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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우 Jul 24. 2022

후배 여직원과 출장에서 생긴 일 1/2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후배 여직원을 데리고 부산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이른 아침 공항에서 캐리어 손잡이를 두 손으로 공손히 맞잡고 기다리던 그녀를 만났다. 소라색 세로선 스트라이프 셔츠에 곧은 검은 바지가 안 그래도 훤칠한 그녀를 더 눈에 띄게 했다.


잠시 서로 어색했지만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바쁜 일정으로 더 이상 어색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폭풍같이 빡빡한 하루 일정을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겨우 마쳤다. 그녀의 손이 없었으면 쉽지 않은 일정이었기에 애써준 그녀가 고마웠다.


하루 종일 고생했는데 저녁이나 사줄까 싶었지만, 어린 여직원에게 출장지에서 껄떡댔다 소문날까 싶어 퇴근시간 맞춰 각자 호텔방으로 헤어졌다. 나와 같은 구조의 옆방에서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무거운 피로에 룸서비스로 저녁을 해결하고 일찍 잠이 들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망설이다 내려온 호텔 피트니스 클럽에서는 이른 새벽에도 불구하고 인기척이 들려왔다. 카드 키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무동력 스텝 밀의 발판을 차분히 구르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압축 공기가 소리를 내는 머신 위에서 회전하는 계단을 힘주어 밟고 있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넉넉한 티셔츠 아래로 그녀의 긴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종아리만큼 길고 좁은 허벅지는 그녀가 계단을 짓누를 때마다 세로로 긴 두 개의 근육으로 갈라졌다. 운동화 위로 드러난 흰 발목에서부터 이어진 가는 근육의 선들이 종아리와 허벅지를 지나 엉덩이 바깥 근육으로 이어져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꿈틀대었다. 어제 그녀의 곧은 검은 바지 속에 감추어져 있던 다리이다.


그녀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하게 슬며시 문을 닫고 방으로 돌아왔다. 땀도 나지 않은 몸 위로 샤워기를 뿌려대는 동안 그녀의 길고 흰 다리가 머리에서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평소보다 긴 샤워를 하며 난 그녀를, 그녀의 긴 다리를 눈을 감은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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