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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pr 18. 2024

낭만이 사라진 세상에서 고스트버스터즈를 추억하는 방법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리뷰, 해석 / 신작

주요 내용

- 레전드 시리즈의 귀환! <고스트버스터즈> 이전 시리즈와 전작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이야기

-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에서 아쉬웠던 점

-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의 줄거리와 중심 소재

-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이 주는 향수와 낭만 / 낭만이 사라진 사회에서 1980년대의 고스트버스터즈를 추억하는 방법

- 앞으로 나아갈 세대와 황혼기를 맞이한 세대 / 피비, 라이즈 버스터즈의 성장과 고스트버스터즈의 화려한 은퇴 (엔딩, 결말 해석)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Ghostbusters: Frozen Empire, 2024)

낭만이 사라진 세상에서 고스트버스터즈를 추억하는 방법


개봉일 : 2024.04.17.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 모험

러닝타임 : 115분

감독 : 길 키넌

출연 : 폴 러드, 캐리 쿤, 핀 울프하드, 맥케나 그레이스, 빌 머레이, 댄 애크로이드, 어니 허드슨

개인적인 평점 : 3 / 5

쿠키 영상 : 있음 (엔딩크레딧 중간)



레전드 시리즈의 귀환! <고스트버스터즈>의 이전 시리즈와 전작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그리고 전작에 비해 아쉬웠던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구마 의식, 종교의 힘을 빌리지 않고 과학의 힘을 빌려 유령을 사냥하는 유쾌한 유령 사냥꾼 ‘고스트버스터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고스트버스터즈(1984)>가 개봉한지 올해로 40주년이 됐다.


Who ya gonna call? Ghostbusters!

<고스트버스터즈>는 3초만 들어도 모두가 “아 그 노래~”할만큼 유명한 주제가, 먹깨비나 마시멜로 등의 매력적인 유령들, 점프 슈트를 입은 유령 사냥꾼 이미지까지. 영화를 본 적 없는 사람들도 알만한 여러 상징적인 이미지를 남긴 시리즈이자 나에겐 유령이 나오는 영화가 공포스럽지 않고 유머러스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시리즈다.


1986, 1990년 연달아 발표된 <고스트버스터즈 1,2> 이후 추억이 되었던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는 2016년, 여성 유령 사냥꾼들로 구성된 리부트 작품 <고스트버스터즈(2016)>로 돌아왔고, 2021년엔 원로 유령 사냥꾼들의 후손들로 구성된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로 고스트버스터즈의 세대교체를 알렸다.


<고스트버스터즈(2016)>,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 모두 <고스트버스터즈 1,2>를 연출한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제작/프로듀싱을 거쳐 탄생했으며 원작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잔뜩 묻어나는, ‘고스트버스터즈’라는 정체성을 잘 가져간 것만으로도 충분히 든든하고 배부른 영화였다.



2021년에 공개된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앤트맨으로 유명한 배우 폴 러드, <기묘한 이야기>의 주연 배우 핀 울프하드, <아이, 토냐>, <캡틴 마블> 등에서 아역으로 활약한 배우 맥케나 그레이스 등 새롭고 매력적인 페이스의 배우들과 빌 머레이, 어니 허드슨, 댄 애크로이드. 고스트버스터즈의 원년 멤버들을 한자리에 모아 신구 고스트버스터즈의 화합,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며 시리즈 팬들에게 작은 감동을 선물했다.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시리즈를 안정적으로 다시 꺼내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는 그 어려운 일을 조잡하지 않게, 원작에 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해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에 공개된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앞서 쌓아둔 기대감을 무너트리는 영화였다. 고스트버스터즈가 가진 유쾌함과 낭만은 여전히 조금 남아있었지만 이 조금 남은 낭만으로 메꾸기엔.. 각본에 뚫려있는 구멍이 너무 컸다. 성장, 가족, 유령의 서사를 모두 다 넣으려다 보니 여기저기 헐거운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고, 후반부에 가선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사건을 터트리고 봉합한다. 액션 또한 전작만 하지 못하니..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도입부는 비장했으나 후반부에 남는 건… 배우와 시리즈가 가진 이미지, 추억 외엔 크게 없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을 통해 새로운 팀을 단단히 다지고, 앞으로 몇십년은 걱정 없을 미 서부 땅 크기의 유령 격리 유닛을 만들어 놨지만, 과연 그 유닛이 쓰일 날이 올지는 잘 모르겠다. 전편의 한국 흥행 성적과 이번 편의 완성도, 전세계적인 흥행 성적을 봤을 때… 과연 이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어쨌든 모든 문제를 뒤로 미뤄두고,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만큼만이라도 해주는 후속편이 나온다면 당연히 환영이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수준의 이야기밖에 나오지 못한다면… 글쎄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의 줄거리와 중심 소재
뉴욕으로 돌아온 고스트버스터즈. 새로운 세대의 성장과 이전 세대의 은퇴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전편에 이어 이곤 스펭글러의 후손인 캘리, 피비, 트레버. 그리고 보충 학교 선생님에서 이젠 한 가족이 된 개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스펭글러 가족인 캘리, 피비, 트레버는 여러 이유로 이곤의 집이 있는 시골마을 서머빌에 왔다가 개리를 만난다. 캘리와 개리는 연인이 되고 네 사람은 함께 새로운 고스트버스터즈인 ‘라이즈 버스터즈’라는 팀을 결성한다.


