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소식, 그리고 그들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세가지 관점
지난 주말, 2020년 5월 31일 크리스토(Christo)는 뉴욕의 자택에서 84년의 생을 마감했습니다. 전세계 도처에 자연 또는 오브제를 wrapping 또는 packing 하는 Empaquetage 시리즈로, 부인인 잔-클로드(Heanne-Claude)와 함께 커플로서 활동하며 전통적인 개념의 회화, 조각, 건축의 구분과 개념에 도전하며 60년대 당시 대지미술*이라는 당대 새로운 개념과 지평을 확장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미술관식 분류법에서는 개념미술가, 설치미술가, 멀티미디어 작가, 환경미술가, 조각가로도 표기합니다. 사실 작가와 작품 자체가 미술사의 일부이기에 굳이 장르를 따지고 구분하는 것이 크게 의미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토는 불가리아 태생으로 본명은 Christo Vladimirov Javacheff (크리스토 블라드미르 야바체프)입니다. 크리스토의 모국인 불가리아는 그가 어린시절에 나치와 러시아에 침략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입학한 소피아의 미술학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표방했고 학창시절 정치적인 포스터를 제작하는 모임에 가입하는 등 정치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계기가 많은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어요. 졸업후 체코 프라하로 넘어가 미로, 클리, 칸딘스티 등을 접하며 영향을 받기 시작하다가 56년 고향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지식인층이 위협을 받는 상황임에도 혁명에 가담했다가 모국에서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나서 망명을 신청해 유럽의 여러 나라를 떠돌며 생활하게 됩니다.
부인이자 창작활동 파트너인 잔-클로드와는 1958년 파리에서, 크리스토가 잔-클로드 어머니의 초상화를 제작의뢰 받으면서 부터 알게되었습니다. 1973년부터는 미국에 스튜디오를 두고 정착하며 작업활동을 합니다. 2009년 잔클로드가 하늘로 떠나기 전까지, 이 듀오작가이자 부부는 소울메이트로도 유명했습니다. 그렇게 통하는 하나같은 마음으로, 수십년까지 걸리는 프로젝트도 지지치 않고 마무리 할 수 있었고, 목돈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도 후원을 받지 않고 작품수익으로 제작할 수 있었으며, 또 인터뷰가 있을 때는 한명이 문장을 말하기 시작하면 다른 한명이 마무리 짓기도 했다고 해요. 부인인 잔-클로드는 철학과 라틴어를 전공해 인문학적 소양을 탄탄히 갖추고, 남편인 크리스토는 당시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정치적으로 망명의 경험과 다양한 공동 노동을 경험하며 서로를 보완하고 자극하는 좋은 예술 창작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커플이 파리에서 살던 6년간 크리스토는 누오보 리얼리즘을 전개하던 이브 클라인, 아르망 등과 잦은 교류를 하며 일상의 오브제들을 멀티미디어로 변형하는 시도와 실험을 작합니다.
특히 농장에서의 건초 및 농작물 포장에서 싸고(wrapping) 덮는(covering)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닐까하는 평가도 있습니다.
The work of art is a screem of freedom
2-1. Wall of Oil Barrels - The Iron Curtain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남다른 경험과 그 열망으로 크리스토는 파리의 작은 골목길에 원유 드럼통을 감싸고 쌓아서 1961년 설치된 베를린 장벽을 상징하는 "철의 장막"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같은 해, 알제리 전쟁이 발발해 바리케이트도 쳐진 사건도 있었다고 작가는 회고합니다. 이 장소특정형 설치작품은 단순히 단절, 분열의 표현을 넘어서 흔한 오브제가 맥락을 벗어난 공간에 놓였을 때 특정 외부 공간에 대한 재탐색을 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재료가 부여하는 상징성(자본주의, 환경오염 등) 뿐만아니라 설치 방식에서 전달되는 정치적이고 구조적(냉전, 도시회 등)인 은유임과 동시에 공간, 자유, 이동성의 정치이기도 해, 당시 더욱 보수화 되어가는 유럽의 분위기를 위트있게 표현했다고 인정받으며, 비록 허가상의 문제로 몇시간 안에 철수했음에도 크리스토 잔-클로드가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대형 작품이자 파트너와의 첫 콜라보 작품으로 초기 작품중 하이라이트로 꼽힙니다.
Christo lived his life to the fullest, not only dreaming up what seemed impossible but realizing it (2020)
2-2.
1968년 카셀도큐멘타에 85미터짜리 구조물을 인력으로 설치하는 작품으로 글로벌 미술계의 관심을 얻기 시작한 크리스토 잔-클로드... 부터는 다음편에 소개합니다.
* 대지미술이란 자연을 단지 캔버스안의 주제로 삼는 것을 넘어서, 그 자체가 소제이자 재료, 캔버스로 활용되기도 하는 미술의 형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