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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런 Dec 20. 2021

해를 보고 뭔 이딴 생각을 하지에서 '이딴생각'

mbti 맹신론자의 반성문

  KTX를 타고 고향을 내려가던 중 창가에 비친 해돋이를 보았다. 나의 휴가 시작 길에 해의 출근을 보니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참 신기하게도 해를 그려보라 하면 모두 주황 크레파스를 집지만 해가 풍기는 색채는 훨씬 다양하다. 노랑, 주황, 빨강, 보라, 파랑, 자주, 초록, 남색, 회색, 검정까지. 나도 무지개를 만들 수 있다고 자랑하듯 형형색색의 햇무지개를 촤르륵 펼쳐 보인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색채가 성격이라면 우린 해의 단면만 바라보는 게 아닐까. 해돋이부터 해넘이까지 시간과 날씨가 바뀌면 해의 색깔도 바뀌는데 우리는 늘 맑은 하늘 중천에 뜬 주황 빛깔만 생각한다. 사람도 상황에 따라 역할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데 우린 하나의 색깔로만 사람을 정의하려 하는 것 같다. 외향적인 사람, 내향적인 사람, 열정적인 사람, 유머러스한 사람. 때로는 한없이 주목받고 싶다가도 때로는 한없이 소외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누군가를 크레파스 색깔 집듯 하나의 색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햇무지개가 선사한 여러 색을 하나씩 세어 보았다. 파랑, 보라, 주황, 노랑. 그럼 저기 보라색과 주황색 사이 애매한 저건 무슨 색일까. 어떤 나라에서는 무지개의 색이 13개라고 한다. 사람들은 당연히 세상이 언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때론 말이 세상을 주조하는 것 같다. 빨주노초파남보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무지개의 색은 5개가 될 수도 23개가 될 수도 있었듯이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옳다고 믿는 ‘법’이라는 건 정의라서 법일까 법이라서 정의일까. 의문이 든다. 회사나 비행기에서 담배를 필 수 있었을 땐 실내흡연에 대한 인식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실내흡연이 금지된 지금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법을 떠나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이란 생각이 든다. 때론 법이라서 정의인가 보다.


   글을 쓰는 동안 해가 더 올라왔다. 하늘로는 부족했는지 호수까지 빌려 색칠한다. 해가 뜰수록 색의 다채로움은 사라지지만 하나로 통합되는 그 밝음도 여전히 좋다. 휴가로 기분이 좋아서인지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유병욱 CD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관점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평소에서 발견하는 것들을 새롭게, 낯설게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예기치 못한 차이점이 떠오른다. 오늘은 해돋이를 봤으니 조만간 해넘이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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