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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Aug 21. 2024

3에게

3 안녕?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너를 아주 사랑해!

가끔 작은 행복을 느끼면서 살고 있는데 니가 없었으면 이렇게 못 살았겠다 싶어.


소풍 갈 때 우리 할머니가 싸준 시금치 김밥, 다른 애들처럼 엄마가 예쁘게 싸준 도시락이 아니라 부끄러워서 숨겼는데 니가 버스에서 배고프다고 열어보라고 해서 같이 나눠 먹었던 거 기억나? 그때 너무 맛있다고 니가 거의 다 먹었잖아. 맨날 김밥 남겨서 온다고 할머니가 많이 속상해했는데 그날은 뿌듯해하시더라.


마음이 공허해서 학교도 며칠 안 나가고 꾀병부리면서 누워만 있을 때 집 앞이라고 문자 보냈잖아. 진짜 왔나 싶어서 나갔는데 그때 니가 조그마한 손으로 내 조그마한 손 위에다가 몽쉘하나 쥐어주더라. 사실 몽쉘인지 엄마손파이인지 뭔지 제대로 기억 안 나는데 덕분에 그날 하루 버텼다.


그러다 또 운다고 학교 안 나갔는데 니가 또 나를 집밖으로 끌어냈잖아. 그때 무슨 '역경' '고난' 이런 단어 들어간 책 한 권을 니가 줬는데, 사실 나 그 책 안 읽었어. 근데 그게 비상시약처럼 안정감을 주더라. 마음이 아플 땐 이 책 보면 돼!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게 나았어. 


매번 내 생일은 거하게 챙겨주던 너네 덕에 생일자랑 매년 해왔어. 니가 직접 만든 케이크랑 두루마리 편지랑 전지편지 등등. 그중에서도 제일 감동받았던 게 뭔지 알아?

할머니가 해주신 채소반찬 (지금은 그리운) 먹기 싫다고 끼니 거를 때였는데, 니가 상자 속에다가 반찬 꾹꾹 채워가지고 생일축하한다고 가져다줬잖아. 


그리고 중학교 때 나 괴롭히는 친구 있으면 니가 나 대신해서 할 말 다해줬잖아. 나 거의 니 키링처럼 따라다녔었네.


근데 난 뭐해줬지? 

생각해 봤는데. 내가 해준 게 없더라고.

왜 주기만 해? 니도 좀 받아.

할머니 돼서 빙수투어 다니기로 했잖아. 약속 꼭 지키자!


니가 직접 설계해 준 '은(수)행(복) 프로젝트' 블로그에 열심히 포스팅해 볼게. 

내가 행복할 때 나누고 싶은 몇 안 되는 아니, 첫 번째로 나누고 싶은 내 친구.


생일축하해. 태어나줘서 고맙고 니가 준 행복 차곡차곡 갚아나갈게. 물론 나부터 많이 행복해볼게. 사랑해.



- 응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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