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지만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고 싶다
아무리 험난하고 찢어진 대도
한마디 응원이 더 좋으니까
아직은 그래도 되는 시기이고 싶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감정을 예민하게 느끼고
냉정하게 현상을 바라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한꺼번에 많은 깨달음이 밀려오곤 했다
필요 이상의 비타민을 몸에 욱여넣는,
‘좋은 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흡수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타인의 기억을 떠내려가게 두는 것만큼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게 무엇보다 제일 어려웠다
덮어두었던, 기나긴 회복기=여름이었다면
이번 가을은 본격적인 rebound 가 맞겠다
이번 여름에 남긴 단어들: 직관적 원초적 경제적
“마포 살면 한강 자주 가겠어요 “
”~“
오늘 누군가에게 넌지시 한 대답이
“배려해 줘서 고맙다”
는 문장으로 반사되었다
내 말이 배려인 건가?
생각해 본 적 없는 관점이었고,
서슴없이 표현하는 그의 섬세함에 놀랐다
솔직함도 배려하는 행동도 한 발 빠르다
나와 다른 또 다른 세상이 신기했다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증오한다가 아닌
버리다라고,
어느 드라마 대사에서 보았는데
둘 다 내겐 아니다.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라지다 이다.
마음이 커지면
그 소중한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
내가 먼저 한걸음 물러나는 것처럼
사랑의 비극적 결말은
사라짐이라고 생각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함께한 기억의 조각 단면을 오려내는 일.
그런 의미에서
얼추 사라졌다고 생각한 사랑들이
여전히 흐릿한 형체로 남아
오늘 대화 주제 따라 머릿속에서 유영하는 것을 보았다
쌉쏘름한 슬픔을 애써 모른 척하느라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