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오브 락 2025 10 05
유지민
‘선생님? 왜 그래? 노래 못 하겠어요. 토미카, 왜 그러니? 속이 울렁거려요. 겁 나는 거야? 왜? 뭐가 무서운데? 날 비웃을 거에요. 널 왜 비웃어? 난 뚱뚱하니까요. 토미카... 다들 널 부러워할 거야. 넌 재능을 가졌어. 아리사 프랭클린 알지? 그녀는 뚱뚱했는데, 사람들에게 인기가 엄청 많았잖아? 그리고 나도 뚱뚱해. 그렇지만, 나는 무대를 지배하지. 왜 다이어트 안 하세요? 먹는 게 좋으니까.”
주눅 들어 고개를 들지 못하겠는 하루, 분명 햇빛은 화창하나 도저히 내 얼굴은 음울함에서 피어 나오지 못하겠는 그런 날, 내가 참 초라하고 쓸모 없게 느껴 질 때 우리는 영화 속 듀이의 간결하고 힘 찬 한마디의 응원이 간곡히도 필요하다. 그러나 맑은 하늘의 밝은 날씨 대로 세상은 순탄히 흘러 가기에 그런 각자의 우중충함 따위를 신경 써 줄 이는 없는 것이다.
<스쿨 오브 락> 은 얼핏 보면 코믹하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 마냥 보인대도 사실 수많은 이 세상 위 비스킷들이 점점 잃어가는 ‘자존감’ 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 듀이는 험한 락 음악가의 길을 걸으며 인생을 어렵게 살아온 인물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좋지 못한 사회적 시선들의 표적이 된 신세로 고가의 사립 학교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부자 집안의 자녀들이니 근시 걱정 할 것 없겠거니 하겠지만 사실 듀이가 만난 학생들은 저 마다 헐떡이고 있었다. 끈임 없는 자기 착취와 부모님의 과도한 자유 억압은 불안한 내면 정서를 만들어 냈고 아이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무기력하고 답답한 회색 신사들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자기 목소리를 내기를 두려워 하기 시작했으며 공부와 성적, 표면적 성과에 집착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은 현시대 대한민국의 학생들과도 매우 닮은 모습이다. 듀이는 그런 아이들의 강점들을 일깨워 주고 각각의 필요성과 존재의 가치를 깨닭게 도와 준다. 그는 ‘락’ 이라는 일탈 이라면 일탈 로써 침묵과 순종이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에게 제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으며 아무리 뚱뚱해도, 아무리 멍청해도, 아무리 친구가 없어도 모두가 행복할 권리와 정당성을 가진 다는 것을 이야기 해 준다. 학력도, 형편도 번번치 못한 듀이는 물론 정식 교사 자격증 따위는 없었지만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선생님 이였을 지도 모르겠다. 책상 의자에 곱게 앉은 아이들의 딱딱하게 굳었던 표정에 자랑스레 웃음을 걸어주었으니 말이다.
숫자로써 한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경쟁이 불가피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안타깝게도 그 애탄 숫자가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 다시 말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라고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잃어 미아가 되는 이들이 참 많다. 던져지는 결과는 내가 참 못났다고, 별 볼일 없다고 소리 하고 있기에 이에 걸맞게 마음을 웅크리며 숨어버리는 불안정한 비스킷들 이다. 이들의 손에 기타 하나를 쥐어 주곤 마음껏 욕하고 소리지르며 그대의 인생의 락을 즐겨 보라고 말해줄 듀이만이 방황하는 우리들의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