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재무코칭 이야기-2편)
사람마다 시간관이 조금씩 다르다는 연구가 있다.
어떤 사람의 시간관은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머무는 반면, 어떤 사람의 시간관은 조금 더 미래지향적이란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꽤 시간을 멀리 보는 편인 것 같다.
대학생 때 워킹맘의 생활을 걱정하면서, 전문직 시험을 준비했다.
지금은 80세의 건강함을 위해, 손글씨를 쓰려고 하고 근육을 키우는데 시간을 많이 쓴다.
그런데 이런 미래지향적 시간관이 현재의 소비를 줄여주는 것 같다.
오늘 사회초년생인 그녀를 두 번째 만나는 날이다.
원래 약속시간은 2시 30분이었지만, 카페가 대화 나누기 어떨지 사전에 좀 보고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2시 조금 넘어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바로 메시지가 왔다. 그녀도 벌써 도착했다는 것이다.
뭔가 동족의 향기가 느껴졌다.
둘이 같이 조금 더 한가한 카페로 옮겼다.
재무코칭은 돈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보통은 비대면(줌)으로 많이 이루어진다.
대면으로 만날 경우엔, 스터디카페나 고객 또는 나의 사무실에서 만나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이니만큼, 조금 더 편안한 카페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너무 시끄러운 카페에서 소리 지르듯 이야기하기는 싫었기 때문에 조용한 카페가 필요했다.
다행히 조용한 카페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첫 만남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왜 두 번째 만남이 성사되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첫 번째 만남은 스터디카페에서 이루어졌다.
그때는 6회의 정식 코칭을 하게 될지 몰랐기 때문에, 그날 가급적 그녀가 궁금해하는 것은 해결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사전에 지출을 정리해 오길 부탁했고, 그녀는 성실히 숙제를 해 왔다.
그날은 비가 아주 많이 오는 평일 오전이었다.
곱슬머리인듯한 긴 검은 머리를 하나로 묶은 그녀는 그날도 거의 나와 동시에 도착해서 같이 스터디카페로 들어갔다. 내가 건넨 자두를 먹으며 "자두 좋아해요~"하며 웃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떻게 나를 찾게 되었는지가 좀 이해가 갔다.
그녀가 궁금해하는 것 위주로 먼저 대화를 나누고(1편을 참고하세요), 그녀의 지출을 엑셀로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모든 것을 연단 위로 파악해서 보니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모이는 돈이 만족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너무 많이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은 숫자로 정리된 현실을 보면서 바로 사라졌다.
소비의 기준을 남에게 맞추지 말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내가 느낀 그녀에 대한 소감은 이렇게 정리했다. "자료 검색 능력이 뛰어나고, 성실함. 미래지향적 사고를 함. 문제해결 능력이 있음.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함. 취향이 확실함. 논리적임."
이렇게 네이버 엑스퍼트로 신청한 재무코칭은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난 아쉬움이 남았다.
그녀가 네이버 엑스퍼트에서 재무코칭을 결제한 것을 처음 확인했을 때 매우 반가웠지만, 한 편으로는 고민이 생겼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었고, 약 2시간 이내로 한 번 만나는 것으로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들(돈 관리 6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을 충분히 알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만남에서는 그녀가 당장 궁금해하는 지출관리를 위해 지출 현황을 정리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개인마다 기준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정한 목표를 바탕으로 저축률이나 저축액, 저축방법을 정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정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나는 그녀와의 재무코칭을 마치고, 추가적으로 성공적인 돈 관리의 6단계 절차를 설명해 주었다.(이는 내가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개발한 6단계 프레임워크 'GROWTH'에 기반한다). 앞으로 계속 만나게 되면 어떤 것을 더 얻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려줬다.
(목표를 설정하는 것, 본인의 연말정산 자료를 같이 보면서 세금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 보험증권 등 가입한 보험 자료를 보면서 보험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 연금이나 IRP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재무계산기를 이용해서 수익률을 제대로 구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등)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이유는 그녀가 나를 더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길 바라서였다.
내가 이 친구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사실 모든 사회초년생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또한 내가 1년 동안 대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래서 1-1로 사회초년생인 이 친구를 재무코칭하는 일은 내게도 아주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 될 것이란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돈을 내고 6회를 더 받으라고 제안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그럴만한 재정적 여유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사회 초년생에게 그렇게 돈을 받고 진행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가 않았다. 그러다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던 것이다.
이 친구를 통해서 나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하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런 내용들을 알려줄 수 있다면?
우리의 만남을 "책"으로 정리한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제안을 했다.
같이 책을 쓰자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자, 그녀에게도 권해준 책 "사경인의 친절한 투자과외"는 사경인 회계사가 투자 초보자인 부인을 실제로 8회에 거쳐 투자를 가르치면서 그 내용을 책으로 담은 것이다. 나도 그런 책을 내고 싶었다.
나 혼자 이것저것 열심히 설명을 해 놓은 책 보다, 자기 또래의 자기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가 재무코칭받는 모습이 담긴 책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그녀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은 싫다고 했고, 나 역시 그녀의 개인 정보를 밝힐 생각은 없었다.
그 부분은 일반화해서 개인 식별이 되지 않도록 하기로 약속했다.
내가 그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답변은 나중에 카톡으로 달라고 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그녀에게 긍정적인 답변을 받게 되었고, 정식으로 6회 차 코칭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두 번째 만남이 성사되었다.
두 번째 만남이지만 6단계 프레임워크의 1단계를 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1단계는 목표설정의 단계이다(Growth의 G단계: Goal)
1단계 만남 전에 내가 꼭 받는 것이 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