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흔들리는 순간, 세상에 발을 내딛다

<MADLENKA>

* Title: <MADLENKA> 번역서: 세상을 담은 소녀 이야기

* Author: PETER SIS

* PRINTED IN: 2000

* Publisher: SQUARE FISH

체코 출신의 미국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특히 어린이 책과 그래픽 노블 분야에서 독창적인 스타일과 강한 예술적 개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1989년 미국 시민이 되기 전인 1980년 이미 베를린 영화제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황금 곰상을 탔고, 토론토 영화제에서도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MADLENKA마들렌카>는 시스의 대표작으로 혼북 ‘명예의 도서’ 목록에 올랐으며 뉴욕 타임스에서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는 등 20여 개의 상을 받기도 했다.

<MADLENKA마들렌카>를 한 가지로 분류하기에는 너무 많은 분야가 녹아 있다. 성장 이야기면서 여행, 세계, 이웃, 도시, 건축, 음식, 예술, 다문화, 모험 등이 각각의 별처럼 빛나며 존재감을 드러낸다고나 할까. 독자는 한 소녀의 움직임과 시선을 따라가며 그녀를 둘러싼 환경, 이웃, 소통의 대화를 함께 체험하며 다양한 방식의 미술 형태를 감상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 동화로만 치부하기에는 정교하고 높은 수준의 미술 기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는 표지의 다이 컷(Die-cut) 기법에서부터 드러나는데 창문 형태의 오려진 네모 안으로 금발 소녀의 미소가 보인다.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그림이 은근히 눈에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보통 그림이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동일한 그림이 중간에 나오는데 마들렌카의 모습이 없이 원래의 그림을 보면 이해가 간다.

보통 먼 하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전경이 많은데 이 작품은 정 반대의 장소에서 주변을 묘사한다. 마치 지하에서 혹은 일층에서 고층 건물을 바라보듯 정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인물과 나무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뭔가 원근법이 적용된 듯하면서도 기이한 각도로 휜 그림을 섞은 듯 희한한 구도를 보여주는 바람에 책을 90도, 180도, 360도 등으로 돌려보게 된다. 그림을 설명하는 문장들이 그림의 외곽선을 따라 펼쳐져 있는 것도 책을 돌려가며 읽게 하는 한 요인이 된다.

단순히 그림이기보다 아주 정밀하고 판화 기법에서 영감을 받은 듯 세밀한 펜 드로잉과 채색 기법이 특징이다. 정밀 지도와 같은 그림 사이로 주인공 소녀의 모습은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그려져 대비를 이루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신비감마저 조성한다.

본격적인 시작은 지구가 아닌 지구 밖 우주 공간이다.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구슬처럼 보이는 지구가 보인다. 점점 지구 안으로 들어가면 마침내 마들렌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아파트 고층까지 이어진다. 네모난 배경은 순간 망원경으로 갈아 낀 듯 갑자기 원으로 바뀐다. 창문 꼭대기에 있는 듯한 마들렌카가 이제는 작은 점처럼 작은 존재로 바닥에 서 있다. 그 높은 곳에서 순식간에 바닥까지 달려 내려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Hey, everyone ……. my tooth is loose!" (여러분, 보세요! 제 이빨이 흔들려요! ―본문 중에서)

기뻐서 날뛰던 마들렌카는 귀여운 노란 우산을 들고 주변 건물과 상점을 돌기 시작한다. 그곳을 지나면서 마들렌카는 여러 나라의 이웃을 만나며 인사를 나누는데 이웃은 한결같이 멋지고 화려하며 이국적인 웅대한 세상을 보여준다. 마치 ‘먼 나라 이웃나라’의 만화를 보듯 한 나라의 특징을 모자이크처럼 보여주기도 하고 판타지 세상에서 인도의 코끼리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세상을 보고 싶은 시절 아이도, 어른도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마들렌카를 따라가 보는 재미에 이 작품은 그림이나 글로 꾸며진 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지도 모르겠다. 마들렌카가 거니는 길은 어느새 퍼즐이 되고 지도가 되고 여행이 되어 세계 여행을 한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

중세의 세밀한 그림 속에 마들렌카의 모습을 찾아보고 주변의 상관관계를 들여다보는 자체로도 여러 번 즐길 수 있는 그림책, <MADLENKA마들렌카>를 추천한다.

2024년 Starry Messenger를 다루며 작가, 피터 시스(1949~)를 소개했다.

https://blog.naver.com/mylover7661/223640656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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