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권의 서재>로 가는 길목에서
<1,000권의 서재>, 이것은 인생을 더 의미 있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개인적인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드디어 100권의 책을 읽었다. 2년 정도 기간에 100권을 읽었으니 일주일독을 한 셈이다. <1,000권의 서재>를 목표할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막상 진행하다 보니 이 계획은 만만치 않았고 동시에 그 과정에서 의외의 다양한 깨달음을 얻었다.
2년 간 100권을 읽었다면 평균적으로 일주일독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니 처음 1년은 거의 20권 남짓한 책을 읽었을 뿐이고 대신 최근 1년 동안 거의 80권의 책을 읽었다. 2년 정도 책을 읽으면서 일어난 변화 중에 하나는 책을 읽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는 점이다. 이 전에도 책을 읽긴 읽었지만 한 달에 1권도 힘들게 읽은 수준이었는데, 이 경우에 큰 속도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독서의 스킬업이 되려면 좀 더 짧은 단위 주기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개인적 결론으로는 일주일독이라는 평균에 함정에 빠지지 말고 1년 동안은 2주에 1권 정도를 완독 하는 것을 목표로 익숙해지는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독서가 아직 익숙지 않을 때는 완독의 목표 달성을 위해 좀 더 가볍고 얇은 책을 손에 집는 것도 괜찮다. 마스다 무네야키의 <지적자본론>은 216 P 밖에 되지 않고 대담집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치트키처럼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책의 내용은 가볍지 않고 의미가 있으며 완독의 루틴이 반복될수록 완독에 대한 막연한 부담도 줄어든다. 그렇게 완독이 익숙해지면 결국 레이달리오의 원칙(Principles)과 같은 700P가 넘는 분량의 책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고, 가속도가 붙게 된다.
의외의 발견은 내가 보고 싶어서 선택한 책 보다 남이 맥락 없이 추천해준 책이 더 재미있는 경우가 많았는 점이다. 특히 읽었던 100권의 책 중에서 Best 20으로 고른 책 중에서 50% 정도가 추천을 받아서 읽게 된 책이었다. 이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우리의 선택 과정에는 확증편향과 같은 심리적 왜곡의 자기장이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점에서 신간과 같은 책들을 구매할 때 편식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되는데, 마케터는 마케팅 관련 책을 찾게 되고, 창업가는 창업 관련된 책이 눈에 더 잘 보이기 때문에 결국 편향된 독서가 나타나고 결국 시야가 넓어진다기보다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이런 깨달음 이후로 주변에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는 지인들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읽어봤던 책들 중에서 도움이 될만한 책을 선물하는 습관도 같이 생긴 것 같다.
우린 책은 고귀하고 신성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책의 고귀함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더 지적이 되는 것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을 지켜야 할 가치는 없다. 왜 책을 읽을지 그 동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책에 있는 좋은 문구나, 좋은 개념 등을 이해하고 실제 활용하기 위함이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중고서점에 판매하기 위해서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우리는 책에 낙서를 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책의 한 모퉁이를 접어서 참고할 만한 곳을 소심하게 표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밑줄을 치면서 주목할 만한 곳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둘 다 책을 다시 펼쳐서 어디에 어떤 내용을 찾아봐야 하는지에 대한 직관성이 떨어지다 보니, 책 속지 빈 공간에 낙서처럼 정리되지 않는 생각의 내용을 자유롭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좋은 책은 고전과 같아서 절판되었어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는 출판된 지 20년이 넘었고, 본인도 중고 서점에서 수년 전에 구매만 해놓고 마치 골동품처럼 손을 대지 않았던 책이었다. 책의 저자의 집필 의도는 나름 디지털 시대 초입에서 미래의 상상이겠지만 그 미래가 현재인 지금 시점에 읽어 보니 꽤 재미있고, 그때의 저자의 혜안에 두 번 놀라울 뿐이었다.
올해는 절판된 책은 아니지만, 2001년도에 국내 출판된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을 읽고 있는 중인데, 2007년에 출판되었지만 작년에 읽었던 <해피어>와 같은 행복과 관련된 다른 관점의 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책을 북클럽을 통해 같이 토론하면서 읽은 책들이 많았는데, 북클럽을 통한 토론은 네트워크 게임과 같이 경험과 재미의 확장이 늘어났다. 마치 혼자 플레이하는 <싱글 RPG> 게임을 <네트워크 RPG> 게임으로 진화시킨 경험이었다. 책 주제별 인스턴스 던전에서 파티원 (멤버)들과 책이라는 보스 몬스터를 2~3시간 동안 파티 플레이로 잡는 재미, 그 재미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경험이 되었다. 책을 토론하고 그 책을 다시 읽어보면 비로소 그 책은 다양한 시선에서 해체되었다가 재조립되어 완성된다.
이번 연도에는 작년부터 이런 저런 이유로 읽기를 미뤄 둔 보스 몬스터(?) 10권을 포함하여 도전해볼 요량이다. 10권을 지정한 이유는 몇 가지 있지만 읽는 숫자에 집착하다 보면 가끔 중요한 책을 미뤄두는 좋지 않은 습관도 있어 올해는 다독의 속도가 다소 둔화되더라도 질에 좀 더 집중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었던 100권의 책 중에서 괜찮다고 생각되는 책으로 목록을 한번 작성해 보았다.
< 원칙 (Principles) > by 레이 달리오
<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 by 마스다 무네야키
< 컨테이저스 – 전략적 입소문 > by 조너 버거
< 파워풀 (Powerful) > 패티 맥코드
<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 (Exponential Organization > by 살림 이스마엘
< 삶을 읽는 사고 (소성적 사고) > by 사토 다쿠
<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The Right It) > by 알베르토 사보이아
<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사업을 하는가 > by 이나모리 가즈오
< 아날로그의 반격 > by 데이비드 색스
< 골목길 자본론 > by 모종린
< 넥스트 머니 > by 고란
< 디지털이다 (Being Digital > by 니콜라스 네그라폰테
< 소셜 애니멀 > by 데이비드 브룩스
< 해피어 : 실제적 행복에 관한 연구 > by 탈 벤 샤하르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Atomic Habits) > by 제임스 클리어
<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 by 대니얼 코일
< 하드씽 > by 벤 호로위츠
< 슈독 > by 필 나이트
< 머니볼 > by 마이클 루이스
< 제로투원 > by 피터 틸
< 창업가의 일> by 임정민
<특이점이 온다 > by 래이 커즈와일
<창의성을 지휘하라> by 애드 캐멀
<디자인에 집중하라> by 팀 브라운
<서양미술사> by E.H. 곰브리치
<팩트풀니스> by 한스 로슬링
<구글의 종말> by 조지 길더
<나 홀로 볼링> by 로버트 D. 퍼트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by 유발 하라리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by 달라이 라마, 하워드 C. 커틀러
<블루오션 시프트> by 김위찬, 르네 마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