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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Oct 27. 2024

특별하고 치명적인 모지리 커플의 얼렁뚱땅 라스트 댄스

영화 <베놈: 라스트 댄스> 리뷰 후기 / 신작 톰하디 베놈3

베놈: 라스트 댄스 (Venom: The Last Dance, 2024)

특별하고 치명적인 모지리 커플의 얼렁뚱땅 라스트 댄스

개봉일 : 2024.10.23.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 SF, 스릴러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켈리 마르셀

출연 : 톰 하디, 치웨텔 에지오포, 주노 템플, 리스 이판, 페기 루, 알라나 우바치, 스테판 그레이엄

개인적인 평점 : 3 / 5

쿠키 영상 : 2개. 엔딩크레딧 중간에 하나 엔딩크레딧 끝나고 하나


내가 본투비 모지리라 그런가. 나는 (착하다는 가정하에) 괴짜, 부적응자, 모자란 캐릭터에 쉽게 정을 준다. 그래서 엉망진창이라는 평을 심심치 않게 듣는 베놈 시리즈도 기꺼이 품어왔다. 얘넨 어쩜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모자랄까 싶은데 그 모자람마저도 사랑스럽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원래 베놈 시리즈는 생각을 내려놓고 보는 맛’이라는 궤변을 펼치며 주변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모자라도 좋으니 너넨 행복만 하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벌써 3번째 시리즈. 더욱 깊어진 우정. 아니 사랑


<베놈: 라스트 댄스>는 베놈 시리즈의 3번째 작품으로 제목 그대로 에디와 베놈의 화려한 마지막 커플 댄스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에디와 베놈이 함께 호흡을 맞춘 지 1년이 되어갈 때쯤, 유대감과 함께 둘 사이에 특별한 무언가가 형성된다. 지금껏 베일에 숨겨져있었던 베놈의 창조자 ‘널’은 그것을 수거하기 위해 사냥꾼을 보내고 에디와 베놈은 서로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쟤넨 부부 상담 좀 받아야 돼.” 2편에서 댄이 에디와 베놈을 보며 한 말이다. 극 중 인물과 관객들도 모두 인정할 만큼 에디와 베놈은 매번 쫀득한 노부부 케미를 보여줬다. 사실 베놈 자체가 작품성보다는 캐릭터의 매력과 케미로 겨우 호흡하며 달려온 시리즈가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도 기대 포인트는 명확했다. 이번엔 둘이 뭘로 투닥거리고 화해하려나?

1편이 공동체가 되는 과정, 2편이 상처받은 모지리들의 우정을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베놈: 라스트 댄스>는 이들의 사랑에 가까운 감정을 보여주는 로맨스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죽음이 갈라 놓을 때까지’라는 마치 청첩장 같은 포스터 문구처럼 이번 편은 에디와 베놈의 진한 사랑을 보여준다. 정말 나를 죽이지 않는 이상 떼어놓을 수 없다는 듯 서로에게 향하는 손과 검은 촉수가 이렇게 애달플 일인지… 외계인이랑 사람 관계가 이렇게 애절해서 어떡하나 싶을 정도다.

이번에도 엉망진창 얼렁뚱땅


베놈 시리즈는 항상 여러 각도에서 각본을 지적받아왔다. 3편도 역시 엉망진창 얼렁뚱땅 지나간다. 이 정도면 그냥 ‘전편과 다른 세계관이다’ 생각하고 보는 게 차라리 속 편할 수준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언제나 그랬듯 볼만한 액션 신들은 꽤 있다는 거다. 에디를 쫓는 새로운 세력과 벌이는 수중 전투, 다양한 변형과 생명체를 이용해 이동하는 베놈, 개성 있는 심비오트들의 등장. 특히 후반부에 길게 몰아치는 액션은 루즈한 전반부에 지쳤을 관객들을 힘있게 낚아채 엔딩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액션이라는 장점 하나로 이 영화의 단점을 모두 덮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저기 아쉬움투성이고 왜 이러나 싶은 순간도 많다. 이번엔 나름 선한 캐릭터들을 더해 공생과 희생, 극복이라는 틀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긴 한데… 여전히 질서가 없고 붕 떠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냥 관대한 마음으로 봐주기로 했다. 어쨌든 마지막이고 이게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엔딩이었을 테니까.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베놈이 만든 문을 여는 에디


마틴은 에디에게 ‘니에리카’라는 단어에 대해 알려준다. 니에리카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문으로 그것을 열면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다고 한다.

에디는 베놈을 만나면서 한번, 헤어지면서 한 번 그 문을 연다. 1편에서 베놈을 흡수한 에디는 라이프 파운데이션 사무실의 문을 부수며 세상으로 달려나간다. 이후 그는 이전엔 상상조차 못했던 새롭고 위험한 삶을 살게 되지만 베놈의 능력을 빌려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며 나름의 공생 관계와 독특한 우정을 유지한다.

그리고 약 1년 후, 에디는 다시 한번 문을 연다. 모든 상황이 끝난 후 에디는 베놈이 덮어준 문을 옆으로 치우고 ‘니에리카’라고 말한다. 에디는 이번에도 베놈이 만들어준 문을 열고 이전의 기록(범죄자로 오해받던 이력들)이 모두 지워진 뉴욕에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에디와 베놈의 헤어짐이 잠시일지 아니면 영원일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두 번째 쿠키 영상에 나온 베놈의 샘플이 들어있던 것으로 추측되는 병과 바퀴벌레. 그리고 반복적으로 보여줬던 생명체를 통해 이동하는 베놈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베놈의 일부라도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애정과 미련을 너무 길게 잡고 있으면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없다. 베놈이 미련을 누르고 에디의 손을 지나쳐 문을 집어오며 최선의 아름다운 이별을 한 것처럼 나도 이제 에디와 베놈을 보내줘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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