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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미에 Dec 13. 2020

18. 아일랜드 1/2

꿈의 실현 공간

로망의 실현


  2014년 10월, 런던 히드로 공항을 경유하여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체류기간은 단 10주이지만, 10년 동안 꿈꿔왔던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마음속에 하나쯤은 품고 있는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을 것이다, 나도 물론 어렸을 적부터 그런 나라가 있었다. 그곳은 일본도 아니었고, 미국도 아니었고, 다음에 나올 도시인 스위스도 아니었다. 항상 마음속의 1순위는 영국 옆에 붙어있는 아일랜드였다. 사실 ‘아일랜드’라는 나라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아일랜드 유학 인터뷰집을 읽어봐도 영국 워홀에 떨어져서 지원했다거나, 유학원의 소개, 아는 지인의 추천 등을 통해서 왔다는 이야기가 대다수이다. 


  나에게 ‘아일랜드’라는 로망을 심어준 건 드라마 ‘아일랜드’와 가수 ‘하림’과 ‘켈틱 우먼 Celtic Woman'이다. 2004년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이나영(이중아 역)이 입양 갔다가 비극적인 가족사를 겪었던 그 나라와 드라마의 마지막에 흐르던 가사 없는 바이올린 선율의 OST는 드라마가 끝나도 몇 해동안 잊을 수 없었다. 드라마의 OST도 아일랜드 풍의 음악이란 것을 그 곡이 수록된 ‘두 번째 달’ 1집 앨범을 접하고 나서 알았다.


드라마 아일랜드 OST (2004), 두번째 달 1집 - 2nd Moon (2005)

  

하림 2집 - Whistle in a Maze

 드라마가 방영되던 해 갓 데뷔한 동방신기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틀어놨던 케이블 음악방송 채널에서는 새로 발매된 하림의 ‘여기보다 어딘가에’ 뮤직비디오가 동방신기만큼 많이 나왔는데, 특이한 멜로디와 참신한 가사가 계속 맴돌아 찾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노래도 ‘아일랜드 풍’이라는 것은 그가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여러 악기를 섭렵해보는 장면을 방송을 통해 보게 되고, ‘두 번째 달’의 프로젝트 앨범에 참여하면서 그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였다. 




  학교에서 제일 좋아했던 음악시간에 지루한 이론수업 대신 빵빵한 음향장비로 보게 된 아일랜드 가수 ‘캘틱 우먼’의 공연 실황**은 ‘아일랜드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되었던 순간이었다. 일반 공연장이 아닌 유럽의 고성에서 기존의 바이올린보다 조금 작은 ‘Fiddle’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멤버와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아일랜드의 여가수들은 아이돌 음악에만 파묻혀있던 한 고교생의 인생에 한줄기 빛이 되었다. ‘가사가 없거나 못 알아듣는 노래가 집중력을 높여준다.’라는 어느 선생님의 말을 더해 이들의 음악은 나에게 대학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아일랜드’는 그렇게 ‘로망의 음악이 어딜 가나 들리는 나라’로 마음속에 남았다.


** Celtic Woman - The Sky and the Dawn and the Sun


4학년 봄의 1학기를 제주도에서 놀다 와서 가을의 2학기를 서울에서 보내고 졸업을 하려 했더니 어렵다고 소문나 끝까지 미뤄놨던 전공 필수 방법론 수업이 1학기에만 열린다고 한다. 사실 제주도에 가기 전에 수업을 포기하고 여름 계절학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국 열리지 않았다. 꼼짝없이 2학기를 놀게 생겼는데, 이미 신나게 놀다 와서 취업준비는 제대로 안되어있고, 아르바이트만 하자니 시간이 아까워 부모님은 어학연수를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저렴하게 동남아 쪽으로 알아보다 한국인들도 많고 여름이 너무 싫기에 더운 나라는 더더욱 가기 싫었다. 미국이나 영국은 학비나 물가가 너무 비싸고, 지중해의 영어권 국가인 몰타까지 알아보다 어떤 한 나라가 뇌리를 스쳤는데, 유럽 권역에 영어를 쓰는 아일랜드였다. 드디어 아일랜드에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리머릭으로


  사실 부모님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아일랜드 행은 어학연수라는 목적보다는 아일랜드 그 자체에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아일랜드에 가서 음악도 마음껏 접하고 현지 사람들처럼 잘 살아내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으로 오래 있을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대도시가 아닐수록 물가는 저렴할 것이고, 어학연수를 생각하면 한국인과 만날 확률이 낮아야 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보이는 사람들이 한국인들이었기에, 어떻게든 한국인이 아예 없을 것 같은 곳으로 찾아보았다. 내심 음악의 도시 골웨이 Galway에 가고 싶었지만, 아일랜드 내에서는 대도시라 그만큼 한국인들도 있었고 학원비도 비쌌다. 

  그렇게 해서 수도 더블린도 아니고, 두 번째로 큰 도시 코크 Cork도 아니고, 처음 들어보는 리머릭 Limerick이라는 곳에 두 군데 정도의 어학원을 찾았는데, 유학원 사이트에서 본 소개 글에서 물가가 저렴하고 한적한 도시에다 한국인들이 적어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는 걸 보고 이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한 학원도 메인 거리에 있는 학원이 아니라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는데, 학비나 학원생들의 공용 숙소비가 합리적이라 이곳만큼은 나 혼자 한국인일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Limerick (2014)


  유학원의 도움 하나 없이 혼자 어학원과 연락하여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90일 기간 내에서 학원을 등록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런던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인천 - 런던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히드로 공항에서 더블린 공항으로 가는 편도 티켓을 따로 끊었다. 유럽에도 지역 내 이용 가능한 저비용 항공사(LCC)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홍콩을 경유하여 런던에 갔다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비행 편으로 생애 첫 유럽이자, 꿈의 나라 아일랜드에 가게 되었다.


Limerick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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