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님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이후로도 계속 좋아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라는 곡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노래가 머릿속을 맴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나를 깍고 잘라낸다는 표현
그래서 내가 작아지고
버릴 것도 없는데
아직도 자존심이 남아있다는 그 말
어쩌면 신해철님이 가사를 쓰셨을 그 당시쯤의 나이가 된 것인지
그 가사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읊조리는
고백이었음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민물장어가 고향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자신의 여정을 끝마치듯
어쩌면 우리는 계속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나 자신을 깎아내야 하는
그 길위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작아진다는 슬픔
자존심마저 버려야 한다는 자괴감
그런데
그렇게 해야만 결국 강들이 모여드는
그 깊고
간절했던 그 곳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서연하게, 하지만 담담하게
아랫배를 묵직하게 움켜쥐는 듯
나를 떠받치고
내 뒤를 막아선다
노래하는 시인의 가사처럼
항상 생의 마지막을 염두에두고
오늘의 삶에 감사하되
치열함을 마주하고, 도망치지 않는
진실된 태도로 이 하루를 마칠 수 있기를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
아무도 내게 말해줄 수 없는 이유는
오직 나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나만 알 수 있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