됐다. 완차이의 Blue House가 대표적인 2세대 통라우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2세대 통라우 : 외팔보 발코니 특징을 가진 완차이 Blue House


3세대 통라우는 1930년부터 2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의 건물로, 그야말로 전성기였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로는 주요 건축 자재가 목재에서 콘크리트로 바뀌었다는 점이며, 뾰족 기와지붕에서 평평한 옥상으로 바꿔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또한 기존 중국 남부의 건축 특징에 현대주의, 신고전주의를 더해 동서양의 미학적 특징을 녹아냈다. 기둥으로 2층 바닥을 받치는 케라우(騎樓) 형태의 건물도 등장했으며, 창틀 디자인을 고려하는 등 미학적인 부분이 더해졌다. 동시에 코너 빌딩도 많이 지어졌고 Peony House, Chung Wui Mansion 등 독특한 원형 코너 빌딩들은 지금도 수많은 사진가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1931년에 완공된 Lui Seng Chun이 대표적인 3세대 통라우로, 콘크리트로 지어진 원형 코너 건물에 고전적인 복고주의와 아르데코(Art Deco) 스타일이 혼합되었다.

 

좌) 몽콕의 Lei Seng Chun / 우) 완차이 Chung Wui Mansion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지어진 통라우를 4세대 통라우로 분류한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홍콩은 1950년대 초부터 빠른 경제 성장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홍콩에 유입되면서 또다시 주거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실용성과 기능성을 강조한 현대주의적이면서 단순한 디자인인 바우하우스 양식이 보편화됐다. 또한 늘어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정부가 건물 높이 제한을 풀었고, 6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엘리베이터와 같은 신식 시설도 설치되기 시작했다. 1969년 거리 그림자 법이 도입돼, 건물의 그림자가 도로를 덮지 못하도록 규제하면서, 계단식 고층 통라우가 탄생해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했다. 대표적인 건물이 바로 Man Wah Sun Chuen이다.

 

야우마테이의 Man Wah Sun Chuen


1960년대부터 급격한 인구 증가로 고층 아파트 수요가 높아지면서 4세대 통라우를 마지막으로 통라우는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물론 셩완 Taipingshan Street, 완차이 Star Street 등 거리에서 아직 4세대 건물들을 흔하게 찾을 수 있지만, 초기 통라우의 경우 안전성과 도시 외관 등을 이유로 허물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통라우의 문화유산 가치가 강조되고 보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시에 옛 공간을 새로운 공동체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케네디 타운의 Tung Fat Building, 완차이의 Blue House는 전체 건물을 리모델링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1931년에 지어져 원형 코너 건물이 특징인 몽콕의 Lui Seng Chun은 침례대학교 중의학과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카우룽시티의 카페 Tai Wo Tang은 80여 년된 한약방을 카페로 개조돼, 고풍스러운 옛 정취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현 세대가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여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로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과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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