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노그림 Nov 06. 2024

궁상떠는 이야기일 수도

항공권 발권

해외출장일정이 잡히면 비행기표 예약을 해야 한다. 늘 최저가를 선호하는 궁상맞은 성격인지라 직접 스카이스캐너에 접속해서 최저가 비행편을 찾곤 했는데, 이게 은근히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항공권 발권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를 알게 된 이후로는 최저가 비행편을 찾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약간의 수수료가 들긴 하지만 내 시간과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나니 몸이 편하다.


10년이 넘도록 거래하고 있는 분이라서 간단하게 카톡을 보내면 내가 선호하는 옵션으로 알아서 검색해서 알려주신다.(단골 카페에 가는 이유와 같다) 일 년에 이탈리아에 있는 본사 출장을 어쩌다 보니 적게는 한두 번에서 많게는 대여섯 번을 다녔던 적이 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출장으로 엄청난 마일리지를 쌓아놓은 줄 알고 있다. 쌓아 놓은 마일리지로 좌석승급도 하고 무료항공권도 얻어서 여행도 다닌다고 뻥을 치면 진짜 그런 줄 안다.

역시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


마일리지라는 것이 어쩐지 나에게는 맞지 않는 개살구라는 생각이다. 일단 좌석승급을 하려고 하면, 상당히 비싼 비행기표를 구매해야 한다. 항공권 가격이라는 것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잘 모르지만 다양한 좌석등급이 존재한다. 같은 이코노미석이라도 가격차이가 많이 있다. 아주 저렴한 등급으로 발권을 한 경우에는 심지어 마일리지가 적립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25%, 50%, 75% 적립 등 항공사마다 항공권 등급에 따라 차별을 하며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고 있다.


내가 선호하는 옵션은 '궁상옵션'이라 내가 이름을 붙였다. 내 돈 쓰고 출장을 가는 것도 아니면서 이상하게 항공권을 비싸게 쓰는 것이 아깝다. 다음은 나의 '궁상옵션'이다.


- 인천-볼로냐 구간은 직항이 없으므로 무조건 유럽의 허브공항을 거쳐야 한다. 여러 공항을 사용해 본 결과 암스테르담 경유 또는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편이 그나마 안전하다. 나에게 있어서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과 런던공항은 피해야 할 영순위 경유공항이다. 환승시간이 매우 긴 단점이 있지만 이스탄불 공항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여기에 최근에 이용한 두바이도 괜찮았다. 긴 여행시간을 두 번에 나누어서 가는 느낌같아서 좋았다.


- 무조건 싼 티켓을 주문한다. 마일리지/선호항공사 뭐 그런 거 없다. 이러다 보니 대한민국 국적기를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 된다.


- 좌석은 언제나 복도자리. 비행하는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영화 한 편 보고 나서 괜히 항공기 꼬리까지 갔다 왔다 해야 한다. 그러니 안쪽 자리에 앉아서 간다면 매우 자주 '익스큐스미'를 해야 해서 복도자리가 좋다.


- 터키항공에 대하여(튀르키에로 바뀌었을까나?). 요사이는 별로 못 봤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가끔 비즈니스석을 특가에 공급하곤 했다. 겨우 이백몇십만원의 저렴한 요금으로 공급할 때가 있었다.(요즈음은 꿈도 못 꿀 가격이다) 이런 표를 구해서 이스탄불공항 전용라운지를 이용한 적이 몇 번 있다. 환승시간이 거의 7시간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라운지에서 먹고, 마시고, 졸고, (샤워까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런 나의 궁상옵션에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환승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어졌다. 요즘엔 로마 혹은 밀라노 직항을 이용해서 간 후, 하룻밤 숙박 후 기차로 볼로냐로 이동한다. 그러다 보니 국적기 마일리지가 좀 쌓였다. 여전히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등급의 항공권이 아니라서 '좌석승급'은 그림의 떡이었다.


마일리지를 쓸 기회가 왔다. 갑작스러운 출장도 아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일반석도 거의 만석이고 비싼 좌석표만 남았다고 한다. 일반석인 주제에 터키항공 비즈니스석보다 비싸다. 여행사에 혹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항공권인가 문의했더니, 가능하단다. 편도 4만 마일 공제. 왕복 8만 마일 공제. 그런데 이것도 예약이 다 되어있어서 대기를 걸어놓아야 한단다.


'아 놔' 깊은 빡침이.


대기를 걸어 두었는데, 어제 확정이 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8만 마일을 공제하여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하였다. 으하하하. 드디어 써보지도 못하고 소멸할지 모를 마일리지를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 집 홍여사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한마디 한다.


'궁상 좀 그만 떨고 살면 안 돼?"


- 예전에 서랍에 넣어두었던 글. 어째 발행을 하지 않았을까 -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