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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어 원서

세상의 눈이 된다는 것

The Eyes & the Impossible

by 애니마리아


* Title: <The Eyes & the Impossible>

* Author: DAVE EGGERS

* ILLUSTRATIONS OF JOHANNES BY SHAWN HARRIS

* PRINTED IN: 2023

* Publisher: Alfred A. Knopf



작가 데이브 에거스 Dave Eggers는 1970년생으로 미국 보스턴 출생 작가이자 편집자, 출판업자이자 교육 운동가이다. 일리노이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온라인 잡지 살롱닷컴 Salon.com의 편집자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단행본으로는 2000년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비틀거리는 천재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으며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영화 시나리오 및 논픽션 <자이툰>을 발표했으며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책 구분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이 작품 <The Eyes & the Impossible>의 번역본은 <눈과 보이지 않는>이다. 2023년 아마존 베스트 어린이 도서, 2024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2024 뉴베리 대상 수상작으로 프로필만 봐도 꽤 눈에 띄는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독특한 형식의 제목은 원서도, 번역본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한참 생각한 기억이 떠오른다. Eyes! Eyes? 눈이면 누구의 눈인가. impossible은 왜 뜬금없이 제목으로 정했을까. 불가능한 것. 직역하면 눈과 불가능한 것. 뭔가 연관성이 잘 안 보이는 듯한 제목을 보다가 영화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을 떠올리는 등 나조차 뜬금없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한국어 제목은 더욱 신비스러웠다. <눈과 보이지 않는> 마치 열린 결말처럼 열린 서두를 여는 독특한 제목이다. 책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제목 예시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원서 제목을 보면 eyes가 있으니 확실히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아니었다. 원서 제목을 알지 못하고 그냥 한국어 제목을 보면 한자도 없거니와 동음이의어의 장난에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결국 내용을 읽어보기 전에는 이 이야기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이것도 작가가 의도한 것일까.



판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표지의 동물 그림을 보고 늑대 이야기일 것이라 추측할 수도 있다.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면 창작동화에 분류되어 있지만 250여 쪽의 분량에 적지 않은 철학적 상황과 혼잣말과 시적 감각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아니지만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어 짧게 읽기보다는 최소한 챕터 몇 개를 이어 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짧고 간결한 문장 스타일은 보통 한두 줄의 헌사를 적는 서두에서도 두드러진다. 대개 이런 식이다.



" 이 책은 픽션이다. 여기에 나오는 장소는 어떤 곳도 실제 장소가 아니다. 동물들도 진짜 존재하는 동물이 아니다.


(중략)


그러니까, 개는 개고 새는 새고 염소는 염소고 들소는 들소다."(서문 중에서)



마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를 말씀하신 성철 스님의 법어 같은 스타일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요하네스'라는 개다. 1장을 펼치면 현재 무엇을 하는지 설명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그러다 돌연 독자인 우리에게 말을 건다. 1, 3 형식의 기본 문장으로 말을 걸지만 요하네스의 말이, 그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 한글을 읽어도 한자나 그 이면의 의리, 맥락이 와닿지 않는 것처럼 '왜 이런 말을 하지', '왜 그렇게 말을 하지', '도대체 무슨 뜻이지'라고 말하게 된다. 가령,







I am a dog called Johannes and I have seen you. I have seen you in this part, my home.




p. 11







도대체 나를 보았다는 게 무슨 말일 것 같은가. 일반적인 상황인지 시적 비유인지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이쯤이면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동서인데 독특한 시적 화법으로 구사된 이 책을 잠시 덮어둘지, 아니면 계속 읽을지.



요하네스의 탄생을 둘러싼 이야기가 바로 나오는 것을 보면 더욱 흥미롭다. 자신의 어머니(개)는 주인이 있는 개로 어느 날 임신하게 되었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때 아버지 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아마 몰라서일 가능성이 크다. 어머니 개는 근처 공원 숲으로 가서 강아지들을 낳았고 요하네스는 그 가운데 한 마리이다. 제이니, 조애니, 스티븐, 레오나르드는 그의 형제자매들이다. 어머니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레오나르드만 데리고 주인집으로 다시 돌아갔고 나머지 어린 강아지는 숲에 그대로 두었다. 방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요하네스는 자라면서 전혀 슬퍼하지 않았다. 어느 날 다른 형제들마저 보호소 직원에게 잡혀 어디론가 가고 난 후에도 요하네스에게는 동물 친구들이 있었다. 갈매기 버트랜드, 들소인 프레야, 메러디스, 사뮤엘, 다람쥐 소냐, 염소 헬렌 등 많은 친구들이. 그리고 그에게는 자유(free)가 있었다고 말한다. 배고프지만 자유로웠다고. 그러면서 작가가 서두에서 말한 화법으로 말한다.



"This is my life. God is the Sun. Clouds are her messengers. Rain is only rain.")(p. 13)



들소 세 마리는 이 공원의 터줏대감이자 현인과 같은 존재다. 가장 큰 덩치를 지닌 동물이면서 상징적이지만 인간에게 갇혀 제한된 공간에서만 지낸다. 이들은 익숙한 듯 순응하고 살면서 인간과 부딪히지 않으려 한다. 어쩌면 인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할지도 모른다. 이들의 부탁으로 공원과 들소들의 '눈'이 된 요하네스는 매일 달리며 이들의 눈으로서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요하네스는 들소들의 자유가 억압되어 그들답게 살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 큰 결심을 한다. 바로 들소들을 그곳에서 탈출시키는 것. 하지만 수많은 난관이 있다. 빛의 속도에 가까울 만큼 매일 달리며 눈으로서 일했지만 과연 더 큰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의 시선, 그의 사건, 그가 겪을 모험을 따라가며 자연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동물도 인간도 아니라는 작가의 서문이 어찌 보면 반어적으로 들릴 만큼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그 무언가를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살아있다는 것, 요하네스는 그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뒤로하고 떠나는 순간 마음 아파한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원하는 것과 이별해야 한다. 특히 그에게 특별했던 친구들과. 처음에는 소중한 친구들을 구출하고 싶었다.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 코요테-개로서, 세상의 눈으로써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가지 않는 삶은 바로 그의 정체성이기에 선택한다. 그 너머에 어떤 것이, 어떤 일이 펼쳐져 있지 모르지만. 굳은 다짐으로 열린 결말을 마무리한다.






Heroes go forthe

To be alive is to go forth

So we went forth


p.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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