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팀장님은 예전부터 알고 지낸 분으로 평소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셨다. 다행이다. 새로운 팀에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 선배가 있고, 우리 회사로 막 이직한 경력직들이 많아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팀 사이즈에 비해 업무량이 많다는 것. 한명이 아이템을 하나씩 도맡아 기획부터 운영까지 진행하는 구조로, 나 역시 낯선 신사업 아이템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지금. 내 머릿속엔 온통 일, 일, 일 뿐이다. 잘 모르는 분야를 엉겁결에 맡아 진행 중인데, 내일 당장 어떠한 이슈가 터질지,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막막함. 그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우리 회사 대리급이 대거 퇴사했고 경영진들은 그 사실을 외면한 채 끊임없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도록 요구하고 있다. 우연히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PM까지 맡게 되었으니 할 말 다했지, 참.
나는 일할 때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다. 내가 맡은 업무에 약간의 강박증, 불안장애가 있다고 볼만큼 디테일하게 직접 챙기려고 노력한다.
원래 성격도 이러한데, 생전 처음하는 분야를 혼자서 하다니. 그래서 요즘 나는 너무나 지쳤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새로운 팀의 장점은 또래 여자 동료들이 많다는 것.
각자 맡은 일이 달라 깊이 있게 업무 이야기를 하긴 어렵지만, 항상 서로의 기분, 근황, 업무 경과를 체크하고 마음을 (적당히) 털어놓는다.
오늘동료들에게서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팀 차장님 한분이 쏠쏠한 부업을 하고 계시다는 점. (정확히는차장님의 사모님이 하고 계시다고.) 그 차장님은 평소 승진, 커리어에 큰 욕심이 없어 보이셨는데, 그런 속사정이 있었다니!
최근 인스타 마켓을 운영하다 퇴사한 직원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꾸준히 유튜브를 업로드한다. 후배 한 명은 빡세지만 전문성 쌓기 좋은 곳으로 이직을 했고, 한 선배는 스톡옵션의 꿈을 안고 스타트업 창립멤버로 합류하셨다. 모두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나는 진지하게 동료들에게 물었다.
"본인 에너지의 몇 퍼센트를 회사에 투입하세요?"
한 동료는 회사 말고 딱히 신경 쓸 것이 없다며 쓴웃음을 보였다. 또 한 명은 작년까지 빡센 컨설턴트의 삶을 살다가 대기업인 우리 회사로 이직했는데 만족한다고 한다. 저녁에 운동하고 주말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여유가 좋다고 한다. 선배 한 분은 퇴근하는 순간 회사일은 잊는 편이라며, 나 보고도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고 한다.
내가 말했다.
"저는 회사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넣고 있나 봐요. 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다른 것에 집중하기 어렵고 잠도 못 자겠어요. 다들 일 하면서 언제 자기 삶을 챙기는지. 결혼하고 이직하는 분들 대단해 보여요"
정말 궁금하다.
회사 일 하고 자기 인생 챙기면서 수입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이직에,그 와중에 결혼육아까지 하는 K 직장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