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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올프체스키 Feb 12. 2022

그 시절 우린 힙합에 빠져 있었지!

힙합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글이 아닙니다

요즘 우리 대중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춤'입니다. 요즘의 CF만 보더라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펑퍼짐한 복장의 스타일리시한 'MZ감성'의 사람들이 나와 춤을 추는 광고가 엄청 많아요. 기업의 트렌디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제는 필수가 된 것 같습니다.


챌린지 댄스로 시작한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트렌디한 춤 동작들이 '틱톡'감성을 입고 다양한 숏폼 콘텐츠가 떠오르면서 남녀노소 카메라를 세워두고 춤을 추는 모습은 당장 인스타그램의 릴스에만 들어가봐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은 이유는 90년대에도 이미 우리는 춤에 미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 광고는 대부분 이런 느낌적인 느낌!

지금은 댄스 그 때는 브레이킹!

'아이큐점프'라는 만화잡지에서 연재를 시작해 10대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밀리언셀러가 된 만화 '힙합'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 역시도 즐겨 보던 만화였습니다. 단행본이 새로 나오면 쉬는 시간 모두가 한 권을 중심으로 거의 10명 정도가 둘러 앉아 함께 돌려보고, 분명 1교시 쉬는 시간에 우리 반에서 보던 만화책이 건너 건너 다른 반에서 돌려 보면서 책 주인에게 책이 돌아갈 확률은 극히 적었던 야만의 시절...

분명 정통힙합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힙합=춤'인줄 알았다

만화책 '힙합'은 이미 당시 힙합이라는 문화가 뭔지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댄스브레이크를 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당연하게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 쉬는 시간이면 조금 공간이 넓은 곳에 모여 춤좀 춘다는 학생들이 여럿 모여 자신만의 개인기를 뽐내고 구경하기도 했고, 현란한 '토마스' 하나만 연마한다면 누군가에겐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스텝을 밟으며 완벽한 '나이키'를 구사하고 이어서 '나인투나인' 콤보로 이어지면서 '프리즈'로 마무리까지 할줄 안다면? 그 학생은 학교에서 소위 잘나가는 애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을 정도로 춤을 잘 춘다는 건 학교 내에서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는 신분 상승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죠.


그만큼 힙합은 10대 청소년들에겐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힙합=댄스브레이크'였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된 건진 모르지만 어쨌든 각기와 토마스, 스와입스(베이비), 나인투나인, 나이키, 프리즈(간혹 골뱅이라고도 부름) 등등 정말 다양한 브레이킹 동작을 연마하려다 어디 하나 멍들고 부러지는 일도 다반사였죠.

상하체가 따로 놀아야 제맛인 일명 '베이비'

주말이면 시내 한복판에선 시내 댄스팀들이 나와 맨바닥에서 댄스 배틀을 하던 '쇼다운'도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이런 춤 판에 가면 항상 춤 잘 추는 멋진 형아들이 꼭 옆에 예쁜 여자친구를 끼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고등학생임에도)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왠지 모를 부러움과 동경의 마음이 들던 순수했던 저의 학창 시절이 떠오릅니다.


어쨌든 90년대는 힙합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의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어른들의 혀끝을 차게 만들던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던 힙합 바지는 없으면 안 됐죠. 그 시절 패션의 완성은 그래서 바로 '압정'이었습니다.

바지에 압정을 꽂아야 패션의 완성

힙합이 춤이 아니었어?!

이렇게 힙합바지를 입고 학교며 공원이며 시내며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사람들이 맨바닥에서 뱅뱅 돌고 현란한 기술을 뽐내는 모습이 현상이 되면서 힙합은 그저 춤이라고 생각했지만, 90년대는 우리나라 힙합 문화의 본격적인 태동기였습니다.


지누션과 이현도, 김진표, 업타운 등 힙합 장르의 가수들이 아이돌이 평정하던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켰고, 하위 문화라고 치부하던 언더그라운드 힙합도 떠오르고 있었는데요. 하이텔, 나우누리 등 PC통신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던 힙합 동호회 '블렉스'에서 떠오른 가리온, 주석이 있었고 피타입, 데프콘, 버벌진트를 배출했던 '쇼 앤 프루브(SNP)', 그리고 조PD 등 힙합을 아는 사람들에겐 정말 90년대는 로망이 있는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까지 힙합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는 브레이킹은 좋지만 힙합 음악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죠. 저뿐만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 역시 그렇게 힙합을 접하던 와중에 90년대 후반 2000년대가 눈앞에 오던 시기에 일종의 '크루'의 음악들이 "아... 힙합이 그냥 춤만 추는 음악이 아니었구나"라는 걸 알게 해줬습니다.


최초의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 [1999 대한민국]이 발매 되었는데요. 국내에서 랩좀 한다는 사람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현실과 메시지를 담은 앨범이었어요. 앨범의 수록곡 '허니패밀리'의 <우리 같이 해요>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후에 2000~2002 대한민국까지도 나오고 찾아보니 2008, 2020 대한민국도 나왔다고 하는데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 앨범을 통해 힙합의 크루 문화라는 것을 처음 대중에 알리게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하는데요. 여기서 시작해 조금 더 대중성이 더해진 음악을 뽑자면 앞서 얘기한 '허니패밀리'와 '피플크루' 그리고 일종의 메이저 기획사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한 'YG FAMILY'와 이상민이 수장인 '브로스'가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물론 더 다양한 크루의 앨범들이 많이 있지만 어느 정도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크루라고 하면 이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분명 힙합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코웃음 칠 수 있겠지만, 저에겐 '피플크루'의 음악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초기에는 무대 위에서 헤드뱅잉도 하고 다양한 브레이킹 댄스를 추면서 힙합=댄스브레이크로 인식하던 저에게 정말 인상적인 그룹이었어요. 이후엔 이런 춤을 뺀 <너에게>, <너에게 두 번째 이야기>와 같은 랩과 보컬이 어우러진 음악들로 대중성을 가미해 다가가면서 나름의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sJZgEM29IkI

은근 그 시절 명곡으로 자주 오르는 <너에게, 두 번째 이야기>

 시기부터 힙합은 국내 대중음악에서 단연 주류로 떠오를  있었습니다. 드렁큰타이거, 에픽하이, 리쌍  공중파에서 1위를 하는 힙합 그룹이 나온 것만 보더라도 이제 힙합이란 마이너하거나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누구나 다가갈  있는 음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었습니다.


이제는 힙합이라는 말보다 '쇼 미더 머니', '스우파' 등이 먼저 떠오르는 힙합 음악. 춤에 빠져 어설프게 댄스 기술들을 따라해보고 힙합 바지 펄럭이며 제멋에 취해있었던 10대였던 제 모습이 랩과 댄스 챌린지로 SNS에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요즘 10대의 모습과 오버랩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46WH6ZfXBu4

시대 정신이 가득 담긴 '허니패밀리'의 <우리 같이 해요>

https://youtu.be/Q4Qga45zXfM

인지도와 자본이 만난 'YG FAMILY' <우리는 YG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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