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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 미술 언니 Aug 24. 2021

뉴욕 미술계에서 주목한 책 두권

뉴욕 현대미술계를 바꾼 작가 5인 재발견과 탑갤러리의 비하인드 스토리



팬더믹 이전, 일요일 오후 동네 친구랑 책들고, 스케치북 들고 평온하고 여유로웠던 센트럴 파크... 


브런치를 멈춘 동안 정말이지 너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도시 봉쇄로 밖을 나갈 수 없어서, 잠깐 들렀던 한국에 눌러앉기로 결심을 했고, 

여기서 일을 구하고 나서 새로 적응하려니 정신적인 여유, 마음의 여유가 참없었네요..

좋은 글과 생각, 표현은 그런 여유로 나올때가 많은데 말이죠.


여유는 생기는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친구 말 듣고,

다시 브런치 꾸준히 해보겠다고 다짐합니다~

많이 기다리셨다면 죄송하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본격 책 이야기 시작할게요.


요새 강의가 종류별로 늘어나서, 커리큘럼도 짜고 본격 강의 자료(이미지, 레퍼런스 등) 찾다가 

센트럴파크에서 읽었던 책들을 펼치게 되어, 소개합니다. 

알찬 책들인데, 한국에 소개가 된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한권은 현재 뉴욕과 글로벌 미술 시장의 속살을 작정하고 드러낸 Boom: Mad Money, Mega Dealers and Rise of Contemporary Art (Michael Shnayerson저)입니다. 제목에서처럼 현재 세계 미술계의 문법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미술시장의 강자 래리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페이스의 글림처 부자,  하우저 앤 워스가 어떻게 컨템포러리를 대표하는 작가 잭슨 폴록, 앤디 워홀, 싸이 톰블리 등을 발굴하고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당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세계 미술의 중심지가 파리에서 뉴욕으로 완전히 옮겨간 1940년대 맨하탄 미드타운에 흩어져있던 갤러리 시대, 소호 시대, 첼시 시대를 거쳐 현재까지 70년간 숨가쁘게 발전해온 미술 시장과 그 배경의 금융산업 발전등 다양한 백그라운드와 환경까지 다룹니다. 

미술산업도 다른 산업의 영역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갤러리와 그 대표자의 이름이 낯설다면, 이렇게 설명해볼까요? 



뉴욕을 비롯, 전세계 14곳의 지점을 가진 가고시안 갤러리의 연간 매출은 1 billion이라고 알려진지 꽤 되었습니다. 한화로 1조가 넘는 매출인거죠. 공식적인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2018 미술시장 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5000억원 가량이라고 하는데 이는 450여개의 갤러리, 230개의 미술관 등의 거래 규모 전체이니, 한 사람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규모가 감이 오시나요? 


한국에서는 1조 클럽이라고 하는 코스피 상장사가 200여개 정도라고도 하니 웬만한 상장사 상위그룹에 속하는 규모라고 할 수 있어요. 또 페이스 갤러리는 최근에 첼시에 9층짜리 건물을 짓고 개관해 건물만 수척억짜리 대형빌딩 갤러리의 서막을 열고 본격 빌딩 경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Winnie Fung by Julian Schnabel, 1989, Courtesy by Bonhams

  


책커버, LEO CASTELLI AND HIS CIRCLE by Annie Cohen-Solal


흥미로웠던 에피소드 중 하나는, 전설의 뉴욕 갤러리스트인 레오 카스텔리와 깨진 도자기를 캔버스에 붙여 독특한 질감으로 인물을 표현해내는 미국 작가 줄리언 슈나벨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가는 원래 본인의 전속 갤러리의 관장인 레오 카스텔리와 팀웍이 좋았다고 해요. 그런데 카스텔리는 몇년간 여름마다 남부 프랑스로 휴양을 가곤 했다고 하네요. 슈나벨은 대부분의 부유한 뉴요커처럼 맨하탄 위쪽의 햄튼 별장으로 여름휴가를 갔는데, 그 집 근처가 하필이면 페이스 갤러리를 운영하던 글림처 커플의 별장이 있었던 거죠.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저녁은, 여유로운 산책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여름을 거의 같이 보내게 된 둘은 슈나벨이 페이스 갤러리로 옮기는 결말에 이르죠. 이게 기폭제가 되어 도널드 저드, 라우센버그와 같은 대표적인 슈퍼스타 작가들이 하나둘씩 떠나게 되었다고 해요. 카스텔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작가들에게는 결론적으로 나은 선택이 되었어요. 현재는 카스텔리 갤러리가 없거든요. 눈에서 멀어진 틈을 타 마음을 얻어간 페이스 갤러리는 본격 상승세를 이어가 현재의 글로벌 탑 갤러리가 되었죠. 한국에도 지점을 내고 확장이전까지 할 정도로요.


이 책에는 앞서 언급한 그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을 만들고, 선도하게 된 배경이야기가 꼼꼼히 담겨 있습니다. 스페이싱이 넓어서 읽기 편하고, 글도 쉽게 쓰여서 옆에서 친구와 직장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듯 재미있게 읽힙니다.

