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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Aug 18. 2024

매미오줌

요즘 들어 길 가다 물방울을 자주 맞는다. 사흘 연속으로 맞았다. 비가 오려나 싶었지만 하늘은 맑았다. 에어컨 실외기인지, 빗물이 건물 기둥에 맺혀 있다 내 머리 위로 떨어진 건지 알 길이 없다.


- 그거 매미 오줌일 수도 있음.

친구  말했다.

- 더럽네.

- 근데 그거 거의 물이라던데.

- 그렇게 치면 사람 오줌도 물 아냐?

- 글킨하지.


친구 의 전화를 끊고 매미 오줌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찝찝한 마음을 안고 지난날의 머리칼을 상상 속에서나마 헹구었다.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 샴푸로.

고작 몇 주 사는 매미에게 화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집안에서 매미 울음소리를 감상하고 있었다. 좀 여름 같았다. 그래도 아직 매미가 우는 여름을 맞이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있던 것들이 자꾸 없어진다. 그래서 매번 없어지는 것들에 적응해야 한다. 평생 없어짐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을 쓰다가 없어져버리면 어쩌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무언가 완전히 없어지는 게 흔한 일은 아닐뿐더러 만약 그렇다 해도 그것에 적응할만한 시간과 힘이 내 앞에 주어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살아진다.


내일도 물방울을 맞을까?

매미 나름의 살아가는 모습이라 이젠 그러려니 할 것 같다. 오늘 강변을 걷다가 비둘기들이 정모 하는 모습을 봤다. 각자 자기 자리에 착석해서 숨을 셨다. 다들 사람의 말은 못 해도 사람만큼이나 아등바등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그들이 늠름해 보였다.


그러다 문득 내가 내일 맞을 물방울이 실외기도, 매미오줌도 아니라 비둘기 똥이면 어떻게 하나 고민해 봤다. 그건 좀 싫을 것 같다. 모자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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