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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올프체스키 Nov 18. 2018

오늘만 같아도 좋은 내일을 살고 있나요?

JJ Project '내일, 오늘'을 듣다 감성 돋은 30대의 한숨

11월도 절반을 넘기며 올해도 이제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서른과 마흔의 딱 중간에서 이제 마흔으로 가는 중간 지점을 넘어가고 있는 내 나이가 무덤덤하게 익숙해지다가도 문득 지난날을 돌아보며, 후회의 한숨이 깊어지면서 중년이라는 꼬리표가 슬슬 붙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고 있다.


20대의 나는 지금의 그리고 그 때의 20대들처럼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참 많았다. 밤 늦은 시간까지 하염없이 도심의 냄새가 온 몸에 찌들게 놀다가도 내일의 두려움이 없었던 자신감 넘치던 시절도 있었다. 누군가 서른을 넘으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지금 품고 있던 생각과 계획들을 풀어낼 수 있는 나름의 계획도 많았던 것 같다. 결혼이란 내가 가는 길에 있어서 번거로운 갈림길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근거 없는 확신들로 가득했던 그 시절이 있었다. 첫 직장에 들어가 뭘 잘하는지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잘 한다는 말을 듣다 보니 내일의, 내년의, 5년, 10년 후의 나는 오늘처럼 잘 하는 성공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았다. 직장이 홍대와 가까워서였는지 나도 모를 홍대스러움의 허세가 내 몸에 생각에 박혀가면서 나름 문화적으로 풍족한 20대의 시절을 열심히 재미있게 보냈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아쉬워 하는 다른 30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제의 열정과 자신감이 점차 사라지고 오늘이 내일만 같기를 바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이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다른 무엇보다 결혼을 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뜻하지 않은 퇴사와 1년 정도 재취업의 시간을 겪으며 느낀 불안과 실망, 낙담의 경험은 지난날의 내 자신감과 열정을 초기화 시키는 촉진제가 되어버린 것 같다.


JJ Project 내일, 오늘 노래 가사 중.(영상 캡처)

https://youtu.be/sROdftxvlFM


문득 JJ Project의 '내일, 오늘'이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 망가져버린 감성을 자극하며 오랜만에 이건 내 얘기구나 싶은 노래를 만나 무척이나 반가웠다. JB와 진영이 듀엣으로 부르는 이 노래는 순수하게 노래가 좋아서 내 플레이리스트에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노래가 됐다. 그 때의 나처럼 에너지 가득한 20대의 청년들이 30대인 나에게 공감을 주는 노래를 불렀다는 것도 정말 좋았다.


노래에서는 가만히 있는 나에게 왜 세상은 자꾸 내일의 나에 대해 질문을 해대냐는 불만을 토로한다.그들의 불만처럼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무엇이 됐든 계획과 목적을 갖고, 열정으로 살아가는 내일을 강요하고 있다. 처음에 나 역시 그게 맞는 말 같았다. 하지만 그게 틀렸다고 단정은 짓지 못하더라도 그런 내일을 살아가는 오늘이 진짜 의미 있는 하루일까? 혹은 나만 빼고 다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일까? 라는 질문과 불안을 갖게 되면서 점차 열정, 행복이라는 것이 자본주의 세상이 만든 허황된 오아시스 같은... 누군가 만든 선전이 아닐까 라는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누군가 나에게 대놓고 "넌 앞으로 뭘 할래?"라고 물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각종 미디어에서는 하루에도 수 십번 나에게 그런 질문들을 던지는 것만 같았다. '오늘도 답을 잘 모르는 질문에 끝없이 답을 해 자신이 없는데'라는 가사는 그래서 더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일까? 내일을 묻는 질문에 "오늘처럼 내 아내와 고양이와 따뜻한 집에서 잘 자고 다음 날 출근해 있는 내일."이라는 답은 틀린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은 무엇일까? 왠지 말하면 생각없이 사는 한량이라고 느낄까 함부로 대답 못할 나에게 내일이라는 질문의 답은 이것인데 왜 자신있게 말 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잘 살 수 있을까?


평생 직장이란 없는 요즘 세상에 적어도 퇴사 후의 나를 준비하는 것은 이런 열정과 내일이라는 철학적인 질문과 별개로 매우 현실적이고 필요한 걱정과 계획이다. 나도 나름 슬슬 그런 내일을 걱정하고 고민해 보고 있다. 특히 1년 정도 백수로 지내면서 세상에 나란 존재는 무쓸모할지도 모른다는 절망을 느꼈던 나이기에 이런 현실적인 고민은 더욱 진득하게 내 생각의 한 켠에 붙어서 떨어질지 모르고 있다.


미래를 위해 내가 뭘 해야하는지 이것 저것 생각할수록 커지는 것은 불안감인 것 같다. '이 길일까 저 길일까 내 선택들이 점점 두려워져'라는 노래 가사가 더욱 내 마음을 후벼 판다.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한 인생을 야무지게 잘 살고 있는 인스타그램의 친구들 모습을 보면, 결국 어찌어찌 됐든 선택한 데서 잘 살 수는 있을 거라는 안심과 남들은 저렇게 선택해서 잘 살고 있는데 나는...? 이라는 상실감의 사이에서 내가 앞으로 선택해야 될 것들의 무게감이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지금처럼 살아도 잘 살 수 있는 것일까? 아니 지금 살고 있는 게 어쩌면 나에겐 가장 좋은 길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친구놈 중 한 명이 계속해서 행복 타령을 해댄다. '행복이란 돈으로 살 수 없다, 왜냐하면 졸라 비싸니까'라던지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야 조~~~~~~ㄴ나 멀리 있어'라는 요즘의 우스갯소리처럼 행복에 대한 비난으로 같이 웃는 30대 아저씨들의 대화를 하던 중, 대기업에 다니며 우리 중엔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친구에게


"겪어보니 대기업이 행복의 척도가 아닌 것 같냐?"

라고 질문을 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했다. 뭐 대기업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겪는 불안과 걱정은 그 대상과 내용이 다른 뿐 모두가 갖고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다소 안심(?)이 됐다.


나라고 해서 남들보다 특별해 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내일이 오늘 같아도 그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답이 없는 내일을 걱정하고, 애써 답을 내리려고 무리해서 사는 것보다 그저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잘 살아가는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본 적 없는 길과 길 사이에서 어떻게 내 길을 찾을 지 두렵지 하루 하루 가는 게


글을 마무리 지으며, 가본 적 없는 길과 길 사이에서 내 길을 찾는 선택의 두려움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니라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오늘 이야기 한 [JJ Project]의 '내일, 오늘'을 적극!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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