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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언타운 Aug 04. 2020

#4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지금, 타운에서 홀로서기

-update your fit, upgrade your life


 타운의 지하 1층에는 어쩐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 있다. 바로 피트니스 센터 <업핏>. 멋진 몸의 언니 오빠들이 계속 드나드는 곳이라 어쩐지 저질체력인 내가 가기에는 겁이 났다. 하지만 막상 용기를 내 발을 들이자 근육슨생님들이 세상 그 누구보다 친절한 미소를 띄며 인사를 건넸다.


 “동료가 되라.”


"너, 내 동료가 되라"
루피 해적단

 

타운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업핏 헬스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통 오피스텔이나 도미토리에 피트니스 시설이 있는 곳이 거의 없는데, 타운에서는 5성급 호텔처럼 피트니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 1등 피트니스 선수 선생님들이 언제나 상주하고 계시기 때문에 나같은 헬린이들도 걱정이 없다. (쌤, 저 잘했죠^^?)


 농담은 접어두고, 우리가 하는 일들은 모두 건강에 기초하고 있다. <미생>에서도 그렇게 말하지 않나.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라고.


  "네가 진정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면역력과 기초체력이야말로 삶의 기반이기에 그게 무너지면 그 위에 세워진 삶도 와르르 무너지기 마련이다. 업핏은 타운에서 바로 이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곳이다.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모두 피트니스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공간에서 간단한 체력운동부터 선수반까지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어디에도없는 혜택이다.

 업핏에서라면 헬린이도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선수가 되어있을 것이다.



-‘피로 이어지지 않은 가족이라 좋은 점도 있어’



유니언마루에서 바라본 한강 (pm 5:30)

 

 유니언타운의 9층에는 타우너들만 갈 수 있는 특별한 루프탑이 있다. ‘유니언마루’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답게 이곳은 타운의 ‘대청마루’ 역할을 한다. 대청마루는 일상생활의 중심이자 사방이 트여있어 선선한 바람이 드는 곳이다. 그래서 식구들이 오손도손 모여앉아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기도, 여름날엔 함께 낮잠을 자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나처럼 센치해진 타우너들이 이어폰을 꽂고, 맥주를 한 병 들고 마루 계단에 걸터 앉아있었다. 서로의 거리를 존중하며 각자의 사색에잠겨있던 사람들은 조심스레 말을 걸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한 말들을 건넸다. 타운에 함께 산다는 유대만으로 우리는 이미 가까운 친구가 된 것 같았다.


최근 칸 영화제 경쟁작에 올랐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피로 이어지지 않은 가족이라 좋은 점도 있어. 서로 기대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느 가족>을 보며 어쩌면 사람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은 ‘기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는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하고 상처받는 일을 반복한다. 특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서 그 기대치는 더욱 커지곤 한다.


 그렇게 실망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절대 버릴 수 없는 ‘가족’이란 대체 무얼까. 서로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과한 기대보다는 애정과 배려로 엮인 집단이라면 꼭 피가 섞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족이라고 불러볼 수 있지 않을까. 타운이라는 한 공간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공존도 새로운 가족의 형태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유니언마루에서 바라본 한강 (pm 9:00)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실 나에게는 어릴 적부터 느껴온 ‘이방인’의 감각이 있었다. (중2병 같다고 말해도 별 수 없다ㅠ)분명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인 것만 같았다. 어딘가 붕 떠서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느낌. 그래서 자주 기운이 빠지고 가끔 우울했던 것 같다.


 그 원인이 ‘나만의 고유한 공간의 부재’였다는 걸 바로 여기서 발견했다. 본가에서 내 방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엄마가 빨래를 개어 가져다주고, 아빠가 에어컨 바람을 쐬며 누워있기도 하는. 그야말로 거실과 다를 게 없는 공유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업플로에서는 달랐다. 나의 방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고, 함께이고 싶을 때는 거실로 나가면 언제든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삶’도‘함께하는 삶’도 내가 원하는 비율로 정할 수 있었다. 또 손만 뻗으면 내가 원하는 것에 닿을 수 있다. 안정감을 주는 환경,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 마음이 맞는 사람들까지. 이렇게 완벽한 균형과 충족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마루에서의 급 회동을 마친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다. 방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쓸쓸하지 않다. 나는 이곳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한 명의 개인이 되어, 더이상 이방인이 아닌 것만 같다.



유니언마루의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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