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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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유가 사라진다.
하루에 호흡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수면의 시간이 줄어든다.
고통을 삭힐 시간이 부족해진다.
내일을 살아갈 용기가 부족해진다.
어쩔 줄 몰라한다.
다들 그런 때가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불안하기만 하다.
매일 밤을 꿈 속에서 방랑하는 내 모습을 볼때면,
두려워진다. 저게, 정말 내가 맞는지 하고 다시 물어본다.
틀림없이 조가람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저 가짜는
내 꿈을 주식으로 갉아먹고 산다.
“ 와교관이 되고 싶어요 ”
“ 국제기구 유엔에서 인권 관련해서 일하고 싶어요. ”
“ 스포츠 관련 기자가 되고 싶어요 ”
“ 의대에 가고 싶어요 ”
’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한 마디.
남들에게 비웃음을 당할 것이 뻔한데,
소리를 입 혓바닥 끝뿌리에서 굳어버려, 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목구멍 속 목젖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한탄의 목소리를 억지로 꿀꺽 하고 삼켜본다.
위에 안착한 이 목소리들은,
극심한 복통을 불러일으킨다.
’ 나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
‘ 그냥 내가 재밌는 걸 하고 싶은데. ‘
’ 난 아직 앞을 내다보기엔 너무 어린데. ’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을 못하겠다.
과학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다른 진로를 생각해보겠다고 말을 할 수 없다.
나에게 주어진 말은 그저,
“ 네, 할게요 ”
“ 안힘들어요 ”
“ 할 수 있어요 ”
“ 죄송합니다 ”
“ 더 열심히 할게요 “
아픔을 치부하는, 부정을 부정하는 말들 뿐.
목소리를 내려할 때마다 눈 앞이 막막해진다.
지금 내가 여기서 화를 낸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여기서 이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
그저 길이를 젤 수 없는 공포감과 두려움만이
나의 입을 막을 뿐이었다.
그런 하루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내가 밉다.
어떻게 발버둥을 한번도 치지 않을까.
차라리 한 마디 시원하게 내뱉고 욕이나 먹을까.
몸은 안따라주는 마음의 목소리.
난 오늘도 하루를 삭히고,
나의 목소리를 삼킨다.
갈증으로 갈라져버린 나의 목은
애써 “ want “ 를 부정한다.
미소로 떼우는 나의 대답은
나도 알 수 없는 비애의 모습을 띄고 있다.
“ 뭐 먹고 싶은거 있어? ”
“ 아니 ”
“ 뭐 하고 싶은거 있어? ”
“ 아니 ”
“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
“ 아니 ”
질문들에게 겁을 먹고, 답으로부터 도망을 치고,
거짓말을 하고, 눈물을 참아내고,
하루를 버텨내고, 밤을 방랑하며
내일을 증오하는 나는
하염없이, 입을 다물고 앞을 걸어간다.
누군가 나에게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또 미소를 띄우며 아니라고 하겠지.
그런 나의 머릿속은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는 바다를 그리고,
그런 나의 눈길은 막 구운 빵으로 시선이 고정되어 있겠지.
“ 이젠 모르겠어요. ”
“ 제가 뭘 하고 싶은지, ”
“ 원하는게 없어져가요. ”
“ 없어져가기 보다는 제가 지워요. ”
” 장애물에 걸려넘어지면 곤란해지니까, “
점점 취미를 장애물로 생각해가는 나는
내일은 또 어떻게 반복이 될지 두렵다.
다른 길로 세기엔, 너무 모범적인 모습을
어른들이 알고 있다.
그렇다고, 이 길에 맞춰서 가기엔,
내가 많이 부족한 것도 알고 있다.
차라리 이럴 땐 잠시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겠어.
잠시 멈추고 살랑거리는 바람에 머릿결을 풀어두고,
햇빛을 보며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
그런 하루를 한번은 보내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겠어.
그치만, 망설이기만 해.
내가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어.
꿈 속에서만 꿈꾸던 일을
내가 해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
도대체, 나에게 언제쯤 확신이 생길까.
언제쯤 자신감이 생길까.
언제쯤 믿음이 생길까.
배게 속에 처박은 나의 얼굴은
눈물로 적셔진 비릿내가,
샤프를 오래잡아, 굳은 살이 많이 생긴 내 손에서는
비통한 한탄의 목소리가,
물을 마시지 않은 나의 목에는
꿀꺽 삼켜버린 비애의 욕망이,
오늘도 나를 치부시키고, 치환시키며,
사뭇 잠에 들지 못하게 내 등골을 시립게 만들어버리네.
하루를 낭비하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드네.
더 이상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하는지,
이유를 지워버리고 지워버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