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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수 Jul 19. 2021

베트남과 나

우리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첫 번째 여행지였다. 부모님이 모두 교회를 다니던 영향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기숙사가 딸린 미션스쿨에서 졸업했다. 그 당시에 남자 기숙사를 관리하시는 사감 선생님 한분이 계셨다. 호랑이 같으셨지만 당근과 채찍을 잘 주시는 분이었다(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선생님은 대학생 시절부터 굉장한 해외여행 경험이 있으신 분이었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에 마음이 맞는 졸업 예정 학생들을 데리고 졸업여행 겸 해외여행을 제안하셨다. 목적지는 베트남에 도착해서 캄보디아를 육로로 통과하는 일정이었다.


이 당시 나는 단 한 번도 이국땅을 밟아보지 못했었다. 방학이 끝나고 나면 친구들이 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경제적으로 우리 집은 많이 부족했기에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아버지는 한국이 최고라며 어딜 가느냐고 말씀하셨다(아빠는 아직까지도 비행기를 단 한 번도 타지 않으셨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은 정말로 잘 사는 친구들인 것 같았다. 어쩌면 나도 그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빠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사감 선생님보다도 더 호랑이 같던 우리 아빠지만 늦게 낳은 외동아들이라는 엄청난 버프(?)를 받은 나와 지금은 돌아가신 엄마까지 합세해서 아빠를 설득시키고야 말았다. 나와 비행기와의 첫 인연이다. 바로 역마살의 시작점.


그렇게 2013년 한창 추웠던 겨울 누구를 바래다주러 간 공항이 아닌 나 자신이 떠나는 첫 비행기를 타러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베트남은 우리가 흔히 아는 티비에서 보던 선진국들이 아니어도 나를 충분히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출발 전부터 들었지만 호치민의 엄청난 오토바이 세례에 한번 놀라고, 우리나라보다는 경제력이 아래라는 베트남이지만 호치민의 도시화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발전한 곳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도시였던 무이네의 모래언덕(당시에는 사막으로 착각했다.)에서 보는 이국적인 풍경과 액티비티에 금세 빠져버렸다.


2014년 1월 베트남 무이네에서. 모든것이 신기해서 그냥 바닥에 누워(?)버렸다.


육로로 국경을 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을 직접 목격했으며 우리를 태워준 슬리핑 버스는 문명의 이기인 비행기보다도 더 신기했다. 그렇게 나와 베트남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 후에 많은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재수는 하고 싶지 않아 필리핀에 봉사활동도 다녀왔다. 다시 또 그리운 해외에 대만 여행도 다녀왔다. 반년을 버티지 못하고 또다시 필리핀이 그리워 필리핀을 찾아갔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인 서울은 나에게 너무 무료하고 심심했다. 매일 펼쳐지는 일상이 너무너무 싫었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 이틀 연명하는 것도 너무 지쳤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둘러보던 와중에 한 여행사의 구인 글이 내 눈에 들어왔다. 장소는 베트남 나트랑. 현지어로는 냐짱이라고 해야 사람들이 알아듣는 이곳은 베트남 중부의 휴양지였다. 당시 베트남에서는 다낭이라는 해안도시가 한국인들에게는 최고의 휴양 도시중 하나로 인식이 되고 실제로도 많은 여행 프로그램이 소개를 했는데 나트랑도 이런 바이럴에 힘입어서 새로운 휴양지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되었다. 곧바로 여행사에 연락을 해서 면접을 보고 아빠에게는 통보에 가까운 출발을 알렸다. 이 모든 것은 보름 사이에 결정되었다.


첫 해외여행의 꿈을 실행해준 베트남, 다시 20대가 되어서 만나려고 하니 또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여행이 아닌 살아보는 베트남은 어떨까? 이곳에서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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