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남우 Nov 02. 2022

여자 직장동료의 은밀한 제안

그녀의 제안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업무상 가끔 회의실에서나 마주치던 서 과장이 이른 아침부터 날 찾아와 커피 한잔 하지 않겠냐고 했을 때, 그녀가 이런 제안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이야기에 난 입에 머금던 커피 한 모금을 간신히 삼켰다.


“제가 이런 제안드린다고 절 헤픈 여자라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전 이게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 네, 그런가요?”


“네, 누구나 한 번씩 너무 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한 달에 한두 번쯤. 그럴 때 그 욕구에 못 이겨 클럽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과 멍청한 실수를 하는 것보다는 안전하고 믿을만한 사람과 푸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또박또박한 말투로 그녀는 마치 일 이야기를 하듯 말했다. 누가 보면 그녀와 난 심각하게 회사일 이야기를 하는 듯 보였을 테다. 실제로는 그녀와 난 남녀의 욕구와 몸을 섞는 이야기를 아침 8시에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한 커피숍에서 하고 있었다.


“근데… 왜 절 선택하신 거예요? 서 과장님 정도 외모면 회사에 저보다 젊고 매력적인 남자 직원들한테 인기가 많을 텐데요.”


주변 사람들에게 들릴까 난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날씬한 몸매에 세련된 외모의 그녀는 누가 봐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걸까.


“세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부장님은 입이 무거워요. 어디 가서 침대에서 있었던 일을 떠벌리며 자랑하는 그런 가벼운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둘째, 부장님은 친절해요. 회사에서 말하는 투나 사람들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항상 따뜻하세요. 관계 후에 최소한 절 쓰다듬고 토닥여줄 친절은 갖고 계실 것 같아요.”


내가 사회성이 별로 없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걸 그녀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나 보다. 내가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난 그저 모두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려고 했을 뿐인데.


“아…네, 뭐 그렇군요… 셋째 이유는요?”


“마지막으로 부장님한테서는 좋은 냄새가 나요. 향수 냄새는 아닌데 은은하게 달콤하고 고소한듯한 냄새예요. 갓 구운 빵 같기도 하고 옥수수 수프 같기도 한 냄새가 있어요.”


난 커피 컵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였다. 내가 무슨 유교 보이도 아니고 이런 면에서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편분이 아시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럼 저도 곤란한데…”


“걱정 말아요. 서로 텔레그램으로만 연락하고 업무시간 내에서만 만나서 하면 들킬 일 없을 거예요.”


그녀는 번지점프대에서 안전줄을 잡아주는 안내원처럼 노련한 말로 날 안심시켰다.


그녀와 난 마시던 커피 컵에 뚜껑을 닫고서 커피숍을 나와 사무실을 향해 걸었다.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내 발자국에 맞추어 또각거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난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내 머릿속과는 달리 평온하고 차분했다.


“저, 서과장님… 아까 이야기한 세 번째 이유요. 저한테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하신 거…”


“네, 맞아요. 부장님한테서 나는 그 냄새요.”


“그 냄새… 왜 나는지 알려드릴까요?”


엘리베이터 안은 그녀와 나의 숨소리와 야릇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난 그녀의 손을 잡아 내 바지 주머니에 깊숙이 집어넣었다. 갑작스러운 터치에 그녀는 당황한 듯했지만 내 주머니에 가득한 그것을 손바닥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아니, 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것은…”


“네, 맞아요. 제 냄새의 비밀이에요.”


그녀는 내 주머니 속의 그것을 조심스럽게 꺼내었다. 뽀얗고 하얀 호빵이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탐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부장님 매력의 비밀은… 호빵이었군요!”


그녀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을 두 손으로 감싸며 입술로 다가갔다.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호빵의 향에 취했다.


*****


회의실의 불이 켜지자 화면을 응시하던 눈빛들이 내게 집중되었다. 이사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래서, 저게 새로 나온 호빵 광고 아이디어라고?”


“네 맞습니다. 기존의 지루하고 식상한 호빵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섹시하고 틀을 벗어난 콘셉트의 광고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지난 한 달간 준비한 내 야심 찬 결과물에 난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고 대답했다. 어린 시절의 추억에 젖어 호호 불어먹는 호빵의 이미지를 과감히 깨고 싶었다. 호빵도 초콜릿이나 샴페인처럼 아슬아슬하고 섹시한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호빵과 원나잇. 호빵과 오피스 불륜. 그리고 호빵과…


“이 부장”


“네? 이사님”


이사님은 코에 걸친 안경을 천천히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짐 싸, 이 새끼야”

매거진의 이전글 후배 여직원과 출장에서 생긴 일 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