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는 말이야...'
큰 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나는 비교적 젊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트렌드에도 꽤 밝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아이가 중학생이 될 준비를 하면서 내가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고 있다.
내가 30년 전 중학생이 되었을 때를 잠시 상상해 본다
중학교 입학준비는 다소 까다로웠다.
반듯한 셔츠와 커다란 교복 재킷을 입고 어색한 단발머리로 증명사진을 찍어 원서를 제출했다.
초등생일 때는 입어보지 못했던 교복 셔츠와 스커트를 입으니 이제 정말 어린아이가 아닌 '학생'이라는 신분을 얻은 기분이었다.
교복을 입은 순간 내 마음가짐도 분명 초등학생때와는 달랐을 것이다.
난 그런 기분을 아들도 얻길 바랐다.
셔츠와 조끼. 재킷을 입은 학생이 된 멋진 아들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들이 가는 중학교에는 교복이 하의만 있단다. 교복바지와 생활복 그리고 체육복이 있다고 한다.
체육복은 알겠는데 생활복은 또 뭘까.
'애들 체육복으로 365일 살아요. 안 사도 돼요'
중학생 아이를 둔 엄마들은 체육복만 있으면 된단다.
체육복은 체육시간에만 잠깐 입는 것 아니었나.
체육시간 이외 시간에 체육복차림으로 있으면 두들겨 맞던 내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온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던 추위에도 겉옷은 허용되지 않아 교복 재킷으로 추위를 버티던 나의 10대 그 시절은 이제 없다.
아침마다 선도부가 매의 눈으로 명찰,리본,배지를 찾아내던 그 시기. 명찰이라도 달지 않으면 오리걸음으로 운동장을 돌던 그 시기가 아득하다.
많이도 변했다. 하긴 30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그럴 만도 하다.
과거에는 교복을 맞추려면 20만원정도의 돈이 들었다. 30년 전에 20만원이란 돈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큰돈이었다.
지금은 나라에서 교복값을 지원해 준다.
총 30만원의 지원을 받는데 우리 아이가 갈 중학교는 하의만 사면되니 9만원이면 충분하고 남은 돈은 입학에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게 따로 남겨준단다.
어떤 학교는 후드티나 조거팬츠나 카디건이 있고 그중에 선택하여 입으면 된다고 한다.
중학생이 대학생같이 변했다.
30년 전 교복 재킷 안에 후드티를 입고 다니는 날라리 언니들이 생각났다.
과거에는 ‘학생답다’는 것은 곧 단정하고 똑같은 옷을 입는 것이었다. 리본이나 명찰 배지를 실수로 빠뜨려도 단정하지 못한 학생 취급을 받고 벌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답다’는 것이 꼭 동일한 차림새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학업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때와 너무 다르네’ 하면서도, 결국 아이가 더 편하고 행복하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은근히 걱정이 됐던 것, 셔츠를 빨고 다리지 않아도 되어 나의 걱정도 하나 덜었다.
매일 체육복으로 생활할 아들의 중학생 생활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