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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어 원서

전통적 캐릭터를 이어주는 메신저

THE JOLLY POSTMAN or Other People's Lett

by 애니마리아


* Title:<THE JOLLY POSTMANS or Other People's Letters> (번역서: '우체부 아저씨와 비밀 편지')


* AUTHOR:JANET & ALLAN AHLBERG


* PRINTED IN: 1986


* Publisher: LB KIDS



쾌활한 우체부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고 있다. 편지를 배달하기 위해서이다. 첫 번째 배달 장소는 곰 세 마리가 사는 곳, 숲 속 오두막이다. 마음씨 좋은 곰돌이 가족은 우체부 아저씨에게 차를 대접하며 식탁에 앉아 함께 편지를 읽는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골디락스. 아직 학교를 가지 않아서인지 철자 틀린 게 꽤 눈에 띈다. 가령 sorry를 sory라고 썼다든지 porridge를 소리 나는 대로 porij로 표기한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 아이가 맞춤법을 틀리게 쓴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소녀 감성이 듬뿍 담긴 그림과 또박또박 연필로 눌러쓴 내용을 보니 꽤 솔직하고 정성스럽다. 편지는 골디락스가 원래 이야기에서 저지른 일에 대한 사과로 시작한다. 곰돌이 가족의 집을 무단 침입한 일, 죽을 몰래 먹은 일, 의자를 부신 일 등등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깊이 반성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추신에 곰돌이 가족을 자신의 파티에 초대하는데……



이런 식의 편지는 계속된다.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에게 전하는 편지는 한 출판사가 신데렐라의 자서전 출간을 축하하며 증정용 책을 함께 보내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특별한 캐릭터인 늑대 집에 찾아가서는 빨간 모자 할머니가 보낸 손해배상 소장을 전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집을 잃은 돼지 삼 형제 중 두 마리의 손해배상 처리를 알리는 내용도 추가되어 있다. '빨간 모자'와 '아기 돼지 삼 형제'에 나오는 늑대를 동일 캐릭터로 삼고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식상할 수 있는 동화의 전통적 이야기를 현대적인 제도와 연결시켜 동심과 재미, 감동과 유머가 함께 어우러진 느낌이다.







"Dear Mr. Wolf


We are writing to you on behalf of our client, Miss Riding-Hood, concerning her grindma. Misss Hood tells us that you are presently occupying her grandma's cottage and wearing her grandma's clothes without this lady's permission.

본문 중에서"







놀랍게도 각 이야기의 편지는 실제로 대형 봉투 모양의 페이지가 중간에 입체적으로 삽입되어 실제 편지지를 꺼내보듯 독자가 직접 꺼내서 읽게 되어 있다. 도서관에서 구할 수 없어서 힘들게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작품을 소개해 주신 선생님에 따르면 도서관에 배치된 책을 발견한다고 해도 안에 있는 편지지를 찾기는 힘들 거라고 했다. 호기심 많은 어린 독자들이 예쁘고 앙증맞게 꾸며진 편지지를 가져가거나 본의 아니게 훼손한 경우도 있을 거라며 웃픈 감정을 전달하셨다.




작가로 나오는 JANET & ALLAN AHLBERG는 부부다. 그림책을 비롯하여 함께 수많은 아동서를 썼으며 영국의 공공 도서관에서 인기 있는 목록 상위권에 자주 올랐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그들은 아내 자넷이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20년 동안 함께 일한 동료 작가이기도 하다. Allan은 1938년 생으로 이후로도 특유의 유머를 반영한 작품 140여 편을 쓰기도 했다.



본 작품은 최초 발견 연도가 1980년대이니만큼 현대의 아이들에게 다소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우체국은 이미 택배 회사나 다름없이 편지보다는 물건이 오가고, 있다고 해도 통신비 청구서 같은 경우가 대부분일 테니까. 오히려 이러한 통신 양상 변화를 겪은 어른이 읽으면 추억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움이 우러나오지 않을까.




형식적 일러스트와 구성도 독특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세계 명작 동화 속 주인공 및 캐릭터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들을 모르고 읽어도 흐름을 따라가는 데 큰 문제는 없으나 읽는 재미는 훨씬 반감될 것이다. 만약 이런 책이 우리나라 전래 동화나 전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해 보자.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래 이야기 '장화홍련전'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 '장화, 홍련(A Tale of Two Sisters /2003년 작)' 혹은 심청전 이야기를 듣지 못한 상태에서 뺑덕어멈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로운 시점의 소설은 어떨까. 원래 이야기의 캐릭터와 비교해 보는 재미나 차이를 바탕으로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기 힘들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을 보고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 보니 어른을 위한 영화나 드라마 소재('도깨비(2016~2017년' 따위)가 된 경우는 많은데 아동서로 재해석한 현대판 전래 동화를 꼽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한동안 동화를 읽지 않아서 놓쳤을 수도 있지만 서양의 경우처럼 원래 이야기 플롯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재치 있는 구성으로 캐릭터들을 엮은 동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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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olly Postman or Other People’s Letters저자자넷 앨버그출판 Puffin Books발매 199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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