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수 Feb 27. 2021

사진으로 세부 둘러보기 2부

휴양지가 아닌 도시 세부

지난 글에는 주인이 참 많이도 바뀐 세부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포트 산 페드로와 세부 주민들 뿐만 아니라 필리핀 전역에서 성지순례를 한다는 산토 니뇨 성당을 둘러봤다. 이번에도 새로운 곳을 찾아서 떠나는 시간이다.



3. 마젤란의 십자가(Magellan's Cross)와 세부 시청(City Hall).


두 건물은 마주 보고 있다.

대항해시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여행은 바로 이곳 세부에서 마무리된다. 그는 1521년 3월 15일에 괌을 거쳐서 세부로 도착하는데, 이 낯선 땅에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십자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도착 직후 사람들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키며 세력을 키워나갔지만 막탄섬의 추장인 라푸라푸와의 전투에서 대나무로 만든 창에 상처를 입어서 결국 죽게 된다. 그의 나이 41세였다.


이후 사람들이 십자가를 조각내서 떼어가거나 했는데 결국 십자가를 봉인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몇몇 사람들은 십자가가 복제품이거나 부서져서 대체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썰이 있다. 진실은 저 너머에. 마젤란에게 승리한 막탄섬의 추장인 '라푸라푸'의 이름은 막탄섬을 구성하는 행정구역으로 아직까지도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필리핀에는 라푸라푸라는 생선이 인기이다)


십자가는 광장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마주 보는 곳에는 세부 시청이 자리 잡고 있다. 마젤란이 상륙한 이곳에 현재의 세부 시청이 있는 셈이다. 도시가 시작된 곳에 시청을 짓는 나름 일리 있는 위치 선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필리핀 제2의 도시답지 않은 소박한 시청은 뭔가 유럽풍의 건물 느낌이 난다. 역사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가진 이곳의 광장에는 굉장히 많은 커플들이 손을 잡으며 데이트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4. 올드 브리지(Osmena Bridege).


세부와 막탄 섬을 연결하는 다리.

세부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막탄 섬과 세부 시티를 이어주는 다리인데 경치가 아주 멋있다. 두 도시를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었지만 두 번째 사진에 보이는 새 다리가 완공되어서 그 많은 교통량을 분담하게 되었다. 특히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나 퇴근 시간대에 엄청나게 붐빈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탁 트이는 경치 때문인데 세부의 맑고 청량한 하늘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세부 로컬들의 일상.

세부 시티에서 막탄으로 넘어가는 다리 초입부에서 아래를 바라다보면 꽤나 큰 규모의 수상가옥촌이 보인다. 지나가면서 무언가가 하늘을 펄럭이길래 아래를 바라다봤더니 천장에 올라가 성인 남성과 함께 연을 날리고 있었다. 나를 보더나 손을 흔들면서 웃어주는 아이들의 미소가 풍요가 행복을 대변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기도한 순간이다. 


막탄 섬에서 바라본 세부 시티.

반대편으로 가서 다리의 아래 부분에서 위를 바라보고 싶었다. 무작정 그쪽으로 가다 보니 옷을 벗고 있는 필리핀 청년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아직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 아니었는 데에도 있는 걸 보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같지는 않았다. 이곳에 외국인이 처음인 것 같다는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는데 조금 겁을 먹었지만 무시하고 바닷가 주변으로 갔다. 그렇게 약간의 공포심을 느끼고 반대편을 봤는데 마침 노을이 시작되는 시간이라 세부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세부의 매직아워


그렇게 태양이 가라앉기 시작하고 더 어두워지면 뭔가 당할 거 같다는 느낌이 싸해서 다시 다리 위로 올라가서 야경을 구경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높은 건물도 없고 어디 전망대도 아니지만 아름다운 도시의 야경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세부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오지도 다녀오고 배도 놓치는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여행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유명하다는 세부의 바다, 고래상어 투어, 각종 액티비티와 보홀 중 단 한 가지도 하지 않았지만 두발로 걸어 다니면서 세부 곳곳을 누비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후회 없이 좋은 추억과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이곳을 기억하며!

작가의 이전글 사진으로 세부(Cebu) 둘러보기 1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