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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아일보 Sep 13. 2016

ADHD,
아이는 도움이 필요한 것일 뿐이다.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다니던 학원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다. 아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라이터를 보고 갑자기 불을 지르고 싶어졌다고 했다. 


관련 기사의 말미에는 이 아이가 2년 전 ADHD 진단을 받았었다고 했다. 


ADHD는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의 약자로 우리말로 풀이하면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이다. 대부분의 ADHD 아이들은 뭔가를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 아이도 충동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기사가 조금 걱정되었다.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할 뿐, 치료를 받았는지에 대한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ADHD 진단 자체를 무서워한다. ADHD라고 진단받은 아이들을 무슨 괴물로 오해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무서워해야 할 것은 진단이 아니라 방치다. 



ADHD는 지역이나 인종적 차이가 거의 없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체 인구의 5.3% 정도가 ADHD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전국적인 유병률 조사 결과는 약 6.5%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경우 잠정 환자 수 대비 치료율이 50%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약 11.2%로 매우 낮다. 진단을 받아도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도움을 받아야 할 수많은 아이가 그냥 어른이 되어버린다. 나는 그것이 더 무섭다.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사고들. 운전하다가 화나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보복운전을 하고,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데 욱해서 소리 지르고 싸우는 것은 다 조절이 안돼 일어나는 일이다.

ADHD의 핵심은 ‘조절 능력의 미숙함’이다. 


주의력은 인간의 조절 기능 중 중요한 영역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 주의력 기능을 ‘학습’에만 국한시켜서 생각한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움직임이 많거나 집중을 못해 성적이 떨어질 때만 ‘집중력 부족’을 걱정한다. 집중력 또한 주의력 기능 중 일부이다. 이마저도 “애들 다 그래. 크면 다 좋아져”라고 쉽게 생각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ADHD로 진단을 받은 아이의 70% 이상이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지속되고, 50∼65%가 성인기까지 증상이 남아 있다.



내 아이의 조절 능력이 또래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것 같다면, 일단 눈여겨보아야 한다. 집단생활을 시작했는데 아이의 행동이 또래와 많이 다르다. 다른 아이들은 앉아 있는데 자꾸 돌아다닌다. 돌아다니지는 않는데 항상 좀 멍한 것 같다. 생각이나 행동이 느린 것 같다. 그렇다면 또래보다 어떤 기능상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1년에 한두 번이면 괜찮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그런 모습이 눈에 띈다면, 전문의와 의논해 봐야 한다. 물론 그 아이들이 모두 ADHD는 아니다. 하지만 그 미숙함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도움을 줘야 한다. 


나는 부모들에게 주의력의 역할을 ‘공항의 관제탑’과 같다고 말하곤 한다. 한마디로 하자면 ‘조절 능력’인데,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상황이 생기면 전체를 조망하여 중요도를 따져 우선순서를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처리해 나가기 위해서 뇌를 활성화시키고, 결과를 미리 예측해 보면서 진행하고, 속도를 조절하고, 중간중간 수정하고, 하기 싫은 일에도 내적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우리가 아이를 가르치는 목적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즉,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통찰력과 나이에 맞는 조절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가 문제가 있어 걱정이 되면 숨기지 말고 부모가 서로 진지하게 의논을 해야 한다. 이때 서로를 탓하거나 집안을 들먹거리면 안 된다. 아이의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마음이 힘들다. 이 힘든 마음을 잠시 잊기 위하여 아이의 문제를 부정하거나 외면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아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무한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은 아이의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 부모가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인 문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의논하여야 한다. 이 과정을 두려워하지 말자. 아이는 도움이 필요한 것일 뿐이다.


글: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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