라이즈 버스터즈는 뉴욕에 있는 고스트버스터즈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유령을 사냥한다. 하지만 차도 많고 고층 건물도 많은 뉴욕에서 이들 손에 들린 입자 가속기는 유령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대미지를 입혔고 라이즈 버스터즈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논란과 더불어 피비는 미성년자라는 나이 제한에 걸려 유령 사냥을 금지당힌다.

피비가 소외감과 성장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사이, 뉴욕 곳곳에선 여전히 다양한 유령들이 활개를 치고 도시의 한구석에선 오래전 황동 구체에 봉인된 커다란 힘을 가진 존재가 깨어난다. 위협을 느낀 고스트버스터즈와 라이즈 버스터즈는 다시 한자리에 모이고 이들은 이번 작전을 통해 은퇴와 성장의 단계를 밟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이 주는 향수와 낭만
2024년 뉴욕 한복판에서 추억 속의 장면을 재현하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기대엔 부응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낭만은 남아 있는 영화였다. 1984년, <고스트버스터즈>가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 4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른 만큼 배우들의 모습도, CG나 촬영 등 영화 기술도, 사회의 모습도 모두 많이 바뀌었다. 오래 산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세상이 과거에 비해 더 편해지고 화려해졌지만 이전과 같은 낭만과 따스함은 잃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극 중에 유령 격리 유닛에 심상치 않은 현상들이 발생하자 고스트버스터즈 멤버들이 소방서 지하에 모이고, 개리가 유령 격리 유닛을 만들 때 용량을 걱정한 사람이 없었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재닌은 “80년대엔 미래 걱정을 하는 사람이 없었단다.”라고 답한다.

후반부에 파이어 마스터로서 활약한 나딤의 경우는 할머니 세대까진 황동 구체를 지키며 파이어 마스터의 책임을 최우선시하며 살았으나 나딤은 할머니의 말을 잘 듣지 않았고 파이어 마스터로서의 책임을 지긴커녕 황동 구체를 레이에게 골동품으로 팔아버린다.



재닌의 말과 나딤의 행동을 보면 80년대의 사람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음가짐과 삶의 우선순위가 다르단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세대가 달라진 만큼, 사회의 분위기와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이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는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속 뉴욕 시민들이 고스트/라이즈 버스터즈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원작의 시간적 배경이었던 80년대엔 고스트버스터즈가 TV 광고도 내고, 그들을 믿고 사랑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고스트버스터즈가 큰 유령을 물리치고 나면 시민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고스트버스터즈!’를 외쳤다. 도시에 피해가 생겼다 해도 말이다.


그리고 40년 후, 라이즈 버스터즈가 도시를 누비며 유령을 물리치고 나면 시민들은 부서진 건물, 날아간 자전거 비용 등을 이야기하며 ‘이 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불만을 토로한다. 이젠 유령보다 돈이 더 무서운 시대다. 그럼에도 라이즈 버스터즈는 고스트버스터즈가 걸었던 길을 따라간다. 여전히 고스트버스터즈의 사무실이 운영되고 있고 유령을 사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나에겐 낭만 그 자체로 느껴졌다.


