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윤
문득 생각났던 새학기 첫날이었어. 내가 교실에 들어갈 때, 마침 너네가 앉아있더라. 그냥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생각하고 자리에 가서 앉았고, 그 뒤로 난 자연스럽게 혼자가 당연했던가봐. 학교에서의 공식 찐따로써, 온라인 세계는 나에게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되는 것이 일상화가 되었어. 어느 순간 나에게 챌린지를 보여주던 친구들도 내가 인스타가 없다고 하자 슬슬 나를 피하기 시작하였으며, 릴스를 보여주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뒤에서 무식하다는 말을 여러번 들은 적도 있었어. 그 아이들은 왜 나를 싫어할까? 생각해본적도 있었어. 진짜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있었고, 너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아파하면서 누군가에게 울부짖어본 적은 없었지만 그러한 사람들의 자살 사례도 생각하면서 나는 절대 이런 걸로 죽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너네에게 복수하라는 엄마의 말도 다시 되짚어보면서 지난 날의 나를 바로잡으려고 했어. 다른 반 친구들도 최대한 만나면서 너네랑 엮이지 않으려고 했어.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도 가만히 놔두지 않는 너네가 정말로 밉더라.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여전히 너넨 날 싫어하더라.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 의도적으로 나를 그저 고의적으로 싫어하게 된 것처럼 만드려는 것이 눈에 다 띄더라. 정말 물어보고 싶었고 계속해서 질문해보고 싶었던 목록들을 만들어봤어.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건, 모든 걸 다 잃어도 괜찮다는 나의 의지였으며, 혼자가 가장 낫다는 나의 깨달음이었어. 나중에 묘비명을 그걸로 만드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바래왔던 나의 새학기 로망은 부서진지 오래, 그냥 공부만 하니까 친구들이 꼬이지는 않는다는 게 좋았어. 조별활동 정도야 뭐, 내 깡다구라면 버틸 수 있었으니까.
문득 날 따 시키는 무리 중의 한 명이 나를 째려봐서 같이 째려봤는데, 갑자기 무슨 순정만화 주인공이라도 된다는 듯 비운의 표정을 짓더니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이르면서 나를 욕하기 시작하던거 있지. 머릿속에는 그저 물음표밖에 차지 않았고, 째려봐서 같이 째려본 것 뿐인데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건가 싶었어. 체육대회 포지션을 정해도 너넨 마찬가지였지. 나는 달리기를 잘해서 여자애들 중 달리기 1등을 하였는데, 잘 달리지도 못하면서 나의 달리는 자세가 별로라느니 어쩌면서 뒤에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지. 자기들이 잘 뛰면 되면서 또 그렇게 말은 많더라. 2학년이 되고 처음부터 따를 당하면서 이제는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졌고, 생각보다 괜찮을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긴 해. 확실히 친구들에게 끌려다닐 때보다는 훨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기에 난 그들이 온라인 좀비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더라. 그저 누군가를 타겟으로 고의적인 싫어함을 만들기 위해 온라인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악랄한 인간들일 뿐이겠지, 어느 순간 누군가를 피하고 그 모든 행동을 다 욕하게 되다 보면, 시간이 지나서 그 아이를 왜 따돌렸는지 모르게 되는 것 처럼 말이야. 이상하지 않아? 니네가 날 왜 싫어하는지 모르게 되었을 때, 나는 솔직히 너네가 한 사람을 잡고 그저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나를 까내리는 것을 알아차렸어. 비겁하고 많이 속상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냥 한심하다고 밖엔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 이젠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 내가 이것을 다 잊는 순간이 오지 않을 거라는 것도 깨달았어.
문득 그럼에 너무나 여리고 바르게 자라왔던 나에게 그러한 가시같은 말들은 오히려 상처를 입게 하더라. 엄마의 말들도 아직까지 힘들게 나에게 자리잡고 있지만, 아직도 모진 엄마의 말에 버티기 힘들 때가 많아. 그럴 때는 여전히 잠과 음악이 나의 마음을 치유해줘. 그것들이 언제까지 나를 보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나를 조금 더 살 수 있게 만들어주니까. 지금까지 수만번의 통제와 수만번의 야단과 수만번의 눈물을 삼키다 보면 어느새 나의 마음은 피폐해져있고, 모진 말에도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나의 신체가 보여. 어느샌가 인스타만 하면서 나를 베제시키고 나를 더 이상 아름답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점점 많아지면서 나도 그 반열에 오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솔직히 쓸모없는 짓이더라. 이러한 것들을 할 시간에 공부할 생각을 더 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좀. 이렇게 자란 나라서 조금 더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한 내가 너무나 아쉬워. 그럼에도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 그냥 즐기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소위 찐따라고는 하지만 내가 찐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주변에는 버티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고, 맞서싸우라는 말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솔직히 버티라는 그 말이 조금 속상했어. 아무도 나에게 그들의 머리채를 잡고 싸울 기회를 주지 않더라고, 그렇다면 더 잘 싸울 수 있었을 텐데. 그렇기에 문득, 문득, 문득 한 번 더 너네가 나를 괴롭히는지 생각해봐. 너네도 문득 내가 보여서 그랬잖아,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