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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 미술 언니 May 02. 2020

2020년 뉴욕, 코로나가 뒤덮어도 봄은 옵니다.

뉴욕 미술 언니 Grace의 고군분투 생존기와 목격담,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전세계를 강타하는 바이러스 이슈로 ‘안녕’이 소중한 시기가 되었네요, 모두 건강하게 보내고 계시기를요.

뉴욕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Grace입니다.


(이 글은 3월말에 작성했고, 저는 비자문제로 더 자세하게는 이민국이 업무를 중단해 체류문제로, 지난주에 한국으로 들어와 최선을 다해 자가격리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센트럴파크, 뉴욕 © Grace


2020년 3월 넷째주 봄이오는 센트럴파크, 평소와 다른 텅빈 5번가 센트럴파크 사우스 © Grace
현재 집 앞 식료품점 현재 상태 Midtown East, Manhattan, NYC © Grace

저는 아직 맨하탄에서 잘 생존하고 있습니다. ‘Shelter in Place(자택대피령)은 전쟁, 총격, 핵폭발 등의 긴급상황에 쓰는 군대용어라고 해요, 그만큼 미국 전반의 현재 상황이 심각하기는 합니다. 뉴욕의 경우 쿠오모 주지사의 통행금지령으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재택근무 하고 있어서 거리는 거의 텅비었지만, 아직도 식당과 베이커리는 픽업과 배달은 가능해, 운영중이고, 식료품점도 재고를 빠르게 채워주며 뉴요커의 마음과 영혼까지 채워주고 있습니다. 센트럴 파크도 갈 수 있습니다. 타인과의 적정거리 6피트를 유지하고 팀스포츠만 하지 않으면 산책, 조깅, 러닝도 많이 할 수 있고, 그렇게 체력과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네 이웃들도 여전히 친절하지만, 집에서만 혼자 지내는게 쉬운 일은 아니라 평소의 활기를 유지하는게 사실 가장 어렵기는 합니다. 그래서 차차 글로 소통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미술계에 있기에 앞으로 주요 다루게 될 컨텐츠는 뉴욕과 글로벌 미술계 이야기가 되겠지만, 

첫 에피소드는 여러분과 인사를 나누는 차원에서 제가 처음 살았던 동네 이야기, 책이야기로 시작해볼게요.





뉴욕을 방문하셨거나, 계획하시고 계신분들은 ‘하이라인(High Line)’을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맨하탄 왼편 허드슨 강변을 따라 있던 예전의 철길을, 공원으로 개조해 12가에서 30가까지 1마일에 이르는 구간입니다. 허드슨 강을 끼고 있어 뉴저지쪽을 바라보며, 산책하기에 멋진 공간이기도 하구요, 밑으로는 휘트니 미술관에서 시작해, 첼시의 주요 갤러리들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작점에 있는 첼시 마켓은 구글에서 인수해 현재 그 맞은편에 있는 구글 첼시 캠퍼스가 바로 옆 블럭으로 이전할 예정입니다. 



지난 가을 첼시 풍경, The High Line Hotel © Grace


하이라인에서 내려와 하이라인 호텔에서 첼시의 가장 그윽한 커피 인텔리젠시아 커피를 마십니다. 호텔 1층 안쪽에 위치해 안으로 들어가야합니다. 뒷편에는 멋진 정원도 있습니다. 저녁때는 바로 변신합니다. 


 북쪽으로 몇 발자국 걸으면 제가 첼시에서 애정하는 192 Books가 보입니다. 제가 미드타운 이스트에 자리잡기 전, 웨스트 빌리지에 살 때 자주 다니던 동네 서점이예요. 


첼시에 위치한 특성상 이 서점에는 첼시에서 소개되는 전시회나 작가관련 미술책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의 큐레이션은 뉴욕을 잘 소개하는 책들을 구하기 쉽다는 데 큰 장점이 있습니다. 


Magnetic City by  Justin Davidson
Magnetic City 커버와 City of Ideals 챕터 첫 페이지 © Grace

제가 이 서점에서 처음 구입했던 책인데요, Magnetic City, 제목부터 너무 와 닿았어요. 뉴욕은 살다보면 불편한것 투성이죠, 특히 한국에서 살다온 사람의 시각에서는요. 지저분하고 제시간에 오지 않는 대중교통, 대부분 프리워(pre-war) 빌딩이라 노후된 주거환경 (한 친구는 최근에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에, 허가없이 자쿠지를 집안에 설치한 이웃이 물난리를 만들어 한밤에 건물 입주자 모두가 대피하고 소방차 경찰자가 온 경험도 있어요.) 등 생활의 쾌적함과 편리함 면에서는 이상적이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럼에도 도대체 무슨 힘으로 무슨 이유로 미국 전역에서 그리고 전세계에서 사람을 끌어모을까에 대한 몇년을 살면서도 근본적인 궁금함이 있었어요. 월가를 위시하는 거대한 금융 시스템과 금융력, 도시의 허파가 되어주는 센트럴파크와 곳곳에 설치된 벤치가 제공하는 거리의 활기, 다인종과 다문화가 균형과 개성을 가지고 있는 문화적 포용력 등.. 저는 그동안 부분적인 곳에 집중하고 있었던거죠. 


그러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조승연씨가 ‘현대식 도시의 원형’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아 맞아!라고 공감을 했어요. 그 개념으로 궁금증이 풀렸어요. 그리고 이 책을 다시 보니, 이 저자인 저스틴 데이비슨도 그렇게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초의 현대도시의 설립 과정과 특징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같은 맥락으로 출발해요. 제목처럼 자석같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의 도시가 된 원인과 과정을 보여주는 책을 건축가의 시각으로 풀어냈습니다. 도보 투어도 제안하는 상당히 세심한 배려가 있는 책입니다.



월스트리트를 조성하던 당시 모습과, 뉴욕공립도서관의 50년대 풍경 @ Magnetic City, 사진: Grace


이 책은 뉴욕에 여러가지 이유로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소장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하드커버는 아니지만, 저자가 정성을 들여, 해당하는 내용을 가장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사진과 판화를 골라서 모아두었거든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비롯해, 당대의 사진작가 베르니스 애봇(Berenice Abbott), 안드레아스 파이닝거(Andreas Feininger)를 포함해, 뉴욕에 소재한 미술관 박물관의 아카이브를 샅샅이 뒤져 엄선한 이미지들이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뉴욕의 모든 지역들이 초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개성을 유지하면서 변이해가는 현상도 잘 포착했습니다. 챕터 이름만 하더라도 The City Reborn (다시 태어난 도시: 월드 트레이드 센터), City of Ideal (이상향의 도시: 브라이언파크부터 UN까지 42번가), City of Dreams (꿈꾸는 도시: 슈가힐부터 사우스 브롱스)로 중심 축을 잡고 있습니다. 어쩐지 읽으면서 시적인 표현들도 그렇고, 르네상스맨* 같은 인상을 가졌는데요, 로마에서 태어나서 성인이 되어 뉴욕 어퍼 웨스트에 정착했다고 해요.  문화 비평가로서도 활동하며 2002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저자의 통찰력을 빌릴 수 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




한국도 외부 활동을 여러달째 줄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여기보다는 많이 안정적이고 잘 대처하고 있지만, 사회 활동과 사교활동이 줄어들면 쉽게 지치고 우울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자구책으로 집을 카페처럼 살짝 바꾸어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마음의 양식을 쌓고 버텨보려고 합니다.


우리, 이 힘든 시기 잘 버티고 이겨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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