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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ICA May 29. 2023

변명이라도 하고 싶어서

23년 상반기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한 사연

올해 2월부터 간간히 회사에서 재미없는 글을 쓸 일이 발생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나열하고, 평소라면 절대 쓸 일 없는 단어가 대부분인 글쓰기는 그야말로 지루한 일이다. 이제야 작년까지 종종 써온 일종의 사업 원고가 그나마 흥미로운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맞아, 결국 지나 봐야 알게 되는 냉정한 진실이 있기 마련이지.



4월 초엔 평생 없던 위통마저 지속될 만큼의 스트레스가 덮쳐와(사실 많은 양의 술을 마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짧게나마 바다를 보러 부산에 다녀왔다. 관광객이 비교적 적은 해안 도로를 따라 걷고, 파랗고 쨍한 하늘과 바다를 구경하고도 위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5월 중순, 신경이 거슬리던 업무를 손에서 보내버리고 나서야 줄어든 통증. 보기보다 훨씬 예민한 내 속은 이렇게 종종 등장하여 본인의 존재를 알려온다.



다음주가 지나면 진행 중인 상반기 업무들이 얼추 정리가 된다. 23년 상반기는 모처럼 징그러운 시간이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와 묵혀왔던 스트레스가 교미하여 괴생명체를 출산시킨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역시나, 지나고 나니 그 시간 동안 배운 게 꽤나 쌓여있네.


반성과 성찰의 칼날은 늘 날카롭게 파고들지만 때론 틈이 생겨야만 했던 곳을 찔려 시원해지는 경우가 있다. 올해의 시간이 딱 그랬던 것 같다.


보드럼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


다음 주 행사를 마치고 일주일간 북해도로 여행을 간다. 작년에 튀르키예와 그리스에 다녀온 지 딱 일 년 만의 일정이다. 보드럼과 코스섬에서의 추억이 아득하기만 했는데 아직 1년도 안되었다니 묘한 기분이다.


이번 북해도여행을 마치고 오면 올 상반기와 기분 좋은 안녕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또 내년 이맘때쯤 아득한 마음으로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겠지.


일상이 추억으로 변신하기 전의 시간에서,
오랫동안 글을 남기지 못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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