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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원 Jan 27. 2024

우리 집 가훈

Just Do It!

소제목처럼 우리 집 가훈은 바로 Just Do It!입니다. 정말이지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 정한 거였고 나이키의 슬로건이기도 하죠. 


Just Do It!


기업의 슬로건 중 제 기준 베스트 5에 드는 문구 중 하나인데요. 비단 저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사람들도 뇌리에 박혀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문구가 왜 우리 집 가훈이 되었느냐?


때는 바야흐로 2022년의 무더운 한 여름날이었습니다. 경남 합천에 있는 대장경 테마파크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요.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의외로 재미있고 아이들이 놀만한 곳도 잘 되어 있어서 오래 둘러본 곳이기도 했죠. 


그중 한 건물에 들어서니 어떤 작가님께서 가훈을 무료로 써준다고 하시더군요. 뭐 공짜라면 양잿물도 드링킹 한다는데 가훈이라니... 당장 줄을 섰습니다. 근데 그때만 해도 우리 집에는 가훈이란 게 없었습니다. 내가 가장인데 가훈하나 안 만들고 뭐 했지라는 생각에 급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차례가 다 돼가자 아내의 재촉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쉽사리 떠오르질 않더군요.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여쭈시더군요.


"가훈이 어떻게 되나요?"

"..."


몇 초간 정적이 흐른 뒤에 에라 모르겠다면서 기껏 생각해서 내뱉은 말이 바로,


"저스트 두 잇이요."였습니다.

"..."


작가님은 더 오래 멍하니 나를 쳐다보셨습니다. 그러고는,


"... 영... 어.... 네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영어는 안 써봤는데... 써 볼게요."


작가님은 황당해하시면서도 웃으면서 정성스럽게 써주셨습니다.


붓글씨와 영어의 조합, 그리고 사뭇 진지한 작가님의 표정과 어우러져 그 자리는 조금 묘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했던가요. 이 문구 꽤나 마음에 들던데요? 갑자기 울산바위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태초에 조물주가 금강산에 1만 2천 봉우리를 만들기 위해 전국의 잘생긴 바위들에게 소집명령을 내린 적이 있었는데요. 울산바위도 이에 참여하고자 먼 길을 나섰답니다. 하지만 크고 무거운 울산바위는 금세 지쳐서 중간에 쉬었다 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금강산에 당도하기 전인 설악산에 이르러 잠깐 쉰다는 게 그만 잠이 들어버렸는데 그 사이에 금강산에 1만 2천 봉우리의 티오가 다 차버리게 된 겁니다. 설악산까지 당도했는데 다시 울산으로 가려니 기가 찰 노릇이죠. 그런데 설악산 주변도 울산바위가 보기에는 그만한 경치가 없는 게 아니겠어요? 에라 모르겠다. 여기에 정착하자. 


저 역시 Just Do It이라는 문구를 되뇌며 뭔가 마음에 쏙 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음과 머리가 복잡해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저는 우리 집 가훈대로 Just Do It 하며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마도 지금의 상황을 몇 년 전인 과거의 제가 본능적으로 현재의 저한테 일침을 가하기 위해 마음속에 심어둔 씨앗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첫째 아이가 수학 문제가 어려워 푸는 것 자체를 시작 못하며 울먹일 때 일단은 연필을 들고 문제를 마주하라고 했습니다. 숫자 하나하나를 더하고 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게 되니까 이후로는 더 어려운 문제도 풀 줄 알게 되더군요.


저는 아이의 수학 문제를 알려주면서 우리 집 가훈이 문득 떠올랐고 다시 그 시선을 제 인생으로 돌리게 됐습니다. 


나... 지금 잘하고 있어. 그렇게 그냥 해보는 거야.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그냥 하는 것입니다. 노트북을 펴고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문법, 맞춤법, 맥락, 구조 따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정해진 날짜도 없습니다. 그냥 씁니다. 그러면서 저는 반성할 일은 반성하고 칭찬할 일을 했으면 스스로에게 칭찬을 합니다. 하다 보니 재미있네요. 아직 살 날도 많은데 복잡한 생각보다는 그냥 지금 해보는 것에 집중해 보렵니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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