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은 어떤 음계를 필요로 하나요?
종이는 악보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종이 위에 글자를 얹어, 음표처럼 울리게 한다.
그들의 문장은 줄 간격 사이로 흐르는 리듬이 되고, 쉼표는 숨을 고르는 현악기가, 마침표는 드럼이 되기도 한다.
글을 읽는 순간, 우리는 귀가 아니라 눈으로
음악을 듣는다.
활자로 노래하는 사람의 세계란 그런 것 같다.
그는 화려한 목청 대신 검은 잉크를 빌려 마음을 열고, 음계 대신 은유와 비유로 장단을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멜로디가 독자의 가슴속에 번져, 읽고 있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박자를 맞추게 한다.
말하자면, 그는 소리는 내지 않지만 작사도 하고 작곡도 하며 노래하는 만능가수이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그는 그 경계에서 조용히 노래한다.
날카롭지도, 화려하지도 않게.
다만 진심이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세상의 소음을 등지고 앉아 한 문장 한 문장을 정성스럽게 써내려 갈 때, 그들이 활자로
노래하는 동안 세상을 위로하는 시간이 되고
글을 읽는 나는 꽉 찬 감사의 위로를 받는다.
활자로 노래하는 사람은 자기 고독을 곡조 삼고, 세계의 무심함을 가사 삼는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결코 쓸쓸함만을 머금지 않는다.
그는 글의 리듬으로 불안을 달래고, 서정의
선율로 희망을 건넨다.
관객은 한 명일 수도, 그보다 많을 수도 있다.
결국 활자로 노래하는 사람은 그 관객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떤 음계를 필요로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