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나누는 일
어느 날은 내 마음이 투명해져서, 나 스스로도
그 안을 들여다보기가 두려웠다.
기쁨과 슬픔이 한 잔의 물처럼 섞여 있었고,
그걸 누군가에게 건네면 상대는 어떤 맛을
느낄까 잠시 망설였다.
감정은, 생각보다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잡으려 하면 미끄러지고, 피하려 하면 따라붙는다.
그래서 그 무게가 감당하기 어려울 땐 혼자 견디며 감정을 삼키고 억지로 소화시키려 한다.
하지만 마음속에 쌓인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털어놓아야 그 무게가 조금 덜어져 가벼워진다.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순간, 마치 짐을 옮겨 싣는 것처럼 무게의 중심이 바뀐다.
감정을 나눈다는 건 단순히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만은 아니다.
그것은 신뢰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내 속살을 보여주는 일이며, 내 마음의 공간과 상대의 마음에 자리 하나를 내어주는 일이다.
그래서 감정을 나누는 일은 언제나 신중하고, 동시에 가장 용감한 일이기도 하다.
그때의 내 감정은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닌
연결의 언어가 되어, 서로의 마음 사이에
다리 하나를 놓는다.
오늘 나에게도 누군가의 감정이 건너오기를, 그리고 감정을 나눌 대상이 절실히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그 감정이 잘 닿기를 바라며
오늘 나는 내 감정을 조금 나눠본다.
이 따뜻한 순환 속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낄 새도 없이 10월과 12월 사이에 끼어 이른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스산한 11월에게도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