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여행사 직원에서 여행 블로거로!
태국 여행사에서 일하는게 점점 적응이 되어갔다. 같이 일하는 태국친구와도 쿵짝이 잘 맞아서 문의 및 예약이 척척 돌아갔고 직원과 사장님들의 화기애애한 이 분위기 속에 겨우 발을 내딛은 신입 직원이지만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는게 괜히 기분이 좋았다. 예약을 도맡아 하는 태국 직원은 늘 새로운 직원이 오면 툭탁툭탁 싸우기 일쑤였다는데 나에게는 한번도 화내는 모습을 보여준적이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은 챙김을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하고 감사하지 싶다. 일도 잘 못하는 신입에 태국말도 못하는 나를 데리고 얼마나 답답했을꼬! 난 참 인복이 많지 싶다!
그렇지만 마찰이 아예 없는건 아니었다. 태국 직원들이 가끔 삐쭉 선다 싶을때가 있었는데 항상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들을 재촉할때였다. 항상 느긋하고 이지고잉~라이프에 심취한 그들인지라 뭔가를 빨리빨리 해야한다는 이 상황을 이해를 못했다. 그래서 중간에서 난감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한국인 손님들은 한쪽에서 계속 재촉을 하고 반대편에 있는 태국 직원은 괜찮아~ 내일해~ 늘 느긋하고.. 중간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서는 그 둘 사이를 조율하는게 참 쉽지 않았다.
"여기는 태국이라서요.. 조금 절차가 늦습니다!" 하면 한국인 손님은 "그래도 한국 여행사 아닌가요?"라고 물었고 태국인 직원은 "This is Thailand! No 빨리빨리!(여기는 태국이야! 빨리빨리라는건 없어!)" 라고 대답했다. 그뒤로 나의 주 업무는 항상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한국인에 지쳐있는 이 태국 직원을 달래는 일이었다. 어느날엔 한국어가 쓰여있는 옷을 입고 왔길래 너무 멋있다고 과장 리액션과 함께 엄지 따봉을 척척 해주니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던 그 친구는 밀린 예약업무를 한순간에 다 끝냈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웃게하는 법! 이때부터였나.. 내가 입에 발린 소리를 잘하게 되었던건..!
그리고 한국 직장 문화 중 하나인 상하관계가 나는 참 힘들었다. 위던 아래던 같이 협력해서 해나가야 하는 일인데 왜 동등한 위치가 아닌건지? 왜 위는 아래를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건지? 서로 존중받지 못하는 이 관계가 난 참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지 여행사였던 우리는 소매업 여행사였고 그리고 큰 여행사인 여행도매업체가 있었는데 그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었던 여행소매업인 우리 여행사는 참 많이 무시를 받곤 했다. 사장님은 원래 한국의 상하관계란 이런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래야 한다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래사람은 무조건 무시를 받아야만 하는거라고? 나는 그럴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했지만 나는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해보지도 못한 철없는 어린아이로 보일뿐이었다.
가이드로 일을 할때도 그랬다. 여행 가이드는 여행을 인솔해 주는 사람이다. 여행 온 사람들의 수발을 드는 노예가 아닌데 말이지? 도와주면 감사하다 생각을 못하고 당연히 너희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 마인드가 참 싫었다. 가이드는 노예처럼 부려 먹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다. 여행을 수월하게 인도해주며 여행지 곳곳을 소개해주는 일을 하는것일뿐. 그 이후로도 서비스업에서 종사를 많이 해왔지만 이렇게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하대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곤 했다. 우리 덕분에 니들이 돈버는거 아니야? 이 마인드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건지..? 우리 덕분에 니들이 여행 편하게 하는거라고!
여행 가이드란 직업도 늘 갖고 싶었던 직업 중 하나였는데 여행사에서 일을 하고 그 마음은 고이 접기로 했다. 대신에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행 가이드가 뭐 따로 있나? 여행지를 소개해주고 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며 그 여행을 수월하게 돕는 일이면 그게 가이드지! 그때부터였다. 내가 여행 블로거로 거듭나기 시작했던 건!
생각의 전환이 참 이렇게 모든것을 바꾸곤 한다. 진상같은 손님들을 몇번 모시고 난 후 나는 가이드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내 블로그에서 자체적으로 치앙마이 가이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치앙마이 여행정보가 정말 없었던 때었던지라 치앙마이를 소개하는 블로그가 많이 없었고 덕분에 나는 치앙마이 명소를 이곳저곳 소개하는 대표 블로그가 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찾아와 좋은곳 소개시켜줘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받을땐 그 뿌듯함이 말로 다 할수 없었다. 그래서 주말마다 유명한 곳들을 찾아 나서곤 했다. 오늘은 어디를 소개해볼까? 하면서!
처음엔 내 해외생활 이야기를 기록해보자!며 시작한게 이 소내의 월드라이프였다. 그냥 지나가버리면 뭉게뭉게 사라져버리는 나의 소중한 경험들 추억들을 어딘가에 꼭 남기고 싶었다. 그렇게 일기처럼 시작한 블로그였는데 이렇게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여행지를 소개하는 찐 여행 블로그가 되었다니! 부지런히 쏘다니고 부지런히 기록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 참 고맙다. 덕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블로그가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