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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써니 Dec 06. 2023

내년에는 책을 조금 읽고 글도 덜 써야지

새해 다짐

올 한 해 독서치료 관련 일을 하면서 20년의 도서관 생활 중 가장 책에 가까운 일을 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위한 적합한 책을 선정하고 교안을 만들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올해 내 인생 통틀어 책을 가장 많이 읽었다. 처음하게 된 업무였기에 당황할 때도 많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는 느낌, 조금이라도 발전된다는 감각이 좋았다. 

 

책으로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거대한 명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진행하면서 만난 책들, 사람들, 경험들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반면 덕업 일치가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책 읽기, 글쓰기 등이 업무가 되면서 힘겨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 잘 살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건데 가능한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잘 쓰기 위해 삶을 희생하고 애쓰는 것은 마음을 힘들게 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초 책을 출간하면서 책과 관련한 일을 잘할 것 같아 보이는 주변의 시선과 기대에 대해 부응하고 싶었고 이쪽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뜻하지 않게 출간을 했던 것처럼 알 수 없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로 나 자신을 채찍질 한 점도 있었을 것 같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책 읽고 글 쓰는 삶을 꿈꾼다지만 나는 상상만으로도 머리 아프다. 계속 창의적인 무엇인가를 떠올려야 한다는 것, 삶을 그저 느끼고 즐기는 게 아니라 깊게 고찰하여 지속적으로 아웃풋을 내야 하는 일이 버거울 것 같다. 올해 ‘독서치료’라는 답 없는 문제와 씨름하면서 걷어올린 나 자신에 대한 통찰이다. 

 

어쨌든 한 해 동안 80권이 넘는 책을 읽으며 그 노력들이 나를 변화시키고 더 행복하게 만들어준 점은 인정하지만, 의외로 내가 책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지쳐가는 나의 마음이 조금씩 나에게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내년에는 새로운 업무를 하고 몸을 쓰는 취미생활을 시작하고 싶다. 책은 조금 읽고 글도 덜 쓰고, 생각은 줄이고 행동은 높이고 싶다. 조금 더 단순한 태도로 삶을 바라보고 어린아이처럼 현재를 느끼고 싶다. 내년에는 다른 도서관으로 가기 위해 희망 신청을 했는데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성취’보다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 것이다. 새로운 시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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