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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pers Summit Mar 25. 2021

가장 (불)완전한 생각

"동물의 눈으로" 와 가상 현실로 상상하는 현실

혼자서 숲속 길이나 나무 그득한 공원 길을 거닐어 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솔 내음 혹은  발아래 밟히는 낙엽 소리를 느껴 보았길 바란다.

실제로 숲을 걸음의 경험은 인간의 모든 지각을 담그는 활동이다. 중력의 무게로 밟히는 낙엽의 바스락 소리도, 후다닥 나를 피해 달아나는 짐승도 ‘나’에 비례하는 것이다. 즉, 나에게 강하게 느껴지는 색깔과 촉감, 소리와 향은 합쳐져 내게 ‘실제’를 선사한다. 즉 리얼리티란 뇌가 주는 여러 데이터의 종합적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은 종종리얼리티에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술가가 만든 가상 현실이 우리한테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Eyes of the Animal은 가상 현실 헤드셋과 배낭을 착용하여 관객이 숲 속 생물의 감각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360도 몰입형 가상 현실 경험이다. 이 경험은 온라인과 모바일에 맞게 디자인되었는데, 나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을 직지에 빗대어 보여주고 싶었다. 직지가 인쇄기술을 만듦으로 정보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꿨듯 어떻게 가상 현실 기술이 예술과 만나 어떤 다른 현실을 가능케 할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5년 전 <직지*, 금빛 씨앗> 전시의 일환으로 이 팀이 한국에 왔다. 

*직지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권’이 남아있는 『직지(直指)』는 현존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다.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돼 구텐베르그의 42행 성서보다 78년이 앞섰다.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된 ‘인류의 보물’이다. 그래서 ‘직지’에 담긴 창조적 가치를 현대 예술로 풀어보자는 국제행사가 제1회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 이름으로 열렸고, 그때 필자는 주제전시를 기획 했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나무 트렁크에 앉아서 VR 헤드셋이 숨겨진 헬멧을 쓰면 작은 모기로써, 잠자리로써, 개구리로써, 올빼미로써 숲을 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 눈앞에 아래와 같은 장면이 360도 펼쳐진다고 생각해보자. 손을 뻗으며 닿을 것 같은데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 과는 다른 리얼리티다.

맨 처음엔 작은 곤충의 시선을 경험하게 되는데, 숲 속을 날다 모기에게 잡아 먹히게 된다.


그런데 모기의 후각은 이산화탄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가 만약 모기의 감각으로 숲속을 들어서면,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따라서  그래픽과 같은 숲속 세계를 비행하게 될 것이다. 잠시 관객은 모기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아래처럼 말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 픽셀 처럼 흩어지는 그 에너지들의 의미가 궁금해진다.

이번에는 개구리가 된다. 꿀렁거리는 소리가 아주 선명하고 크게 울려온다

이  VR Head Gear를 쓰고 있는 10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난다. VR Head Gear를 착용한 관객을 옆에서 지켜보노라면 우리는 쉽게 '아하, 저 사람은 지금 올빼미가 되어 올빼미의 눈으로 숲을 바라보는구나' 라고 직감한다. 왜냐면, 위의 그래픽처럼 그 관객은 양옆이 보이지 않는 시야 때문에 좌우로 고개를 돌려야  하기 때문에 올빼미 처럼 도리도리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업 - 우리가 현실이라 받아드리는 그 현실은 우리가 지각하는 만큼 인식하는 것이라는 것. 즉 인간적 감각 능력과 다른 생명체의 감각을 공감함으로써 또 다른 감각들을 확장, 틀에 박힌 사고에서 더 넓고 유동적으로 리얼리티를 바라보면 어떨까?


 그리고 감각을 확장하는 기술이 예술에 갖는 기대감도 크다. 요즘 시끄러운 고유한 암호를 부여한 디지털 자산을 작품화한 NFT아트가 또 다른 화폐가치가 아닌 새로운 영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시멜로 레이저 페스트 (Marshmellow Laser Feast) 라고 불리는 이 그룹은 여러 아티스트들이 협업해서 작업을 만든다. 게임 제작과 비슷한 기술들 – 컴퓨터 그래픽, 가상 리얼리티 등을 활용하지만, 상업 목적이 아니다.  이 ‘동물의 눈으로’작업도 처음에 Abandon Normal Devices 영국산림청이 후원해서 만들어졌다.


작업 과정을 보면 기술을 활용한 샘플링이 핵심이다. 소리를 샘플링하고, 숲의 일부를 헬멧에 담고, 라이다 스캐너**늘 통해 숲의 일부를 360도 전경으로 담았다. 그러고 보면 자연의 일부를 담는 건 그게 물감인지 스크린인지 다르지만, 같지 않을까?


관객들이 즐기기 위해선 무거운 헤드셋도 있지만 10분간의 ‘비행’을 부드럽게 진행하기  위해 마시멜로 레이저 페스트 팀 2명이 도착해, 전시 기간 내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들은 곤충과 숲을 합쳐놓은 듯한 마스크 8대, 각종 콘트롤 파낼, 몸에 입는 조끼 (미세하게 흔들린다) 등 자신 몸무게보다 2배씩 더 들고 왔다.  크리스티나와 벤, 두 명이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울지도 모른다.

https://vimeo.com/140057053


새로운 기술에 대해 비관적인 사람들도 많다. 지금 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지겨운데, 하며 왜 굳이 예술까지 차가운 기계를 이용해야 하냐 되묻는다. 하지만, 만약 이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순간 나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 창작 뒤에 수많은 협업과 어느 동물의 눈으로 보던 그 너무 아름다운 세상 때문에 말이다.


**LiDAR Scanner(라이다 스캐너)는 빛이 물체에 닿았다가 반사돼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파악하는 기술인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기술을 이용한 스캐너. 


김승민 큐레이터, 슬리퍼스써밋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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