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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매기 조나단 Mar 12. 2021

민물장어가 꿈꾸던 길

신해철님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

이후로도 계속 좋아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라는 곡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노래가 머릿속을 맴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나를 깍고 잘라낸다는 표현

그래서 내가 작아지고

버릴 것도 없는데

아직도 자존심이 남아있다는 그 말


어쩌면 신해철님이 가사를 쓰셨을 그 당시쯤의 나이가 된 것인지

그 가사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읊조리는

고백이었음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민물장어가 고향으로 돌아가

알을 낳고 자신의 여정을 끝마치듯

어쩌면 우리는 계속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나 자신을 깎아내야 하는

그 길위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작아진다는 슬픔

자존심마저 버려야 한다는 자괴감

그런데

그렇게 해야만 결국 강들이 모여드는

그 깊고

간절했던 그 곳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서연하게, 하지만 담담하게

아랫배를 묵직하게 움켜쥐는 듯

나를 떠받치고

내 뒤를 막아선다


노래하는 시인의 가사처럼

항상 생의 마지막을 염두에두고

오늘의 삶에 감사하되

치열함을 마주하고, 도망치지 않는

진실된 태도로 이 하루를 마칠 수 있기를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


아무도 내게 말해줄 수 없는 이유는

오직 나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나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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