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 필요하다
분노를 유발하는 국내뉴스(특히 정치)에 화가 치밀어 올랐을 때 필요한 것은 손흥민 소식이다. 23-24 시즌에는 토트넘이라는 빅클럽의 주장에 까지 발탁되었다는 뉴스를 봤을 때 들던 생각은 큐피알에서의 박지성처럼 되면 어쩌나였다. 기우였다.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의 터주대감으로 자리를 잡았고 엔제 감독으로부터 엄청난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시즌초반 무패행진을 보고 있지만 시즌 시작전만 하더라도 케인이 없는 토트넘은 하위권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팀에 부임한 엔제감독은 팀을 개혁하는 것으로 자기에게 부여된 권한을 유감없이 사용하였다.
기존의 노쇠한 주장단을 케인의 뮌헨 이적을 계기로 모두 퇴출시켰다. 공격수인 손흥민에게 수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윽박지르던 요리스와 다이어는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오늘 어떤 선수가 선발로 뛰게 될는지는 오로지 그간의 훈련에서 보여준 성과와 실력만을 고려한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수비의 로메로와 공격의 메디슨으로 구성된 새로운 리더십은 패배의식에 젖을뻔한 팀을 끈끈하게 만들었고 매 경기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성공한 개혁은 그저 그런 팀을 팬들이 열광하는 팀으로 바꾸어냈다.
우리의 정치도 토트넘처럼 개혁을 하면 어떨까 하면서 동화 같은 상상을 해본다. 시궁창 같은 정치현실을 보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인 줄 알지만 원래 쓸모없는 생각이 재미가 있는 법이니깐.
노쇠한 리더십 그룹의 해체를 위하여 국회의원 연임에 제한을 두면 어떨까.
새로운 인재들이 정치의 변방에서 빠른 시간 내에 정치의 중심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려면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
중진이라는 이름으로 5선 6선하는 국회의원이 있는 한 똘똘한 후진양성을 물 건너간다. 자신을 능가하는 후배를 양성하는 순간,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 텐데 누가 총대를 메고 후진양성에 힘을 쓰겠는가. 국회의원의 임기를 제한할 때가 되었다. 2선 혹은 3선 이상은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헌법에 명시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임기제한을 못 박아 둔 이유와 같다. 고인 물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잘못된 국회의원을 뽑은 유권자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 좋겠다. 뭐 거창하게 '책임'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긴 하지만, 어떤 사유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면, 이제 그 자리는 다음 선거 때까지 공석으로 두는 게 좋겠다. 몇 년 국회의원 없다고 그 지역구에 큰 일 나지 않는다.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좋겠다. 공천을 위하여 당의 권력자에게 빌빌대는 후보자들 수를 줄이고, 당의 얼굴과도 같은 정말 괜찮은 인사들로 비례대표를 내세우고 국민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비례대표의 명부는 상시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깐. 그리고 명부에 오른 사람들도 언행에 조심을 할 테니깐.
나아가서 비례대표의 명부작성에 얼마나 신중을 기하느냐가 그 당의 명운을 결정하는 정도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 최고권력자에 잘 보이려고 줄 서는 놈, 막말해 대는 놈, 내로남불인 놈, 제대로 대화를 하지 못하고 말꼬리 잡고 깐족대는 놈, 그저 목소리만 큰 놈 등이 사라져야 한국정치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국회의원이 전직이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는 것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국회를 보면 법조계 출신이 지나치게 많다. 숫자를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검사, 판사 출신이 아마도 반 이상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다. 검사, 판사는 최소한 그 직을 사퇴한 이후 5년간 국회의원 출마를 하지 못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보통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을 고치는데 최소한 5년은 필요하지 않을까.
정치가 발전하지 않으면, 사회의 구성원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지금보다 더 혐오하게 될 것이다. 편을 나누어 서로에게 욕을 퍼붓는다. 그 속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쪼다 같은 짓인가' 싶어 정치에서 멀어진다. 심지어 투표도 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편 가르기에 더욱 열심이다. 자기편이라면 '범법자'라도 측근에 두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상이 아니다. 사회는 점점 병들어간다.
편 가르기에 열심인 극단주의자들이 설 곳을 잃어야 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아주 작아지면 좋겠다. 정치인에 대한 팬덤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은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행정부보다 입법부가 정치의 전면에 서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행정부가 입법부의 위에 군림하면서 국회를 행정부 여의도청처럼 취급하는 한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할 수 없다. 감자기 등장한 '인기인'이 권력의 최상층부에 들어가는 일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대표는 연예인 인기투표가 아니다. 입법부에서 우수한 성과와 능력을 보여준 사람이 행정부의 수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제 청문회 뉴스를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장관후보자가 될 수 있는 건지. 사람이 그렇게 없나. 끼리끼리는 과학이라더니…
사진은 조지오웰의 1984입니다.
이런 끔찍한 사회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도 우리는 정치인 ‘욕’을 할 수는 있잖아요. 요즘엔 뒤가 좀 걱정되기도 합니다만…자우림의 김윤아를 공개 저격한 유인촌을 보니…역시 제 버릇 개 못준다 뭐 이런 속담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