영화는 빠져선 안될 고스트버스터즈의 주제가와 레트로한 분위기, 그때와 비슷한 유니폼과 무기, 유령들. 마지막엔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는 유령 사냥꾼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추억 속에만 존재했던 순간과 그 시절의 향수를 되살려낸다. 원로 멤버들은 이 커다란 환호를 받으며 황혼에 들어서고 새로운 멤버들은 커다란 환호를 등에 업고 다시 유령을 사냥하러 떠난다. 엔딩으로 가는 과정은 별로였지만 엔딩 장면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한 걸음 물러서기
피비, 라이즈 버스터즈의 성장과 고스트버스터즈의 화려한 은퇴
엔딩, 결말 해석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새로운 멤버들의 성장기이자 원로 멤버들의 확실한 은퇴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펭글러 가족과 개리는 앞서 유령 소동을 함께 겪었고, 이제 손발이 착착 맞는 한 팀이 되었지만 개리와 아이들 사이엔 아직 어색한 호칭이 오가고 있다. 엄마의 연인이니 아빠의 포지션이긴 한데.. 아빠, 딸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상황. 개리는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아이들에게 어디까지 관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며 피비는 개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가족에 대한 큰 고민거리가 있는 상태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유령 사냥 활동을 금지 당한 피비는 큰 실의에 빠진다. 피비는 전편에서 가족들 중 가장 먼저 할아버지(이곤)가 했던 일에 관심을 가진 인물이며 과학에 대한 열정, 유령 사냥꾼으로서의 긍지와 책임감이 상당히 강한 아이다. 그런데 나이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팀에서 임시 퇴출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혼란스럽고 힘들 만도 하다.


피비는 집(작전 본부)을 떠나 거리를 맴돌다 또래 유령 멜로디를 만난다. 영원히 16살인 소녀 유령은 피비의 투덜거림에 공감해 주며 차원을 넘어선 친구가 되어준다. 하지만 멜로디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가라카(고대의 유령)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고, 멜로디가 피비에게 접근한 것도 가라카의 명령 중 일부였다. 피비는 멜로디에게 배신당하고 가라카를 풀어주는 자의 반, 타의 반의 실수를 하게 된다. 피비는 캘리의 품 안에서 여러 번 자책한다. 캘리는 “실수도 해보랬잖아.”라며 피비를 위로한다.


피비는 어린 나이에 비해 상당히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지식수준도 높고 책임감도 강하다. 그리고 생각 없이 놀고 사고를 쳐본 적도 없다. 캘리와 개리는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성인이 되기 전, 3년이란 시간 동안 피비가 그 나이대답게 놀고, 사고도 쳐보길 바라지만 피비는 어른들에게 3년은 우습겠지!라고 맞받아치며 캘리와 개리의 말에 담긴 애정과 걱정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피비는 잘못된 선택과 실수를 해보고 다시 가족(고스트/라이즈 버스터즈)의 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앞서 캘리와 개리의 말에 담긴 애정과 항상 돌아갈 곳이 되어주는 가족이란 울타리가 가진 안정감을 제대로 알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의 과정을 지나 피비와 캘리, 트레버, 개리는 완전한 한 팀, 한 가족이 된다.



전작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가 고스트/라이즈 버스터즈가 함께 손을 잡고 거대한 위협을 물리치는 뭉클한 화합의 과정을 그리며 끝이 났다면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고스트/라이즈 버스터즈가 각자 다른 길로 걸어가며 끝이 난다.


엔딩 장면에서 라이즈 버스터즈는 진정한 한 팀이 되어 새로운 유령을 사냥하기 위해 본부를 나선다. 이들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다. 그 자리에 남은 고스트버스터즈는 이제 일을 그만두고 ‘추억 속 유령 사냥꾼’으로 남을 사람들이다. 극 중에서 피터와 윈스턴은 우리는 이제 나이를 먹었다는 말과 황혼기에 대해 언급한다. <고스트버스터즈>가 세상에 나오고 오랜 시간이 지난만큼 실제 배우들도, 극중 캐릭터들도 모두 유령 사냥꾼으로서 은퇴를 생각할 만한 나이가 되었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엔딩 장면을 통해 오래도록 영화인, 고스트버스터즈로서 자리를 지켜온 이들을 향해 큰 박수를 보내며 이들의 은퇴를 축하한다. (‘영화인으로서’의 의미는 영화인으로서 엇나가지 않고 쭉 무탈하게 활동을 이어오다가 40년 전과 같은 모습으로 다시 고스트버스터즈에 출연한 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의미! 배우 본체의 은퇴를 말하는 건 아님.)


세대교체를 알렸던 전작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가 두 세대가 겹쳐지는 크로스페이드 부분, 고스트버스터즈라는 책임을 후세대에 알려주고 물려주는 순간을 담은 영화였다면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앞으론 트레이닝을 마친 새로운 세대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임을 새롭게 발표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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