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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맘다예 Oct 27. 2024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를 살리는 말 한마디

아이들이 네 살 되던 해, 코 끝에 겨울바람이 불어오던 1월, 우리 가족은 이사를 했다.

3월이 되어야 어린이집에 입소할 수 있기에 그때까지 나와 다다는 하루종일 함께하기로 했다. 그 시간은 무척 행복했고, 또 고단했다. 하지만, 이단 분리가 취미인 아이 둘을 데리고 차가 쌩쌩 달리는 골목을 나서는 건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행복하고도 고된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용기를 내어 다다와 함께 집 근처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입히고 신기고-세수는 안 시키는 걸로-준비만 하다 끝날 것 같은 고비를 넘기고 눈만 남기고 목도리를 사방으로 두르는 미션을 끝내고 나서야 드디어 마음이 탁 트이는 바깥으로 나왔다. 다다도 어디 신나는 곳에 가나 싶어서 들뜬 발걸음이었다.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다가 정겨운 빨간 벽돌 건물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건물 1층에는 '나 이래 봬도 카페야.'라고 말하듯 따스한 느낌의 노란색 페인트칠을 한 카페가 은은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테이크 아웃 해주세요."라는 말을 머릿속 가득 머금고 카페에 들어섰는데 망설이는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가 웃으며 인사를 건네었다.

어서 오세요~~!

덕분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아이스 바닐라빈 라테 주세요~~!" 다다를 낳고 중독된 달달구리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나니 모든 피로가 녹아내리고, 에너지가 점점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물론 그 시간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아이들의 빵이 끝을 보일 때쯤 나는 반쯤 남은 커피를 물 마시듯 들이켜고 KTX보다 빠른 속도로 주변정리를 했다. 그러고도 조금은 어수선했을 우리의 시간이 미안하고 고마워서 사장님께 인사를 하려는데, 사장님이 먼저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 말이 왜 이렇게 뭉클한지. 상투적인 문장 속에서도 진심이 느껴지는 인사에 금세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는 시간들이 길어지면서 점점 지쳐가던 나에게 아이스 바닐라빈 라테만큼이나 내 마음의 에너지를 끌어올려주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고마운 마음 듬뿍 담아 나도 똑같이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맞받아치고는 기쁜 마음으로 나왔다.

그 후로 이 카페는 다다와 나에게 하원 후 들리는 방앗간이 되었다. 냄새만 맡아도 서비스로 주시는 사장님의 센스와 아직 어린 다다를 위해 딸기 라테 한 잔을 두 잔으로 나누고 빨대까지 잘라주시는 배려로 지금도 나의 최애카페로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사람은 다 자신만의 계절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따스한 봄을 살고 있고, 어떤 이는 주최할 수 없는 태풍을 만나 버티고 있고, 또 어떤 이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추운 겨울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영화 <원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할 땐
친절함을 선택하라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이게 친절하라


지금 힘겨운 겨울을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겉으로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노란색 벽을 떠올려야지. 그리고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야지. 나의 진심 어린 인사에 누군가는 나처럼 위로를 얻게 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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