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홀로 낯선 곳으로 떠나기를 결심한 이유
몇 년 전 무더운 21살의 7월, 바로 어제 산골짜기를 넘던 나는 뉴욕 도심에 홀로 덩그러니 서있었다.
집 앞에 뻥 뚫린 논의 모습은 빽빽한 빌딩으로,
여름의 풀내음은 뉴욕 특유의 퀴퀴한 하수구 냄새로,
소 울음소리와 바람소리만이 들리던 고요한 공간은 온갖 언어와 클락션이 섞인 오케스트라로 바뀌어 있었다.
하루아침에 변한 풍경이 낯설지만 용기를 내어 콘크리트 정글 바닥을 밟았다.
스치는 모든 것이 설레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앞으로 펼쳐질 여행을 상상하며.
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후 목표는 12시 땡 하면 술 마시기, 영화관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보기를 제치고
홀로 여행 가기가 일 순위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항상 마음속 한켠에는 떠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고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위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화장품 공장, 야간 택배 알바 등 미친 듯이 알바를 뛰었고 힘들 때마다 뉴욕 배경 노래를 들으며 스스로를 세뇌했다.
왜 뉴욕이었을까?
어려서부터 나에겐 '변화'라는 것이 크게 없었다.
정착된 시골집,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 같은 환경, 같은 냄새 속에서 자랐고 항상 변화와 새로움을 꿈꿨다.
호기심이 많던 아이는 그 속에서 새로운 길, 새로운 공간을 찾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기를 좋아했다.
다행히 고립된 환경을 벗어나 여러 경험을 해야 한다는 엄마의 교육 철학에
손을 잡고 다양한 전시회와 공연들을 다니며 인물과 예술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예술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그러기에 뉴욕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이 크게 다가왔다.
박물관, 미술관, 브로드웨이 뮤지컬, 소규모 공연 등 예술적 체험을 하기에 완벽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 있던 나를 충족시켜줄 최적의 도시라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매일 새로움이 넘쳐나고 변화무쌍한 도시에 매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혼자여야만 하는 이유는?
혼자 뉴욕을 간다고 하면 항상 들었던 말들.
"용기가 가상하네"
"여자 혼자?? 꽤나 위험할 텐데 괜찮겠어?"
용기는 쥐어짜서 내었던 것이고
오히려 내면은 의기소침하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저 작은 꿈을 이룬다는 마음이 나를 이끌 뿐이었다.
또한 막 성인이 된 시점에 "왜"라는 질문으로 머리가 복잡하던 상황이었다.
왜 나는 여기까지 온 거지?
왜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거지?
동시에 점점 주눅이 들고 의기소침해지는 상황의 연속으로 지쳐갔고
자기 확신이 없이 항상 불안정했다.
그렇게 같은 자리만 맴돌며 같은 고민을 하다가
스스로 갇힌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것을 느꼈고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완전한 새로운 상황에 나를 시험해 보기로 결심했다.
혼자일 때 강해져야 더 단단한 사람이 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나를 찾기 위해'라는 거창한 명목보다는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온전한 나 자신이 되어 인생을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이 되도록.
작은 성취를 이룸으로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그렇게 21살을 앞두기 몇 개월 전,
떨리지만 확고한 마음을 안고 고민 없이 뉴욕행 항공편을 결제했다.
But I know what l'm needing
and I don't want to waste more time
I'm in a New York state of mind
나는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어.
그렇기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내 마음은 이미 뉴욕을 담고 있다네.
New York state of mind - Billy Jo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