독립서점계의 레전드 맥넬리 서점, 월 스트리트 지점


그 멋진 서점 2층에서 발견하고, 당시 뉴욕의 모든 (독립, 예술) 서점의 중심에 놓여있던 책 오늘 소개합니다


발 닿았던 모든 서점의 Art Section에서, 오늘 두번째로 소개할 책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책은 전후(Post-war)의 뉴욕의 한 구석을 나름의 스타일로 채워나간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 입니다. 예술가인 남편이 작고한 후에도 유작으로 미술관 전시등의 일을하며 바쁘게 사는, 알렉스 카츠와 같은 빌딩에 사는 할머니에게 강력 추천 받은 이후로 읽기 시작했네요.


Ninth Street Women

(부제: Lee Krasner, Elain de Kooning, Grace Hartigan, Joan Mitchell, and Helen Frankenthaler: 
Five Painters and the Movement That Changed Modern Art)

(한) 9번가의 여인들
리 크래스너, 일레인 드 쿠팅, 그레이스 하티간, 조안 미첼, 헬렌 프랑켄텔러: 5인의 미술가와 현대미술을 바꾼 미술 사조)


전작인 Love and Capital로 퓰리처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가 메리 가브리엘은 90년대 후반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 2세대 주요 화가인 그레이스 하티간을 만난 이후, 이 책의 집필을 구상하게 됩니다. 정작 이 책의 주인공들은 스스로를 “여성 화가”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을 거부했고, 작품으로 평가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의 타이틀이 전면에 Women을 내세우게 된 배경에는 1951 년 한달간 진행된  Ninth Street Show (9번가 전시회) 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예술적인 선의의 경쟁으로 저명해진 그룹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전시는 72인의 예술가의 작품으로 채워, 전쟁의 상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당대까지는 세계 최고의 미술 도시였던 파리를 보란 듯이 제치기 시작한 뉴욕을 현재의 미술 수도로 만들기 시작한 본격 서막이라고 합니다. 당시 아무 작품도 팔리지 않았던 전시였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으며 정말 축제다운 축제를 했다고도 하고, 현재 미술사 교과서에 빠질 수 없는, 윌렘 드 쿠닝, 잭슨 폴록, 로버트 마더웰, 라우센버그 등 미국 컨템포러리 미술사의 뼈대를 구축한 작가들로 가득했습니다.  


글로벌 미술계에서 미국, 특히 뉴욕을 대표하는 사조가 된 <추상표현주의>는 뉴욕 시내 어느 서점에 가던 Art Section의 중심부에 여러권이 있습니다.


스트랜드의 서가

이렇듯 미국 추상주의로 활동한  남자 작가는 주류에 더 많이기록되었고 , 관련 연구와 발간물도 셀수 없이 많습니다.  

당시 여자 작가들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거의 주목받지 못한편이었습니다. 특히 드쿠닝과 결혼한 일레인 드 쿠닝, 폴록의 부인인 리 크래스너의 경우 남편의 후광게 가리워 실력과 작가로서의 꿈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남편의 이름 또는 스타일에 기댄다고도 함께 참여한 다른 작가들에게도 비난 받기도 하고, 또 이 두 작가는 남편의 작업과 비교하며 설명해야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Girl”이 작업했다며 비하적인 표현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중 추상표현주의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여성 작가들 크래스너, 일레인 드 쿠팅, 그레이스 하티간, 조안 미첼, 헬렌 프랑켄텔러를 꼽으며 “핵심 오인방(core five)”이라고 명명합니다.  


이 책은 본문만 700페이지, 각주와 인덱스가 200페이지가 넘습니다. 저도 중간 중간 필요한 부분들 읽고 확인하고 있는데, 강의전에 자료까지 끝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밀도와 깊이는 작가가 퓰리처상 후보자 였다는데 공감하게 합니다. 전후의 미국, 뉴욕의 미술사를 다루는 책은 적지 않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의(사실 너무 많기는 합니다) 개인사, 철학, 미술계에서 인정 받게되는 스토리 등 다면을 꼼꼼히 다룬 성실한 내용이라, 마치 살아보지 못한 시대속에 타임머신 타는 기분이 들어요. 9번가 첼시에 위치한 미술재단 사무실에서 걸어나오며 이 책을 꼭 껴안고 귀가하던 날도 떠오르네요.  




맨하탄 집을 최근까지 월세 내면서 유지했어요. 

작년에 당연히 뉴욕을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고, 그 이후도 희망 한줄기 남겼었거든요.

책과 학교때 공부한 출력물을 포함한 짐이 이제 막 들어와서 풀었네요... 책만 5박스가 넘더라구요.. 그래서 아직도 정리가 한창 남았고, 정리 하는 내내 마음도 아프겠죠.


강의 준비 아니었으면 책 펼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러고 한밤에 라디오 틀어두고 책상에 앉아 있으면 뉴욕이든 한국이든 차이가 없는데 말이죠.



바람에 가을 기운이 묻어나서 전시도 독서도 즐거운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마음 모두, 여유 챙기는 가을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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