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8할은 나에 대한 관찰이다. 나머지 2할이 세상에 대한 것이고 거기에는 타인이 포함된다. 하지만 결국 그 2할 마저도 결국엔 나에 대한 관찰의 연속일 뿐이다. 세상은 나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생은 나를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 시작되고, 나의 일부분을 알게 되며, 내가 아는 것이 또한 변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토록 꾸준히 나를 알고자 했음에도 내가 모르는 내가 더 많고 아무리 노력해도 다 알 수는 없다는 한계를 알면서 끝이 난다.
그 어떤 것에도 온전한 내가 없다. 그러면서도 온전에 가까워지는 내가 되고 싶어 안달을 하며 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삶의 본질이라는 것을 느낄 때 생은 의미를 남기게 되는 모양이다.
그러니 생이란 마침표가 될 수 없고 오직 쉼표만 존재할 뿐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끝을 상징하는 죽음조차도 결국에는 쉼표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나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생의 쉼표일 뿐이다. ”이번 생은 여기까지다 “라고 말하며 다른 생으로 옮아가기 전에 찍는 쉼표말이다.
그것은 종교적인 환생을 믿고 믿지 않고를 말하는 게 아니다. 생의 마침표가 있다고 여기며 살아간다는 것이 착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나의 생의 쓸모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라는 생각이 오류일 수 있다는 것이며, 생이 어떤 쓸모가 있으리라고 여기는 것 자체도 역시 그러하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내 안에 느껴지는 것들을 관찰하는 것뿐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세상에 내가 닿을 수 없으니 나라는 존재에 비치는 분량만큼의 세상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이 ‘나를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