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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어 원서

문학, 우정, 사랑의 관계

<LOVE & OTHER WORDS>

by 애니마리아


* Title:<LOVE & OTHER WORDS>

* AUTHOR: CHRISTINA LAUREN

* PRINTED IN: 2018

* Publisher: GALLERY BOOKS


Before Mom died, she left Dad a list of things she wanted him to remember as he saw me into adulthood;


1. Don't spoil her with toys;spoil her with books.


2. Tell her you love her. Girls need the words.


......


25. ...Find a weekend getaway that is easy and close that lets her breathe a little.


.....


p.2~5 from <LOVE & OTHER WORDS>







메이시가 9살 때 그녀의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아직 어린 딸과 남편을 위해 유언 대신 편지와 메이시의 성장을 돕기 위한 조언 목록을 남겼다.


- 장난감으로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지 말고 책 읽는 행복을 누리게 하기

-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하기. 여자는 말이 필요한 법이니까.

- 메이시가 숨을 좀 쉴 수 있도록 편하고 가까운 곳으로 주말 쉼터를 찾아보기 등등...(2~5쪽)


그녀의 아빠는 특히 25번 목록에 특별히 공을 들인 나머지 마침내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지낼 작은 집을 구하는데, 그곳의 이웃에 또래 남자아이를 만난다. 그곳에서 메이시는 소위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친구, 엘리엇 루이스 페트로폴로스를 만나는데......



메이시의 부모님과 가슴 아린 배경 소개가 끝난 후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그때(then)'와 ' 십사 년 후 '지금'의 소제목으로 시간의 간극을 좁혀가며 그들 사이의 엄청난 비밀이 달곰쌉쌀한 초콜릿처럼 펼쳐지는 것이다.



처음 나오는 과거는 메이시와 엘리엇의 만남으로 둘 다 책을 좋아하고 그날의 단어를 공유하며 우정을 쌓아나가는 모습이 나온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덤덤히 고백하는 메이시 앞에서 엘리엇은 뜬금없이 질문한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혹은 좋아했던) 단어는?'

메이시는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대답한다.

'Ranunculus(미나리아재비 속 식물)'(p.40)


엘리엇에게 설명하진 않았지만 메이시는 이 단어를 말한 이유가 있다. 바로 엄마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꽃이기에.


이후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인사말처럼 이 질문을 서로 나누고 깊은 생각 없이 떠오르는 단어를 말한다. 그러고는 작은 구석에 가서 각자 책을 읽는다. 절친으로서 서로의 생활과 공간을 존중하며.



하지만 지금의 시간대에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십사 년 후 카페에서 메이시는 우연히 엘리엇과 마주친다. 한때 절친이 맞나 싶을 정도로 두 사람 사이는 어색한 기운이 맴돈다. 그도 그럴 것이 십 년 넘게 두 사람은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이시는 의사로 자리 잡고 있었고 어린 딸이 있는 한 남성과 약혼한 상태다. 알고 보니 엘리엇도 여자친구가 있었다. 이때부터 독자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영혼의 단짝처럼 보였던 이 두 사람이 왜 그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는지. 각자 행복을 찾아 잘 살고 있는 듯한데 엘리엇은 왜 급작스럽게 오 년이나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는지, 극적인 사건을 함께 파헤치는 기분으로 소설의 전개를 따라가게 된다. 엘리엇을 대할 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한 메이시의 태도에 특별한 사연이 있음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는 엘리엇과 다시 재회한 메이시의 생각에서도 알 수 있다.



'안도와 분노가 핏속을 타고 무겁게 고동친다. 매일 같이 나는 엘리엇이 보고 싶었다. 동시에 절대로 그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p.26



이 작품은 로맨스다. 마치 아침 드라마를 보는 듯한 뒤틀림이 있고 오해가 있고 삼각관계도 빠질 수 없다. 통속 소설이지만 저급하지 않다. 문학이 있고 우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가슴 아픈 오해도 있다. 또한 배려가 있고 상처를 입지 않으려는 배려를 가장한 쿨한 반응이 있다. 다소 비현실적인 캐릭터의 모습이 있지만 마냥 유치하기만 하지 않은 진지함이 있다.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어서 필자를 포함한 일부 독자는 다른 배경과 통속적인 과장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마치 아이유와 박보검이 매력적인 대화와 알콩달콩한 사랑 다툼이 그들의 드라마(폭싹 속았수다)를 계속 보게 하는 힘이 되는 것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읽어갈수록 서로의 간격을 서서히 좁히며 매력을 발산한다.



메이시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지만 엘리엇이 툭툭 내뱉는 듯한 시크한 농담과 따뜻한 말, 날카로운 분석은 또 하나의 재미로 다가온다. 형 결혼식에 신랑 들러리가 되어 축사를 보내는 엘리엇의 대사처럼.



"엘제 형수님. 우리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해요. 앞으로의 생활이 평온하리라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이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요. 형수님이 집에 올 때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누리지 못할 사랑을 받으리라는 사실을요."



메이시와 엘리엇 사이에는 두 사람만의 사연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메이시는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만큼 큰 아픔을 겪는다. 더 이상의 설명은 스포가 될 것 같다. 혹여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양파 껍질이 서서히 벗겨지듯 이야기의 반전과 전개를 즐기기를 바란다. 결론이 어느 정도 예상되어 식상한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읽다 보면 나름의 반전과 다른 매력을 찾아낼 수도 있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저자의 말에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사연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책을 다 읽고 북클럽에서 다룰 만한 질문과 화제가 소개되어 있으니 모임을 하거나 정리를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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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uncu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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