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좋아해요
드라마를 좋아해요
좋아한다는 동사가 가진 의미를 내 안에서 찾기까지.
가장 담백한 문장과 확신에 찬 어조로 뱉어내기까지.
너무도 긴 시간 속에 파묻혔다고만 생각했던 소중한 단어가 사실은 내게 스며들어있음을.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는 하루 끝에 다다랐을 때 그 의미가 살포시 내 옆에 기댄다.
좋아해.
우리는 서로의 품에 파묻힌다.
이 말이 당신에게 닿기까지 몇 해의 바다를 건넜다.
방향을 잃고 조류를 만나고 물속에 잠기고 물결을 거스르며. 표류자의 시선은 늘 수평선을 향했다. 멀고 아득한 저 너머에 내가 바라던 게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잠깐, 내가 바라던 게 뭐였지? 하면서. 무기력함에 가라앉을 줄 알았지만 부력에 의해 둥둥 떠올랐다. 세상은 그런 식으로 나를 최소한 끌어올렸다.
좋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하루다.
예쁜 사람, 고마운 사람, 늘 내 편인 사람, 친해지고 싶은 사람, 그중에는 슬픈 사람도 있었다.
슬픔을 떠나보내는 한 어른을 보았다. 애도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본 어른은 일상으로의 회복을 가속화하여 슬픔을 질주하려 애썼다. 제한속도위반으로 슬픔을 밀어붙이는 그의 모습이 겉으로는 평범해 보였으나, 술잔이 테이블로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둔탁해, 나는 그 소리로 그의 슬픔을 가늠할 수 있었다.
나는 말이 늘 조심스럽다. 특히 위로의 말은 더더욱. 가늠할 수 없는 파란색 감정을 나는 조금도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위로라는 걸 할 수 있는지. 나는 서툰 말대신 위로가 필요한 이를 만나러 간다. 나는 듣는 걸 잘하니까. 그 마음을 잘 들어주기 위해 간다.
요즘 내 삶의 전부는 이야기다.
세상의 모든 현상이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진리에 매력을 느낀다. 이야기를 생각하는 의미 그대로 타인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그전에 나의 언어로 목소리를 내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내가 정의한 의미대로 발화하는 것. 오늘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말이 시발점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