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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Aug 20. 2024

인생 2회 차 :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싸 되기

노인복지관에 어르신들 스마트폰 교육 봉사자로 한 달간 봉사한 적 있다. 사실 나도 스마트폰을 통달하지 못한 때였어서 철판 깔고 갔다. 다행히 내가 아는 것들 위주로 나왔으며 어르신들도 쉽게 따라왔다.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일 어르신들은 손주 자랑을 내게 많이 하셨다. 그리고 가끔 교육 내용 이외에 부탁을 하시기도 했다.


-이 사람 차단 좀 해주소.

-이거 우리 손주 학교소식 온다 카는데 어떻게 드가지요?

-이거 전달 어떻게 합니꺼?


그렇게 봉사만 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어르신들과 함께 요가도 했다.(스마트폰 zoom 수업..) 몸을 현란하게 터는 동작에서 다 함께 빵 터졌다. 내가 자세를 잘 못하고 있으면 친절히 가르쳐 주시기도 했다.(ㅋㅋㅋ) 어르신들이 나보다 요가를 훨씬 잘하셨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됐다. 한 달이 지나고 봉사 마지막 날, 내게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던 어르신 한 분이 나를 편의점으로 데리고 가 이프로를 사주셨다.

-고마워요.


그 뒤로 근자감이 생겼다. 우리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할머니랑 유모차를 끌며 산책하다가 즉흥적으로 옆집 할머니댁에 놀러 갔다. 옆집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보다 연세가 많으시고 혼자 사신다. 나는 쉴 새 없이 옆집 할머니와 떠들었다. 차분한 우리 할머니는 우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을 뿐.

- 결론은 우리 동네 할머니들이 저랑 같이 한글로 글을 쓰자는 거예요.

- 아이고 난 못한다. 이제 다 늙어서.

- 할머니, 늦었다고 할 때가 시작이에요!!!

내가 그때 옆집 할머니께 왜 렇게 열정 넘치게 글을 쓰자고 권했는지 모르겠다만. 할머니는 그 뒤로 종종 우리 집에 놀러 와 나 또는 우리 아빠와 대화를 나누곤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귀엽다.

나도 언젠가 할머니가 될 것이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딱딱한 팥빙수를 아작아작 씹어먹는 게 내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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