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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Jun 03. 2024

-영생 말고 현생-

박재영


-영생 말고 현생-


축구화 스터드가 인조잔디에 미끄러져 나가며 체육복 반바지를 입은 것을 후회하며 까진 다리를 어루만지며 후회하던 것도, 프리킥이 멋지게 감겨져 골을 먹였을 때 그 주변에서의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환호도, 수정구 안에서 백업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정구 안에서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되뇌이면서, 움직일 수 없는 다리와 팔의 신경계를 어루만지면서 고민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신체가 없어도 생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친구들과 축구하고 해지는 장엄한 노을을 바라보며 먹는 500원 짜리 초코퍼지도,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성적을 얻었을 때 호날두의 무릎 슬라이딩도 그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야만 할 뿐인 수정구에서의 영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 지문에서 논하는 이원론은 육체와 정신을 그저 하나의 공동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원자로 이루어진 단순한 육체와 복잡한 회로로 구성된 정신을 분리하는 관점이다. 그와 반대되는 동일론은 정신과 육체는 동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정신 역시 화학적 명령을 내리는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의료기관에서 처치를 받고 약을 복용한다. 그러나 정신이 이와 별개의 것이라면 왜 신경안정제를 먹고 정신의학과가 있는 것일까? 이원론은 이러한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모순을 지니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의 신체는 뉴런과 신경들로 세세하게 정신과 이어져 있으며, 두 팔을 움직이고 두 다리를 움직이며 생각한다. 오감으로 이루어진 그 원초적이고 말초적인 근육 신경들의 자극으로 인간이라는 하나의 본체는 움직이고 생각하며 행동한다. 그러나 수정구에 정신이 이식 된 체 가만히 누워있는 것도 아닌 그 인간의 정신은 얼마나 병이 들고, 또 다시 몸을 이식 받게 된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정신병들과 육체적인 고질병들로 시달릴까?


“철 없을 적 내 기억 속에, 비행기 타고가요.”


예전 유명했던 거북이 라는 밴드의 ‘비행기’ 라는 노래가 있다. 마치 추억을 노래하듯 즐거운 멜로디에 무언가 슬픈 의미를 담고있는 가사. 철 없을 적 내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나마 남아있는 것을 성인이 된 지금 회상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우리가 영생을 살기로 결정한다면 ㅁ이렇게 어느 순간 철 없었던 시절의 비행기를 회상 할 수 있을까? 수정구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이어지는데, 어떻게 그 아름다웠던 비행기를 떠올릴 수 있을까.


나는 때로는 힘들고 지쳐 쓰러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영생보단 현생을 선택하겠다. 수정구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씨름하느니 차라리 내 육체와 정신이 한계까지 폭발적인 아드레날린과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 힘들고 쓰러지고 싶을지언정, 아킬레스건이 나가도, 이빨이 깨지고 입술이 터져도 현생을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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